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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Jun 14. 2022

아내가 입원을 하였다

우리 집 남자 3명은 패닉이 되었다

아내가 입원을 하였다. 

우리 집 남자 3명은 패닉이 되었다. 

아내와 엄마 없는 집을 언제 상상이라도 해보았겠는가?


아내는 입원하기 전이 오히려 더 바빴다. 

49세가 된 남편과, 대학 2학년과 1학년으로 이제 20세와 19세가 된 우리 집 남자들을 위해 필요한 준비를 했다. 빨래를 해서 속옷과 양말, 셔츠 등을 충분하게 옷장에 넣어두고, 냉장고에 여러 가지 식품을 채워 넣었다. 

우리 집 남자들이 밥을 못해 먹을 경우에 대비해 토스터기도 새로 장만했다. 튜브 치즈, 과일 잼 등 쉽게 토스트나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 위주로 사놓았다.


아이들은 엄마의 수술과 입원을 걱정했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면서 엄마의 존재에 대해 감사했다. 

우리 집 남자들도 아내와 엄마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아빠와 두 아들이 함께 의논을 했다.


# 아빠의 역할 

 입원할 때 아빠가 차로 태워 주고 입원 수속을 도와준다. 엄마가 수술할 때는 아빠가 하루 연가를 낸다. 엄마가 퇴원할 때 아빠가 차로 집으로 모신다.  

# 아들의 역할 

 매일 병원을 방문하여 엄마에게 사랑과 위로를 준다. 

# 삼부자 공동 

 입원기간 동안 교대로 병실에서 자면서 엄마랑 말벗이 되어주며 함께 있기로 한다.


수술하기 하루 전인 입원 첫날, 외할머니가 아내를 돌보며 주무셨다. 수술 직후 며칠은 전문 간병인이 필요했다. 그 후 사흘간은 아빠와 큰아들, 작은아들이 하루씩 엄마 곁을 지키며 병실에서 자며 엄마를 응원하고 즐겁게 하기로 했다.


매일 병실에 온 가족이 모였다. 

아이들이 즐거운 이야기를 하면 엄마가 웃다가 수술한 배가 아프므로 자제시켰다. 

하지만 별로 우습지도 않은 이야기에도 아내는 배를 잡고 아파하며 즐거워했다.

평소에는 엄마의 질문에 '네', '아니요' 하며 짧게 답하던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엄마가 아프면서 아이들도 엄마를 많이 배려했다. 같이 잠을 자면서 엄마에게 이런저런 자신들의 대학생활 이야기도 해주고, 자다가 아파하며 몸을 뒤척이면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 괜찮아?' 하면서 걱정해 주었다.

병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자고 일어난 아내는 얼굴이 환해 보였다. 


아내는 많은 걱정을 하면서 입원하였으나 더욱 행복해진 모습으로 집으로 퇴원하여 원래 자리인 엄마로 돌아왔다. 

우리 집 남자들도 예전의 무심한 남자들로 돌아오고 있다. 

엄마의 존재가 다시 당연해 보이는 건가. 

엄마의 질문에 대한 아이들의 답도 “네”, “아니요”로 짧게 바뀌고 있다.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아들의 군대, 자녀의 결혼, 여행과 영화 이야기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위 글과 비슷한 감성 에세이는 브런치 북 ( https://brunch.co.kr/brunchbook/yubok2 )과 함께 브런치 매거진  ( https://brunch.co.kr/magazine/hwan )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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