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류산 Jul 01. 2022

나는 가수다

밖은 전쟁 같은 세상이나, 공연장은 열기와 행복으로 채워졌다


엄마가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에게 물었다.

요즘 아빠가 가장 재미있게 보시는 TV 프로그램이 뭔지 아니?

“나는 가수다!”

“딩동댕!”


아들의 말이 맞다. 내가 요즘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은 ‘나는 가수다’이다. 

출연자 중에 윤도현 밴드와 박정현을 좋아한다.

그 윤도현과 박정현이 함께 콘서트를 한단다. 

이승철, 신승훈과 함께 4명이.

아내도 좋아하는 가수들이다.


공연 당일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갈 수 있을까? 

나는 망설이다 나와 아내를 위해서 일단 표를 구하고 보았다. 

그날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하루 종일 바빴으나 저녁시간에는 바라는 대로 

내일 아침에 바로 보고해야 하는 종류의 긴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사무실을 나와 공연장 입구에서 공연 5분 전에 아내를 만났다.


공연장에 들어가니 열기가 후끈했다. 

나는 기대에 찬 아내의 얼굴을 보며 공연장에 나와 있는 나의 존재가 비현실적으로 느꼈다. 


공연은 180분에 걸친 화끈한 무대였다.

출연 가수들이 가각 40분 정도씩 공연을 진행했다

무대에 첫 출연자로 이승철이 올라왔다. 

라이브의 황제라 불리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대단한 가창력으로 여섯 곡을 부르며 매 순간 관중들을 빨아들였다. 


다음은 요정으로 자리매김한 박정현의 무대였다. 

아직도 한국어 억양이 어색한 게 귀여웠다. 노래를 부를 때, 그녀의 목소리는 개성 있게 아름다웠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록밴드 YB, 윤도현 밴드가 무대에 등장했다. 

윤도현은 목이 안 좋다며 늘 하는 불평을 했지만

앙코르를 두곡이나 받으며 열창을 했다.

폭발적인 가창력이었다.


마지막으로 신승훈이 나왔다.

발라드와 댄스곡 다섯 곡을 잇달아 불렀다. 

발라드는 가슴이 뭉클하고, 댄스곡에는 어깨춤이 나왔다.


공연을 보며 피가 뜨거워졌다.

공연장 밖은 전쟁 같은 세상이나, 이곳은 행복으로 채워졌다.

옆자리에 일본 사람들도 흥겨워한다.

저 사람들은 비행기 값도 들었을 텐데.

우리 부부는 그들에 비해 싸게 공연을 보는 기분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찬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명품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휴가를 마치고 군대에 복귀한 아들이 생각났다.





(일러스트 출처)

https://kr.freepik.com


이전 07화 아내가 입원을 하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