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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Jul 08. 2022

아빠로서 아들에게 해줄 일이 있다. 성교육이다

연년생인 아들 둘 다 대학생이 되었다

아들 둘 다 대학생이 되었다.

형이 대학 2학년, 연년생인 동생이 대학 1학년이다.

둘 다 억압된 생활이었던 고등학교를 벗어나 자유로운 대학생이 된 것이다.


아빠로서 두 아들에게 해줄 일이 있다. 성교육이다.

굳이 안 해도 학교나 친구들을 통해 대충 알 것을 다 알 수 있는 나이다.

하지만 집안의 어른 남자로서 커가는 남자들에게 무언가 가르쳐줄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중3과 중2가 되었을 때 성교육을 시켜준 적이 있다.  

급격한 몸속의 호르몬 변화로 이성에 대한 관심이 커질 나이였다.

아빠로서 커가는 사춘기 아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것들이 있었다.


나름대로 여러 자료를 보고 교안을 준비하여 가능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부끄럽고 민감한 이야기를 아빠로부터 담담하게 들음으로써 몸의 변화나 이성에 대한 관심 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계기가 되기를 원했다.


이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교육을 시켜줄 때가 된 것이다.

무엇을 이야기해 줄까 생각해 보았다.  언제, 어떤 기회에 말해줄 것인가도 고민했다.





온 가족이 스키장에 갔다.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스키장으로 출발하기 전날 아이들에게 전해줄 말들을 마무리했다.

집을 나설 때 말할 내용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출발했다.


아빠와 두 아들, 3 부자가 나란히 함께 리프트를 탔다.

스키장 밤의 아름다운 설경을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제 너희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질 수 있는 성인 남자가 되었다.”

아이들이 아빠가 무슨 말을 하나 고개를 돌려보았다.

“앞으로 연인으로 여자 친구를 사귀려면 결혼하고 싶은 사람, 결혼해도 될 사람과 사귀어라.”


잠깐 눈 덮인 슬로프를 바라보다 두 아들에게 슬며시 물었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겠냐?”

아이들은 대답 없이 맑은 미소를 보여 주었다

"아빠 생각으로는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란 아내로 나의 일생을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이다. 내 아이의 엄마 그리고 엄마 아빠의 며느리가 되었으면 하는 사람이다. 기쁠 때는 물론 어려울 때 내게 힘을 주고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의 아이를 지혜롭게 키울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말을 이었다.

"그런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존중하며 관계를 키워나가라.”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더 이상 성교육으로 말을 이어 가지를 못했다.

먼 슬로프에 시선을 주고 있는 아이들의 눈빛을 읽지 못하면서 민감하고 어색한 이야기를 이어가기가 망설여졌다.


차가운 밤공기 냄새를 맡으며 다음 이야기를 아꼈다.  

준비한 말은 '여자 친구를 사랑하고 존중하여 항상 따뜻하게 배려하고 절제하여 상대를 아껴주라'는 등의 메시지였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에게 말로 이런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편지를 쓰기로 했다.

작년에도 설날에 세배 돈과 함께 두 아이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서 주었다.

이번 편지에는 성교육 내용을 넣는 것이 좋을 듯했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날, 두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아빠가 지난 한 해 아이들에게 느낀 감사한 마음을 표한 후에 전해주고 싶은 내용을 담담히 이어갔다.

형사, 민사상 책임을 지는 나이가 된 아들이 알아두어야 할 성에 관련된 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또한 아이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성병 이야기도 자세히 해주었다.





아들 보아라, 


새로운 해가 밝았구나.  

요즘 국제 사법 모의재판 대회 준비로 고생이 많다. 

설날 연휴가 시작되는 오늘도 밤 12시가 되어가는 데 학교에서 돌아오지를 못하는구나. 


아빠가 생각하기에 너는 대학 1학년을 누구보다도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네가 좋아하는 스키 일정도 하루만 가족과 함께 보내고 다음날 버스 편으로 친구들이 있는 학교로 돌아갔다. 먼저 떠나는 너의 뒷모습을 보니 안되기도 했지만 대견한 마음이었다.


스키장에서 나이 든 아빠를 옆에서 지켜주며 보호하고 가르쳐 주는 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들을 키운 보람이랄까. 그런 뿌듯한 마음을 느꼈다.

너의 응원으로  중급 슬로프도 쉽게 탈 수 있었고, 스키 타는 재미도 늘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 70살이 되도록 너희들과 매년 스키를 즐기고 싶구나. 


스키장에서 너와 동생과 함께 우리 3 부자가 같은 리프트를 타고 밤의 설경을 바라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다. 거기서 아빠가 "친구 말고 연인으로 여자 친구를 사귀려면 결혼하고 싶은 사람과 사귀어라"라고 이야기한 것 기억나니?   


결혼하고픈 사람이 여자 친구로 사귀고 싶은 사람과 꼭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상상해보면 아내가 되는 사람이다. 

아이의 엄마 그리고 한집안의 며느리가 될 사람이다. 

기쁠 때는 물론 어려울 때 나에게 힘을 주고 지혜를 주고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의 아이를 지혜롭게 키울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존중하며 관계를 키워나가라.


그리고 내친김에 아빠로서 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더 해볼게.

사랑과 존중은 영혼과 몸에 다 해당되는 것이다. 

여자 친구를 항상 따뜻하게 배려하고 절제로 몸을 아껴주어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너도 잘 알겠지만 여자의 몸에는 아이를 낳기 위한 난자가 있다. 

이 난자가 정자를 만나면 아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자의 몸은 매월 1개의 난자를 만들어 내고 오래된 난자는 월경을 통해 피와 함께 버려진다.  

아이를 가지는 임신은 서로 준비가 된 후에 해야 한다. 환영할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임신을 하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세상에 태어날 소중한 생명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형사, 민사상 책임을 지는 나이가 된 네가 알아두어야 할 성에 관련한 법이 있다.

우선 ‘성희롱’ 죄다. 성적 농담을 던지거나, 수치심을 일으킬만한 말이나 사진 등 성적인 자료가 담긴 메일을 보내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성추행’ 죄가 있다. 

싫다는 데 신체부위를 만지거나, 뽀뽀하거나  뒤에서 껴안거나 상대의 감정을 무시하고 들이대는 경우에 해당한다. 또한 음란한 농담을 하거나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도 해당된다.

‘강간죄’는  싫다는 데 여자의 몸에 남자의 성기를 삽입하는 경우이다.  

남자의 성기를 밀어 넣지 않은 경우는 ‘강간미수죄’이다.  


최근에는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생겼다. 

예전에는 성매매를 하는 여자만 처벌이 되었으나 법이 바뀌었다. 

돈을 주고 여자를 사서 성관계를 가진 남자도 징역형과 벌금형으로 처벌 대상이 되었다. 

‘술 엄청 먹고 정신을 잃었는 데 자고 일어나니 옆에 여자가 누워있더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요즘과 달리 예전에 남자들은 성매매로 법적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벌을 받듯이 고통을 안고 사는 사람도 많다. 군대에서, 혹은 친구 따라 술집이나 사창가에서  여자와 관계를 하여 그에 대한 대가로 성병에 걸려 오래 고생한다거나, 성병의 후유증으로 결혼 후에도 아이를 못 가지는 경우이다. 


성병에는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 후 수많은 유럽 남자들을 죽음으로 보낸 매독이 있고, 신의 저주라고 불리는 에이즈, 남자의 성기에 고름이 차는 임질, 성기 주변 털인 음모의 땀구멍에서 벌레가 나오는 사면발이 (이와 같은 흡혈성 기생충) 등이 있다. 

보통 성병을 예방하는 데 콘돔이 좋은 방법이라고 하지만, 성행위 중 마찰로 인해 찢어질 수도 있고, 특히 에이즈 등은 성기의 결합보다 입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아 의심스러운 여자들은 멀리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이다.


하나님은 늘 너와 동행하고 너의 몸은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전이다. 하나님이 내게 향하시는 마음을 느껴 유혹을 이겨내는 힘을 가져라. 항상 하나님을 의식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면 요셉이 보디발 아내의 유혹을 이기듯이 우리는 주변과 환경의 유혹에 강하게 ‘NO!’ 할 수 있게 된다. 


어려운 고 3 시절을 무사히 마치고 즐거운 대학시절을 시작하는 동생에게도 너에게 보내는 내용과 비슷한 편지를 보낸다. 너도 형으로서 동생에게 해 줄 말이 있으면 조언을 아끼지 말거라.


아빠가 힘들 때 너와 너의 동생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며 피로도 풀린다.  

너희들은 나의 엔도르핀이다.

즐겁고 보람찬 대학 2년 차 생활이 되기를 빈다.

 

아들아, 사랑한다.

설날 아침에 아빠가





설 연휴가 끝나고, 아이들의 빈 방에서 아빠의 편지를 읽은 흔적이 보였다

편지 내용에 대해 새삼스럽게 이야기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아빠의 생각과 메시지를 잘 이해하고 즐겁고 보람 있는 대학생활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진 출처)

https://www.nea.org/advocating-for-change/new-from-nea/sex-education-schools-needs-upg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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