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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Jul 11. 2022

책 출판을 퇴짜 맞다

드디어 출판사로부터 기다리던 이메일이 도착했다

환경을 주제로 한 소설을 쓰기로 했다.

환경 관련 일을 보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점점 더 실감하게 되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환경이라는 주제는 쉬워 보이나 실제로 환경 관련 책은 거의 전문서적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기후 변화 위기를 경고하며 쉽게 메시지를 전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스토리가 있는 환경이야기를 써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환경이슈나 친환경 실천방법,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환경경영 같은 주제에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면 술술 읽히는 환경 관련 소설이 최고의 매체이리라. 

책을 읽으면서 친환경가치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고, 친환경 실천 방안도 알아가게 되도록 만들리라.

어느 정도 책이 완성도를 보이자 출판사에 출판 기획서와 샘플원고를 보냈다.


드디어 출판사로부터 기다리던 이메일이 도착했다.

‘원고 검토 소견을 드립니다.

일단 원고 상태는 무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주제가 주제인 만큼 소설적인 재미는 좀 덜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시장입니다.


이런 주제의 책을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사볼지 하는 것입니다.

아예 보다 깊이 있는 환경 관련 책은 의식 있는 시민이나 전문가들에 의해

소소하게라도 판매가 되지만, 이 책은 일반 대중에게 널리 읽히자는 목적으로

쓰여진 것인데 그만한 니즈가 있을는지요?


전 인류적, 국가적 차원에서 저자의 사명감에 찬 작업에 동참해드리는 것도

저희 출판인의 도리이기는 하나 죄송스럽게도 아직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큽니다.'


무척 실망스러웠다.

‘소설적인 재미를 추구하려면 스토리가 있는 환경이야기가 아니라 환경범죄 스릴러를 써야 하겠지.’

‘당장 누가 사볼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말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말은 의기소침해져 마무리를 향해 가는 원고 작업을 쉬었다.

지난 7개월 동안 휴일에 원고를 들여다보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일요일 저녁, 아내와 산책하다가 사실을 털어놓았다

아내는 말했다.

“개인 소장본으로 만들어요. 100만 원 하면 한 30권 정도 찍어준다던데.”

“개인 소장본? 내가 개인 소장하려고 그 많은 휴일을 반납했겠어? 그동안 읽고 싶은 책도 사두고 쌓아두기만 했는데.”


나는 먼 곳에 시선을 두며 부르짖었다. 

“개인 소장을 하려고 이 작업을 했다면 이건 거의 마스터베이션이야.”

아내는 까르르 웃었다.

지난 세월 동안 아내에게 이런 정도의 격한 용어는 처음 써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아내 말대로 책 한 30권 만들어 부모님 한 권 드리고,

지인들과 나누어 가져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포기는 되지 않았다. 

‘설마 그 많은 출판사 중에 출판하자고 하는 곳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


아내가 내 마음을 읽은 듯이 말했다.

“어떤 작가는 100군데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는데 모두가 원고를 거절했다네.”

“그런 작가들 중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많잖아. 해리포터의 작가처럼......”

아내는 터지려는 웃음을 참는 듯이 보였다.  


은근히 내 작품과 베스트셀러 작가를 연계시킨 것이 들켰다.

아내도 웃음이 삐져나와 미안했는지 나를 보며 말했다.

“첫 작품에 베스트셀러 기대는 좀......”

아내의 말에 쑥스러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내가 말했다.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을 때, 해당 학술지의 취지와 다르다든지, 이런저런 이유로 게재 불가 판정을 받으면 얼마나 실망이 되는데. 논문에 대한 자신감도 줄어들고.”

나는 말없이 걸었다.

‘그래 그 기분 이해하겠어. 이 사람이 예전에 그런 일을 당했었지.‘


침묵을 깨고 아내가 아이들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만 보면 엔도르핀이 나와요.

큰 아이는 새벽부터 밤까지 열심히 하고,

둘째는 요즘 너무 대견해.”

“둘째가 어떻게 했는데?”

아내가 하는 아들의 칭찬을 들으니 모든 근심이 사라지고, 금방 행복해졌다.






(사진 출처) 

https://kr.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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