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산문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세상은 숨을 죽인다.
마치 오래된 필름이 돌고
비 내리는 잡음들이 장작불 때는 소리와 어울려지고
모든 것이
느려지고
고요해진다.
그 작은 결정들이 저마다의 궤적을 남기며 내려앉는 그 순간,
무언가 거대한 세계의 호흡과 마주하는 기분이 든다.
눈은 강렬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아주 서서히 세상을 덮어버린다.
눈은
시간을 밟는 소리처럼
작은 이야기를
남긴다.
일시적으로
조심스러워지고
하나둘 늘어가며
가끔은
선명하게
마을의 지붕 위에,
나무의 가지 끝에,
그리고 차가운 도로 위에
서서히 쌓여가며
물들인다.
하얗게
그러나
도시에 쌓인 눈은
또 다른 이야기를 품는다.
아파트의 난간에,
가로수의 그늘에,
전봇대 위에도
눈을 맞아
회색빛의 건물들은 잠시 하얀 망토를 두르고,
불빛들은 눈을 타고 부드럽게 퍼진다.
차가운 콘크리트 사이에서도
조용히, 그리고 집요하게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찍히고, 빛이 반사된 눈은.
바쁜 일상 속에서 한 번도 눈길 주지 않았던 풍경은.
언젠가 녹아버릴 것이지만,
멈추어도 괜찮다고, 아주 잠시만 숨을 쉬어도 괜찮다고
눈은 여전히 내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창밖을 바라본다.
세상은 조금 더 조용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