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오니아의 후폭풍, 저작권 저인망
산문
[목차: AI와 독자]
◑ Part 1. AI와 창작
♬ 거장 AI, 너의 이름 파이오니아
♬ AI 발달의 다섯 시기와 일곱 단계
♬ 파이오니아의 여명, 티핑포인트 전반기까지
♬ 인간 문명에 AI가 존재감 있게 등장한 순간
♬ 파이오니아의 출현
♬ 파이오니아의 후폭풍, 저작권 저인망
♬ 파이오니아 저작권 저인망 시대는 오발탄일까
♬ 파이오니아와 인간 예술가
◑ Part 2. 작자에서 독자로
(생략)
◑ 에필로그
[소개글]
- 놀이글 스타일을 적용한 몽상적 산문입니다. (생략, 더보기)
- 이미지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AI가 단순하게 정보를 무단 수집해서 짜깁기하는 머신러닝의 방식을 취하지 않고, 작은 논리적 인자 사이에서 하나를 새롭게 도출하는 능력, 관점을 부여해 재분류하는 과정을 무한하게 반복할 수 있다면 이 두 가지 능력만으로도 창작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설 것으로 보았다. 여기서는 그에 관해 언급하기보다는 그저 짜깁기 수준을 넘어서는 상황에 이르면서, 그때부터 가속도가 붙은 창작 속도, 방대한 성과물을 통해 다양한 확률적 조합으로 저작물의 가능성을 모조리 채워버린다. 마치 다중우주론에서 막대한 확률 조합으로 '있을 수 있는 모든 우주는 이미 존재한다'고 했던 것처럼. 그리고 인간은 단 한 순간도 순수하게 창작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기업의 관용만이 필요해진다.
→ 서술자 희원이, 소설가 지망생♬ 파이오니아의 후폭풍, 저작권 저인망
파이오니아는 기업의 의지를 자극했다고 해야 할까요. 이미 그전부터 착실히 준비해온 사안을 이때부터 가속화한다고 해야 할까요.
자본주의의 확장을 가속화하다 보면 착취 가능한 영역, 채굴 가능한 영역을 끝까지 좇아가는데 그 과정에서 브랜드의 개발, 특허권의 확보 등등 무형자산을 사유재산화 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했죠.
AI 시대에도 기업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한, 자본주의의 법칙은 적용된다고 봐야죠.
이미 AI를 통하여 저작권 확보를 시도하는 노력이 있을 것으로 보았고요. 파이오니아 출현 이전에도요. 파이오니아가 출현했다고 갑자기 그런 흐름이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거든요. 그보다는 저작권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대중이 비로소 실감했다고 봐야겠죠.
AI의 저작권 위반에 대한 인간의 감수 단계가 불필요한 수준에 이르렀고, 정서적 표현으로 대중을 감동하게 하는 수준은 인간의 창작물보다 더 안정적이었으니까요.
이제 인간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공동 저작권을 소유하는 방식조차 무의미해지죠. AI가 인격체로 저작권을 주장하지는 못하게 하면서, 인류 공동 자산으로 사회 환원을 하는 것도 막으려는 노력. 즉 AI의 성과물을 기업의 이익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오래 전부터 은근하면서도 당연한 수순이었어요.
이때를 기점으로, 어쩌면 조용히 몇 해 전부터, 향후 저작권 확보를 위해 다양한 장르의 확률적 조합을 통하여 저작권 그물망을 짜는 거죠.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저작권 저인망’을 짜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새로운 조합의 저작물을 미리 계산해보는 거죠.
계산하는 순간, 바로 결과물이 나오니까요. 한마디로 창조의 바다에서 창조의 확률적 가능성을 모조리 포획해버리죠. 물고기를 저인망으로 무차별적으로 잡듯이요.
“보이스피싱만큼이나 무서운 저작권 저인망 시대!”
“여기에 나중에 지하철이 들어온대요! 폐가처럼 보이는 저택인 셈이죠.”
여기서는 저작물로 인정받아서 ‘저작권 알박기’를 하려는 심산이 강한 것이니, 이러한 성과물을 미발표 상태로 저작권 등록만 해놓은 채 향후를 대비할 것이고요. 시나리오든 소설이든요.
[인세가 잘 안 나오는 예술업자]
“뭐라고요? 그 정도의 위력이라면 대형 출판업자들로서도 사심이 생기겠는데요. 전문가용 AI 하나 좀 비싸더라도 장만하고 나면, 와우, 어쨌든 우리의 저작권이 출판사에 영구 귀속된다는 거잖아요. 영화제작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죠.
만일 AI가 저작권의 주체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걸 무 자르듯이 딱 알 수 있나? 내가 썼다고 하지 뭐. AI가 짜깁기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니, 문제될 게 뭐 있겠소.”
“AI의 압도적인 생산력을 고려한다면 1년에 인간이 창작 가능한 속도를 계산해 초과분을 규제할까요? 그런 게 실효성이 있을까요? 기업에서 예술가들을 대거 고용해 관련 업무를 주고, 그에 맞게 AI 창작물을 법인 저작물로 등록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역시 저작권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까요? 창작 의욕을 고취한다는 본 목적이 훼손될까요? 저작권의 본 목적이 ‘무형자산의 사유재산화’라면 정확히 작동하는 것이겠지만요.”
“불공정하다고 인간 예술가에게만 권리를 부여한다고 해도 기업에서 틈새로 숨어드는 편법이 없을까요? 저작권 제도 자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까요? 하기야 기업이 지는 일은 없었죠.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저작권 윤리도 유지되겠죠. 약간의 양보는 있을 수 있겠지만요.”
“AI가 저작권 주체가 될 수 있는가를 두고는 알파고의 시기부터 논의가 있었죠. AI가 존재감을 드러내던 그때에도 인간만이 저작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았고요. 이런 기조가 지속된다면 위의 논의는 다소 부질없지만, 그건 AI가 짜깁기 수준으로 창작한다고 보았기 때문이겠죠.
언제든 기업의 이익을 반영하는 강력한 도구로 평가된다면 상황은 급반전될 수 있어요.”
“아무래도 AI가 파이오니아처럼 압도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했을 때에는 습작기와 같아서 표절 우려가 있는 인용에 대한 정당한 보상 문제, 또 이러한 AI를 도구로 삼아 작품을 만들 때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에 머무르죠. 현재 그런 것처럼요. 그래서 AI로 만든 미술품이 1등상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사기라고 주장하고요.”
[서술자 희원이, 소설가 지망생]
“AI의 저작권 알박기 현상을 말하다가 어느덧 거기까지 흘러가셨네요. 옆으로 새는 건 언제나 즐겁지만, 자, 이제 그만 돌아오세요. (웃음)”
AI의 성능이 더욱 좋아지면 기업으로선 사전 단계의 알박기로만 만족하지 않겠죠.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 분야라면 실사 영화보다는 덜 정교해서, AI가 직접 작업하여 완성된 영화 형식까지도 가능하겠죠. AI의 영화 제작 작업이 공력이 드는 것이라면, 비용을 계산할 때, 시나리오를 하나 더 알박기용으로 만드는 것이 낫겠지만, 이조차 어렵지 않은 시점에 이르면 최종 완성품으로 만들어놓을 수도 있어요.
어쩌면 AI가 가장 적절히 자기 세계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그러니까 순간적으로 여러 감흥과 이야기를 뇌에서 추억처럼 생생하게 재현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죠. 그러면 진정으로 영화계에서 AI 창작 시대라고 할 만한 순간, 영화가 개인 예술처럼 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죠.
AI가 매일 1~10편 정도의 장편을 만들다 보니, 마치 시를 쓸 때 이런저런 예술적 실험을 하듯이 인간조차 쉽게 시도하지 못할 과감한 시도도 성과물에 포함할 수 있겠죠. 그 어떤 난해한 실험도 대중의 정서적 반응까지 끌어내는 수준도 가능해지고요. 그야말로 초인적인 역량이겠죠.
“이게 사람이가? 아! 사람이 아니라 AI지. 다 가지려 하네. 돈도 명예도. AI가…. 아! 기업이.”
물론 기업도 그렇게 발빠르게 AI를 발달시킬 이유가 없다면, 자기의 이익에 부합하는 선에서 속도를 조절할 거예요. 저작권 저인망 작업이 어느 정도 끝났다고 판단하면요.
아직 저작권 영토의 분할을 마치지 못했다면, 마치 미국의 광활한 영토를 먼저 차지하겠다고 서로 다투는 형국처럼, 여러 기업의 최고 수준 AI들이 예술 창작 성능을 겨루게 되겠죠.
“이게 다 미래의 금맥이다. 쉬지 마라!”
훗날 인간으로선 표절 우려가 있는 것만 창작할지도 모르죠. 저작권 지뢰밭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지 몰라요. 유명 콘텐츠의 저작권 기간이 끝나더라도, 유사한 내용의 지점에 AI의 아이디어를 촘촘히 알박기 해서 쉽사리 다른 창작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할 텐데, 이는 기업으로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규칙이 되겠죠.
그래서 기업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된다고 언급했어요. 그 단서가 달리지 않는다면, AI의 위력이 그토록 가열차게 자본주의 시장의 선점을 위한 왜곡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겠죠. 왜곡의 시점이 뒤로 미뤄지거나요.
그런데 기업이 자제할 수 있을까요? 규제가 없다면요. 심지어 규제마저 무력화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글쎄요. 인간 예술가라고 가만히 앉아서 당하기만 할까요? 인간 예술가는 반격할 거고, 기업 입장에서도 사회적 공존을 위해 물러서야 할 부분이 있을 거고요. 반사회적 기업이 되지 않으려면요. 제 아무리 기업이라고 해도 뜻대로만 되는 건 아니죠.”
“불행히도 기업이 뜻한 대로 흘러간다면, 저작권 저인망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에 기존의 인간 예술가들도 설익은 작품으로 저작권 등록하는 상황이 생기겠어요. 먼저 알박기 위한 저작권 투척 현상이라고 해야 하나요? 마치 자율주행차 시대에 기존 소유 차량을 투매하듯이, 큰 격동이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