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원이 Jan 20. 2024

지식재산권: 기업의 의지가 과도해지면(4) #3

놀이글 & 칼럼

[목차: 저작권 태양계와 원시블랙홀]

◑ Part1. 지식재산권, 무형자산의 사유재산화

♬ 지식재산권 논의에 앞선 세 가지 전제

♬ 무형자산을 사유재산으로 확보하라

♬ 지식재산권: 기업의 의지가 과도해지면(1)

♬ 지식재산권: 기업의 의지가 과도해지면(2)

♬ 지식재산권: 기업의 의지가 과도해지면(3)

♬ 지식재산권: 기업의 의지가 과도해지면(4) ~#5

◑ Part2. 저작권 태양계와 원시블랙홀

◑ Part3. 몽상, 예술민주사회주의

소개글 및 상세 목차 더보기


- 잠깐, 첨언하자면 저작권자라면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세 가지 유형의 선택이 있는 듯해요. 우선 저작권 위반에 대해 지나치게 단속하지 않고, 어느 정도 묵인하는 선택이 있어요. 둘째론 크리에이티브 커먼스였나요, 저작권자의 성명을 표시해야 할지 이런저런 의사를 사전에 표시해서 그걸 인용하는 사람이 원작자 뜻대로 적용하게 하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마지막으로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유형으로는 그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죠.
- 유튜브의 경우엔 사뭇 달랐다. 저작권자는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쪽이 오히려 나았다. 이득이 되기에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셈이다.






“잠깐, 첨언하자면 저작권자라면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세 가지 유형의 선택이 있는 듯해요.

우선 저작권 위반에 대해 지나치게 단속하지 않고, 어느 정도 묵인하는 선택이 있어요. 단속 분위기를 엄격하게 조성하면, 결국 자신의 창작품을 소비할 대상과 싸움을 벌이는 꼴이 될 거니까요. 저작권법을 위반한 법인과는 싸우되, 개인과는 지나친 다툼을 벌여서 전선을 확대할 필요는 없겠죠.”


“일부 예술 창작자들이야 인세보다도 그 작품을 자식처럼 소중히 여기겠죠. 그래서 저작인격권이나 성명표시권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더 중요하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창작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게 핵심 쟁점일 때가 많으니까요. 괜히 저작권을 과도하게 주장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면, 그게 수익에 더 안 좋은 영향을 준다면 아무래도 전략적으로 뒤로 물러서는 거겠죠. 전략적 물러섬과 묵인이라고 표현해 볼게요.”


“둘째론 크리에이티브 커먼스였나요, 저작권자의 성명을 표시해야 할지 이런저런 의사를 사전에 표시해서 그걸 인용하는 사람이 원작자 뜻대로 적용하게 하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블로그에서 누군가의 정보를 인용할 때 가이드라인이 되었죠. 애초에 인용이 불가한지, 출처나 성명만 표시하면 된다든지, 마음껏 퍼다 써도 된다든지 하는 내용을 저작권자가 미리 밝혀놓는 거죠. 이는 불필요하게 번거로운 절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효율성을 추구한 경우죠.”


“이 유형은 저작권자가 권리를 행사하는 범위를 자발적으로 알려주며 효율을 도모한 것이라면, 반대로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어서 저작권의 범위를 그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경우도 있어요. 저작권법 50조에 따르면 저작권자를 찾기 어려울 때 중재 기관에 신고하고, 명예 훼손 여부를 검토받은 뒤 먼저 사용하는 거죠. 후일에 저작권료 협상을 위한 적정 가격의 가이드라인은 필수적인데 공탁을 걸어 놓으니, 부르는 게 값인 사태를 막을 수 있고요.”


“더 나아가 이런 것도 상상하기는 했어요. 예를 들어 중재 기관에 신고하고, 일정 수익이 넘을 때 후불로 지급하는 거죠. 중재 기관에서 영세 업체에 조건부 사용을 허락해 주는 것이고요. 저작권 피인용 사업체에 미리 보상하고요. 이런 부분에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어 영세한 출판사들이 심리적 압박, 재정적 압박을 느끼지 않으면서 저작권자에게도 피해가 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영세 출판사를 잠깐 운영하던 사람으로서, 섣불리 출판사를 한 잘못도 있지만, 책을 좀 예쁘게 안 만들면 도무지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원칙대로 이미지를 쓰면 책값을 너무 올려야 했고요. 독자들이 책이 안 예쁘면 안 사는데 예쁘게 만들려면 모든 게 저작권에 걸리죠. 이럴 때 ‘합리적인 저작권 적용 및 가격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어도 좋겠다고는 생각했었죠. 이건 아무래도 정부 기관이 중재하지 않으면 어렵겠죠.”


“저작권에 관해 관심을 지닌 건 인용 처리를 고민하면서부터였어요. 출판에서 사진 한 컷을 실을 때도 원래는 다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영세한 출판사에서는 암암리에 사진을 무단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궁금해지더군요. 사실 해외 도서처럼 아예 텍스트 위주로만 책을 편집하는 게 맞아요.

그런데 그러면 책이 안 팔린다고 하는데, 악순환이죠. 사실 세금이 많이 드는 일이라 몽상에 그쳤어요. 돈이 없으면 사업을 하지 않는 게 맞죠. (웃음)”






“저도 그런 몽상한 적 있어요. <워낭소리>란 인디 영화에서 노래 하나를 꼭 쓰고 싶은 게 있었는데, 저작권료 지급이 어려워서 포기했다고 했죠. 이럴 때 중재기관에 신고를 해두고, 손익 분기점을 넘었을 때만 중재기관에 후불로 갚으면 어떨까 싶죠. 정부에 예술 지원 예산이 많아야 하긴 하겠네요.”






“마지막으로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유형으로는 그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죠.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다른 부가적인 효과 덕분에 더 큰 이득을 기대하는 경우 말이에요. 유튜브를 떠올릴 수 있겠죠.”






유튜브의 경우엔 사뭇 달랐다. 저작권자는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쪽이 오히려 나았다. 이득이 되기에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셈이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어쩐지 맥락적으로 소리바다 사건 때처럼 부정적으로 보였다고 해야겠다. 소리바다 때문에 저작권자들은 호되게 홍역을 치르면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알리고 저작권 윤리를 보편화하려는 흐름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결과는 좋았지만 마냥 그런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음원 유통 사이트인 멜론, 벅스뮤직 등등에서 음원이 패키지로 묶여서 스트리밍되는 바람에 정당한 가격을 못 받았던 시행착오를 떠올린다면, 생소한 플랫폼인 유튜브의 출현이 달가울 리 없었다.


그런데 언뜻 유튜브에서는 오히려 저작권자의 주관 아래 적극적으로 공유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누군가 불법 다운로드를 받지 않아도 유튜브만 접속하면 해당 기획사나 방송사에서 공개해 놓은 해당 음원을 마음껏 들을 수 있었다. 유통 플랫폼과 이해관계가 맞은 덕분이다.


이용자들도 좋았다. 저작권자가 유튜브에 올리면 시청자들은 해당 음원을 돈 주고 감상하지 않는다. 광고를 약간 보거나, 그마저 귀찮을 때 1만 원을 유튜브에 지급하고 프리미엄 이용권을 구매하면 된다. 마치 멜론의 스트리밍 무제한 이용권처럼.

그것의 비용이 합당하게 기획사나 저작권자에게 지급되는가 하는 쟁점이 남는데, 만족스럽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또 설령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유튜브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음원의 노출 가능성이 세계 범위로 확장된다는 것은 분명 큰 실익이기 때문이다. 당장 크게 알려질 가능성은 없더라도 가능성의 상한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영세 기획사로서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중소 기획사 출신의 걸그룹인 피프티피프티가 빌보드에서 K팝 기록을 경신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용자는 무료로 음원을 감상하거나 약간의 비용을 유튜브에 지급하면 무제한에 가깝게 다양한 음원을 감상한다. 유튜브에서는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이용자 수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다. 음원을 올리는 저작권자는 충분히 합당한지 모르겠으나, 상당한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동시에 세계에 자신의 콘텐츠를 홍보할 기회가 열린다. 사실 K팝의 세계적 유행에는 유튜브의 공로를 외면하기 어려울 정도다.






“유튜브라는 조건 안에선 오히려 널리 퍼지도록 하는 편이 낫겠더군요. 처음엔 일본과 동남아, 그리고 중국 시장이었는데 이제는 전 세계로 확대되었으니, 음원 수익이 전부이던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죠. 공연 수익도 괜찮아지고요. 수익의 기대 상한선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올라갔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