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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Feb 01. 2024

어째서 지식재산권 중 저작권인가? #1

놀이글 & 칼럼

[목차: 저작권 태양계와 원시블랙홀]

◑ Part1. 지식재산권, 무형자산의 사유재산화

◑ Part2. 저작권 태양계와 원시블랙홀

♬ 저작권에도 기만적인 요소가 있다

♬ 어째서 지식재산권 중 저작권인가? ~#2

♬ 저작권 태양계

♬ 태양계 너머 원시 블랙홀, 탈저작권

♬ 탈저작권과 카피레프트에 관한 주석

♬ 카피레프트여, 수면 위로 드러나라

♬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 문화향유권

♬ 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해야 할 의무

◑ Part3. 몽상, 예술민주사회주의

소개글 및 상세 목차 더보기


- 실제로 저작권에 드러나는 기만적 유형이 지식재산권의 다른 권리에서는 그다지 특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 저작권은 문화예술의 다양한 발전을 보장한다는 명분이 있다. 실제로 제대로 생계조차 잇지 못한다고 해도 창의적인 작업을 이어 나가는 경우가 아주 많다.
- 저작권이 철저하게 자본주의 논리일 뿐이라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거기서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 저작권의 개성이다. 공동체의 이상적 방향과 자본주의의 현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 저작권에 대한 고찰은 유의미하다.






♬ 어째서 지식재산권 중 저작권인가?


그런데 어째서 유독 저작권일까? 다른 지식재산권에서도 기만적 유형이 도출되지는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 수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 글을 집필한 외적인 요인 때문에 저작권으로 범위를 좁히려는 이유도 있지만, 실제로 저작권에 드러나는 기만적 유형이 지식재산권의 다른 권리에서는 그다지 특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 유형부터 적용해 보자. 경쟁에 따라 반드시 열세에 놓이고 저작권료를 받는다는 게 무색할 만큼 무의미한 경우를 비판했다. 그런데 특허권은 더 심하다. 약간만 늦어도 특허로 인정받지 못해서 경쟁사들이 사활을 걸고 먼저 특허권을 독점하려고 노력한다. 또 어떤 특허는 유명무실해서 특허로서 가치가 없기도 하다.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를 문제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특허라면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고 산업적으로 필요하지 못한 것을 비판하기도 어렵다. 그냥 운에 따른 것이라 해야겠다. 만일 외부의 힘에 따른 시장의 선택이 달라지는 것이라 해도 그것은 본질적인 특허권의 한계도 아니다. 마치 철저하게 인기 위주의 대중음악 사이에서 인기가 없는 것을 뭐라고 할 수 없듯이, 이미 철저하게 시장 논리에 합의했다면, 실제로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특허권으로 생계가 보장되지 못한다고 뭐라 하기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현대 사회에서 의미 있는 특허의 경우, 대개 기업 단위로 연구를 진행한다.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일 것을 기대하면서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한다. 가난한 특허권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설정 자체가 궁색해진다.

상표권이나 퍼블리시티권도 이미 그 정도로 인지도가 있다면, 생계에 무리가 갈 정도가 아니며, 시장 논리에 따른 평가만 적용해도 충분한 영역이다.






반면 저작권은 문화예술의 다양한 발전을 보장한다는 명분이 있다. 실제로 제대로 생계조차 잇지 못한다고 해도 창의적인 작업을 이어 나가는 경우가 아주 많다. 어쩌면 인기 있는 팝 음악 분야에서보다 더 유의미한 작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시장 논리에 맞춰 선택받는 경우만이 능사는 아니다.


천재여, 기필코 그대를 무덤에서 불러내리니!
“인기가 없어도 뛰어난 음악이 많다고 봐요. 이를 ‘저평가된 창의력’이라고 표현해요. 대중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장르도 있는 법이니까요. 다양성에는 긍정적이라고 보지만, 영향력 면에서는 0점에 가깝죠.
요즘엔 세계적 영향력이 없으면 실력이 있어도 대중음악사에서 거론되기 어려운 구조다 보니, 이들의 열세를 위로할 방법도 적어지죠. 하나의 슈퍼스타가 떠오를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실력파 아티스트가 포진해 있었는지 상기하다 보면 절로 숙연해져요.”






두 번째 유형의 경우엔 지식재산권이 지닌 공통적인 내재적 한계로 보인다. 다만 저작권자들은 상대적으로 가장 약자로 분류될 경우가 많아서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가난한 예술가가 자기 작품을 강탈당한다면 그 사건의 강도가 세다.


물론 특허권과 상표권 역시 부당하게 거대 기업에서 작은 기업의 무형자산을 착취하거나 부당하게 탈취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현재에도 그런 사례들이 있으며, 저작권자라면 특히 최근 유통 기업들이 정당한 가격을 지급하지 않고 저작권을 빼앗거나 간접적인 효과를 누리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이 경우엔 퍼블리시티권이 특징적으로 재산권의 성격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도 볼 수 있다. 아직은 명예훼손과 관련된 성격도 강한데, 차츰 재산권의 성격이 강해지더라도, 향후에도 예를 들어 초상권과 연계해서 한 개인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재산권의 범위가 정해질 듯하다. 아무리 기업이 한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을 사들인다 해도, 그 사람이 자기 얼굴을 아무데나 쓰기를 원하는 않을 테니.


“내 얼굴 아무데나 쓰지 마쇼. 참말로 고운 얼굴이란 말이오.”






셋째로 저작권 갑부가 선명하고 강렬한 준거 모델 역할을 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래서 그처럼 되기 위해 체제 친화적인 미덕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부드럽게 보여준다. 특히 자본이 없는 이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창의적 노동을 할 때 여전히 자본주의 체제는 기회의 시스템이라는 암시를 준다.


그것이 매우 낮은 성공률을 보이는 희망 고문이기에 사람들은 공정한 규칙을 통해 경쟁하다가 깨졌다는 것을 자책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또 그러한 창의적 재능이 없는 일반 노동을 하면서 창의적인 저작권 갑부보다 보상을 불공정할 정도로 덜 받는 것도 감수한다. 스스로 고부가가치의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렇다면 특허권이나 상표권은 어떨까? 대개 이 경우엔 기업의 형태로 주체가 될 경우가 많다. 아무리 양보하더라도, 자영업자가 브랜드를 개발해서 프랜차이즈를 성공시키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이것은 자본이 있는 이들의 성공이고, 일반 노동으로 일군 이미지를 토대로 사업에 성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퍼블리시티권의 경우에도, 이미 그 정도를 행사할 만큼 유명인이라면, 저작물을 창작하는 것과 달리 일반 노동이나 창의 노동이든 다채로운 방식으로 성공을 일군 경우다. 저작물이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나 노동이 지속되어야 하는 셈이다. 심지어 자본가일 수도 있다.

어떤 특정한 성공 모델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자본주의 친화적인 가치를 학습하고 내면화하는 것은 맞지만, 반드시 창의적 재능만으로 맨 땅에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만을 보여주지도 않고, 일반 노동을 격하하는 일관된 특징도 보이진 않는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식재산권 중 기만적 속성을 잘 드러내는 권리가 저작권이다. 저작권이 단순히 자본주의 논리를 따른다기보다는 문화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깊이 있는 문화를 창조하려는 명분도 있기에 생기는 모순이다.


저작권이 철저하게 자본주의 논리일 뿐이라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거기서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 저작권의 개성이다. 공동체의 이상적 방향과 자본주의의 현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 저작권에 대한 고찰은 유의미하다.






“저작권자 중 밀려난 자들이 더 뛰어난 창작 활동을 할 수도 있고, 그런 사례는 많죠. 돈을 벌 수 있는 권리로도, 사실상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요. 또 재산권이 핵심적으로 기능한다고 해도, 자기 자식 같은 창작품을 지키려 할 때 재산권의 의미를 넘어설 때가 많죠. 표절에 대한 명예를 건 사투도 예술가 자신에게는 단순히 돈 문제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닐 수 있어요.”


“그런데도 압도적으로 출세한 저작권 갑부를 보면 자기가 옳은 길을 가는 것인지, 회의가 들 수도 있겠죠. 저작권은 그 경계에서 우리를 혼란스럽게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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