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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Feb 03. 2024

어째서 지식재산권 중 저작권인가? #2

놀이글 & 칼럼

[목차: 저작권 태양계와 원시블랙홀]

◑ Part1. 지식재산권, 무형자산의 사유재산화

◑ Part2. 저작권 태양계와 원시블랙홀

♬ 저작권에도 기만적인 요소가 있다

♬ 어째서 지식재산권 중 저작권인가? ~#2

♬ 저작권 태양계

♬ 태양계 너머 원시 블랙홀, 탈저작권

♬ 탈저작권과 카피레프트에 관한 주석

♬ 카피레프트여, 수면 위로 드러나라

♬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 문화향유권

♬ 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해야 할 의무

◑ Part3. 몽상, 예술민주사회주의

소개글 및 상세 목차 더보기


- 저작권은 ‘인류의 공유자산’과 ‘개인의 독창성’ 사이에서 경계가 희미할 때도 있다. 특허권과 상표권이 비교적 과거 유산으로부터 경계가 선명한 편이고, 절차에 따라 각 지역에서 권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방식주의다. 반면 무방식주의인 저작권은 조금 더 첨단에 서 있다. 창작하는 순간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어디까지가 창작자의 독창성인지 사례별로 판단해야 한다. 무형자산의 영역이 더 넓어진 사례인 셈이다.
-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첨단의 관점에 보면 퍼블리시티권도 첨단의 면이 있는데, 유명인의 이름 등까지도 무형자산의 사유재산화의 방식으로 권리를 개척해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저작권은 ‘인류의 공유자산’과 ‘개인의 독창성’ 사이에서 경계가 희미할 때도 있다. 특허권과 상표권의 경우 비교적 과거 유산으로부터 경계가 선명한 편이고, 절차에 따라 각 지역에서 권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방식주의다.


“퍼블리시티권은 과거에 빚지지 않고 개인 영역의 경계가 선명하긴 하지만, 간혹 동명이인의 경우 법적 판단이 필요하고요.”






반면 무방식주의인 저작권은 조금 더 첨단에 서 있다. 창작하는 순간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어디까지가 창작자의 독창성인지 사례별로 판단해야 한다. 무형자산의 영역이 더 넓어진 사례인 셈이다.


“특히 저작권이 주로 작동하는 분야에서는 인류 공유자산의 토대에서 개발될 여지가 더 많다고 봐야겠죠. 그야말로 뉴턴의 말처럼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야만 그나마 저작물이라 할 만한 게 나온다고 봐야죠.
남의 문장이 아니고서는 한 줄도 제대로 나갈 수 없지만, 또 그 안에서도 개성을 찾아야 하죠. 우리는 어쩌면 더부살이 인생이에요. 거기에 한 줄을 얹으면 성공한 거죠.”






“소설이라든지 음악이라든지 하는 작품들은 특허와 달리 특정한 내용 자체를 쓰지 못하는 건 아니잖아요. 굉장히 특이한 내용이라 그 자체로 해당 작품의 개성이라 누구나 인정한다면 모를까, 보통은 흔한 내용이니까요.

특허에선 내용 자체를 함부로 담을 수 없을 만큼 엄격한데, 예술 작품에서는 내용의 기본 흐름 자체는 수없이 재탕한 전통적 선율이나 줄거리도 허용되니까요.”


“우리가 일상에서 일어난 일을 담았다고 해서 그것을 먼저 출판한 사람이 잠자고 밥 먹고 사랑하고 실연한 얘기라며 소송을 걸 순 없겠죠. 그건 인류의 공통 무형 자산이죠.

그래서 문체라든지 독특한 구성이라든지,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이나 설정에서 매우 개성적인 데가 있을 때 그 부분을 저작권으로 지켜주곤 하잖아요. 그게 어디서부터 경계가 그어지는지 모호하죠. 그래서 판결을 받아 봐야 아는 거고요.”






“문을 열어보기 전까진 이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 알 수 없어요. 어디까지가 빙산의 일각에 해당하는지, 즉 어디까지가 작가 개성으로 인정된 저작권 보호의 대상인지, 또 어디서부터 빙산의 거대한 밑부분인 공유 자산인지 직관적으로 확신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러면 무의식적으로 표절한 부분 말인데, 그 표절의 출발점이 공유자산이었다면, 거기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다른 이의 것을 표절했다기보다는 인류 유산에서 추론한 것으로 봐야 할까요? 딱 무 자르듯 판단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언제나 논란이 남죠. 어떤 사람은 장르의 전형성이라고 할 거고, 어떤 사람은 표절이라 할 거고요.”


“짧은 선율을 작곡하는 것이라면 확률적으로 무의식적 표절이 가능할 것 같기는 하거든요. 우주의 조합도 확률적인 법칙이 적용되고, 전 세계적으로 보면 도플갱어처럼 엇비슷한 사람이 있을 확률이 높듯이요. 짧은 선율이나 시나 광고 문구라면, 정말 전혀 보지 않았는데 생각의 유사성 탓에 표절의 늪으로 자기도 모르게 빠진 것일 수도 있다고 봐요.”


“사고방식의 공유 자산이라고 해야 할까요? 장르 법칙 등의 무형 자산 말고도, 인간의 사고 습관상 추론과 연상이 유사해지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짧은 창작물에선 이런 전형적 사고방식만으로도 창작의 고유성과 공유 자산 간의 경계는 불분명해지겠죠.

예를 들어 밝은 분위기의 장르에서 한 줄만 써야 하는 것이라면, 게다가 결과의 전형성마저 정해져 있다면 나올 수 있을 선택지는 좁아지죠. 하이쿠처럼요.






‘추론 방식 등 사고방식의 유사성’이나 ‘장르의 법칙’이라는 공유 자산을 활용한 건지, 남의 개성을 베낀 건지 불확실할 때가 있어요. 짧은 결과물을 내야 할 경우에 ‘같은 단서로 비슷한 조건을 두었다면’ 충분히 비슷하게 생각해서 결과물을 도출할 여지가 있거든요. 그때는 법의 판단에 맡겨야 하죠.


어떻게 해도 모호하긴 하죠. 엇비슷한 이야기가 보이면 혹시나 해서 불안해지고요. 서로가 표절하지 않았다고 하겠지만, 알 수 없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팬들이 보기에 조금만 비슷한 인상을 받으면, 표절 시비가 이는 거겠죠.

늘 예상치 못한 표절 시비가 일지 않을까 두렵기도 할 거에요. 이럴 때 무의식적 표절이란 말이 정말 가능한 건지, 아니면 그냥 변호를 위한 공허한 논리인지 궁금해지죠.

목이 마르는군요. 끝나지 않을 길 위에 있는 것 같아요.






“공유 자산인 인류 유산 위에 자기 개성을 세워서 저작물을 창작하기에 늘 원죄의 불안에 시달리죠.

남의 개성을 명백히 훔쳤다면 범죄지만, 우리도 남의 것인지 공유 자산인지 알 수 없어요. 우리의 정신과 무의식이 어디서부터 이어졌는지도요. 카피레프트의 유령이 온 우주의 암흑 에너지로 배회하는 거죠. 거창한 변명이라고 비난하셔도 감히 말해봅니다.”


항상 자신이 공유 자산을 빌려온 것인지, 남의 저작권에 해당할 만한 개성을 훔친 것일지 모호할 때면, 빛도 없는 암흑의 공간에서 ‘카피레프트!’라고 편의적으로 소리칠지도 몰라요. 그러다 돈을 벌어야 할 때는 ‘카피라이트!’라고 외치며 철판을 깔겠죠. (웃음)

<원죄, 원죄 하니 어쩐지 원죄가 드러나면 좋겠네그려. 대체 그게 있기는 한 거요?>라고 어깃장을 놓겠죠.”






저작권이 지식재산권 개념 중에서 민감하다고 여기는 이유를 단적으로 꼽자면, 특허와 달리 장르의 문법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이 고전 등 인류문화 유산에 크게 빚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어디까지가 창작자의 개성이어야 할지 모호해지고, 무형자산의 사유재산화를 인류 문화 유산의 영역까지 진행하다 보니, 여러 충돌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특허와 달리 내용 자체를 타인이 활용할 수 없도록 금지할 순 없어요.”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첨단의 관점에 보면 퍼블리시티권도 첨단의 면이 있는데, 유명인의 이름 등까지도 무형자산의 사유재산화의 방식으로 권리를 개척해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는 앞에서 언급한 외적인 저술 동기까지 고려하여, 공동체의 문화 발전과 가난한 창작자의 복지 증진의 관점에서 저작권을 택하였고, 그곳에서부터 그 너머를 추론하고 적극적으로 몽상까지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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