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Part2 (45~47F)
글쓰기 외전: 스타일 Part2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27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45~47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투고 이메일: 번호글의 스테레오타입
어떤 형식을 고민할 때 그것의 정형성, 진부할 정도로 반복되는 형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형식을 떠올릴 때 습관처럼 연상되는 패턴이 확고할 때 그것으로부터 확장하거나 변증하거나 대척점에 설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모음집에서는 번호글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해서도 고민하였습니다. 물론 그 역시 시민 참여적 글쓰기라는 대전제 아래 조금 단순하고 쉽게 따라할 수 있으면서 소재 흡수성이 높은 형식이라면 더더욱 좋겠다 여겼습니다.
그런 점에서 첫째 작품 <우리 모두 빈소에 있었다>에선 삼행시편 제목을 변형하여 되도록 삼행시 제목으로 흐름을 잡아서 전체 번호글(박스글) 흐름을 잡으려 해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길이가 짧아지긴 하였습니다. <방에 있다>에서는 에세이적 특징, 사소설적 특징을 통하여 내면적 진술을 좇아가보려고 했습니다. 삼행시편의 핵심을 밀고 당기면서 조금 유연하게 번호글의 흐름을 만들어보려고 했습니다. <꿈속에서> 역시 이러한 흐름을 유지하였습니다.
스테레오타입으로 유력하게 염두에 두는 건 <숙희였던 게이코와 에밀리 디킨슨>과 <자기만의 방이 없는 죄로>입니다. 이 두 삼행시 콜라주에선 우선 번호글을 여러 군데 배치하여, 삼행시편과의 관계성을 긴밀하게 배치하여 흐름을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노력했습니다. ‘바텀업’으로 콜라주의 특색을 드러내더라도 지나치게 거칠지 않도록 박스글(번호글)당 삼행시편 수를 낮추는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삼행시의 이야기가 다른 데서 덜 새고, 그만큼 이야기 밀도가 높아지니까요. 영상으로 치면 삼행시편이 ‘이야기가 있는 OST’ 같은 역할을 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시민 참여적인 글쓰기까지 염두에 둘 때 방법적으로 조금 쉬우면 좋겠다 여겼습니다. 그러다 번호글에서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인터뷰 형식을 고려했습니다. 말을 따는 것으로 창작의 토대를 마련하고 가공 과정을 줄이는 것이죠. <숙희였던 게이코와 에밀리 디킨슨>의 경우엔 페이크 다큐 인터뷰 형식이라고 할 수도 있고, 달리 보면 1인칭 고백의 방식에 할머니의 인터뷰 영상 자료가 삽입되는 것이기도 해서 과도기적 특성이 있습니다. 시점이 여성 화자가 결혼한 시점부터 중년(노년)에 이르는 시점까지를 포괄하고 있고, 할머니의 자료는 인터뷰 기록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큐 감독이 가족 일대기를 다큐로 찍기 위해 수십 년간 간헐적으로 취재한다고 보면 가능한 내용이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러기 어렵기에 다큐 인터뷰와 1인칭 소설의 화자 진술의 중간 지점으로 보았습니다.
이걸 바탕에 두고 <자기만의 방이 없는 죄로>는 다큐 감독이 인터뷰 영상을 수집한다는 설정 안에서 말을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각 인터뷰를 대화 형식으로 할 수도 있지만, 가급적 인물들의 발언을 나누어서, 그 관계를 감독이 편집 연결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편의적이지만 여러 조합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들에 대해 초월적 평가가 필요할 때는 감독의 메모나 감독이 수집한 자료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창작자의 촌평이나 제3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개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글들에선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이처럼 여러 혼종적 글 형식을 단일한 다큐 인터뷰 형식이란 기존 관습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가능하다 보았습니다. 소설처럼 정교한 서사를 구축하는 것보다는 조금 단순한 형태지만요.
부가적으로 말의 느슨한 유연성 덕분에 각종 혼종적 정보가 말이라는 하나의 틀에서 호환 가능해지고, 삼행시편이 숨 쉴 공간이 생깁니다. 또 잡담이란 형식으로도 말은 친숙합니다. 말에서 풀려나오는 이야기는 신변잡기적이고 에피소드적이고 편집에 따라 소설적이며 자연스럽게 사상을 내포할 수 있습니다. 인물의 불완전성을 표현하기 좋다는 점에서도 제게는 매력적이었습니다. 각각의 다큐 인터뷰 영상이라는 형식은 다큐멘터리적 형식보다도 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다큐 자체엔 시간상 편집된 적은 분량의 말이 들어가지만, 인터뷰 영상 미공개분에는 해당 인터뷰 대상자의 더 많은 말이 충실히 담겨 있으니까요. 그걸 감독이 배치한다는 설정, 그렇게 감독의 작업을 좇아가면서 그 인물들의 말이 소개된다는 장르적 설정을 상상하였습니다. 그 사이마다 삼행시편은 OST 역할을 하거나, 또 다른 가능성의 삶을 보여주거나, 번호글의 인물이 지닌 한계로 말이 다 드러내지 못한 모호한 상황에 대한 정리를 하는 역할을 합니다.
무엇보다 교양적으로 어떤 이론 등을 소개하는 글을 쓸 때 이견을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전문가가 발언하게 하여, 다큐적으로 교양서적인 상상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다고 보기에 향후에도 정형화된 형식 안에서 생각을 풀어내기에 알맞다고 보았습니다. 물론 이는 현재 시점의 생각이고, 그런 의도로 이런 형식을 채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