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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a Aug 21. 2022

죽고 사는 게 1초 사이더라.

생과 사의 간격

지금 내 앞에는 내가 그렇게도 미워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너무나 사랑했던 나의 아빠가 조용히 다가오고 있는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단 몇 분 전만 해도 힘을 내어 산소 호흡기 사이로 가족 한 명 한 명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남겼지만 이제는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워하며 초점 없는 눈동자가 자꾸만 감기고 있다. 나는 아빠에게 조금만 힘을 내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빠는 이미 너무 오랫동안 힘을 쓰며 버텼기에 이제는 남아 있을 힘도 없었겠지만 혹여나 힘이 남아있더라도 더 이상은 힘을 쓰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나는 가만히 아빠를 쓰다듬으며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사랑한다는 말을 쉬지 않고 전했다. 

만약 이 병실에 우리가 볼 수 없는 천사가 와 있다면 그 천사와 함께 어둠이 아닌 빛만 보고 가라며 말을 전했다. 내가 믿는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남은 힘을 다해서 빛의 그곳을 도착해야 하니깐 정신을 차리고 곧장 그곳으로 따라가라고 말을 했다. 그래야 그곳에서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점점 느려지는 맥박과 호흡에 의사 선생님은 자가 호흡이 거의 되지 않는 상태라 하셨다. 산소 호흡기 사이로 밀려 들어오는 산소로 겨우 호흡이 유지되고 있었지만 곧 아빠는 그 마지막 호흡까지도 멈추셨다.

엄마는 그 모습을 보며 아빠를 부르며 큰 소리로 눈물을 흘렸지만 나는 아직 식지 않은 아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사랑한다는 말을 여전히 전했다.


"아빠 사랑해, 내 말 들리지? 아빠 내가 말한 대로 빛만 보고 걸어가야 해. 알았지? 다른 데로 가서는 안돼. 

우리 다시 만날 거니깐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너무 수고 많았어 아빠. 잘 가. 정말 사랑해.


아빠는 5년간 전신마비로 병원에 계시다가 그날 그렇게 천국으로 떠났다.

임종을 바라보면서 나는 죽음이라는 것이 1초보다 더 작은 시간의 차이로 삶이 죽음의 세상으로 바뀌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누구보다도 죽음을 두려워하던 아빠였지만 죽음의 문 앞에 서있는 그 시간 동안은 두려움은 사라지고 아픔 없이 평안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죽음이 아픔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죽음의 순간을 시간으로 계산하면 분명 1초도 안 되는 시간일 것이다. 아니 나눌 수 조차 없는 시간이라 말하는 게 옳겠다. 그런데 우리는 이 1초도 안 되는 그 죽음의 순간을 두려워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어렸을 때 죽음이라는 것은 아주 아프고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아마도 전쟁영화에서 총이나 칼을 맞고 죽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파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으로 각인되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빠의 경우에도 외 할머니의 경우에도 고통스러운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아픔이 없이 평안한 모습이었으니까... 물론 내가 직접 죽어봐야 알겠지만 지금의 생각으로 나는, 언젠가 마주하게 될 가장 소중한 그 1초도 안 되는 시간을 아름답게 맞이하고 우리가 온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셨다.

우리가 온 그곳에서 다시 삶을 시작하게 될 것이니 두려움보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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