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임자 Jul 25. 2024

혹시, 그래도, 다른 스마트폰이 필요해?

당장 반드시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

2023. 12. 21.

<사진 임자 = 글임자 >


"너도 이제 스마트폰이 생겼는데 '혹시', '그래도' '다른' 스마트폰이 필요해?"

"아니. 엄마, 나는 이거 있으니까 다른 스마트폰은 없어도 돼."

"정말?"

"응. 이거 있는데 왜 필요해. 나 이제 안 사줘도 돼."

"하긴, 그 정도면 괜찮지.(=어차피 엄마는 지금 너한테 전혀 사 줄 생각은 없어)"


6살 딸과 4살 아들이 종이 접기로 스마트폰을 만들고 한참 동안 신나게 가지고 놀고 난 후(정말이지 그들은 아주 신나게, 비록 소재가 종이 한 장짜리도 만들어진 스마트폰일망정) 그래도 혹시 그 요망한 것이 필요하냐고 내가 딸에게 물었다.

불과 하루 전만 하더라도 보통 사람들이 쓰는(최소한 종이로 만든 것은 아닌) 그런 종류의 스마트폰 타령을 했던 어린이답지 않게 포기가 빨랐다.

나는 분명히 물어봤다.

나중에 딴 소리 하기 없기다!


지극히 주관적인 내 입장에서는 6살 정도의 어린이에게 스마트폰이란 딱 저 정도가 적당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물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장난감 스마트폰 그런 것도 시중에는 많이 나와 있긴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아니 그쪽으로 눈을 돌릴 새도 없이 딸은 종이 스마트폰으로 이미 만족스러워했다.(고 그때 나는 단단히 믿게 됐다.) 왜냐면 그 나이의 어린이는 스마트폰이라는 최신식 기기가 탐나서라기보다는 다만 단순히 '놀이'로서의 역할을 하는 그런 정도만 되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도 당시에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전화 좀 걸고 사진 좀 찍고 하는 그 정도 선에서 지극히 아주 단순한 활동만 하는 정도로만 사용했으니까 말이다. 지금은 조금 사정이 달라져서 그 당시보다는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6살에게는 '진짜' 스마트폰은 솔직히 과분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애초에 반드시 필요한 시기가 오지 않는 한은 그것을 사 줄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게다가 이제 겨우 6살짜리가 스마트폰이라니!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이다.


"저번에 합격이가 친구들이 어린이집에서 스마트폰 다 쓰는데 자기만 없다고 그러더라. 근데 어제 종이 접기로 스마트폰 접어서 그거 가지고 노는 거 있지. 사진을 수 십장 찍고 놀았다니까. 그거 보고 있으니까 대견하기도 하고 너무 웃겼어."

다음날 출근해서 직원들에게 간밤에 있었던 (우립집에서 만) 획기적인 사건에 대해 말했다.

"아휴, 그냥 하나 사줘. 왜 그래?"

한 직원이 그렇게 말했다.

어린이다운 발상에 나와 같이 깔깔 웃으면서도 한마디 하셨다.

"어린이집만 다니는데 무슨 스마트폰이 필요해?"

"왜 애들을 그렇게 키워? 하여튼 걸핏하면 종이 접기야."

"애들이 그 나이에 종이접기 하고 놀면 딱이지 뭐."

물론 그 직원은 전혀 악의 없이 한 말이란 걸 잘 안다.

사실 그즈음에 나는 '종이접기'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으로 완전히 눈멀어 있었다고 고백하는 바이다.

그 직원 말은 맞다. 나는 우선 아이들에게 종이 접기로 뭐든지 접어 보라고 권유(나는 권유라고 주장하지만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제 와서 굳이 알고 싶지도 않고, 아는 게 두렵다...)했었다.

마침 두 아이는 종이 접기에 재미를 붙이고 세상 오만가지 것들을 다 접어버렸다.

남매의 그 신통방통한 재주에 호들갑을 떨며 맞장구쳐 주자 더욱 신이 난 그들은 내게 자꾸 '공깃밥 하나 추가요' 하듯이 먼저 산 색종이가 반도 남지 않게 될 때면 '색종이 200장 더 추가'를 외쳐댔다. 언제나 색종이를 목말라했다.


절대 그럴 리는 없지만 만약에 내가 그때 딸에게 스마트폰을 사줬더라면 어땠을까?

우리 집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고들 한다.

어쩔 땐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쩔 땐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나는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 줄 시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정확한 답이란, 특히나 이런 면에서는 정답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저 나는 당시의 딸에게는 차갑고 딱딱한 기계보다도 찢어지고 구겨져서 결국에는 너덜너덜해질지라도 '종이 스마트폰'이 더 근사하게 어울릴 거라고 판단했다. 태생적인 그 나약함(종이로 만들었으니 내구성 같은 건 오래 기대할 바가 아니었으므로)때문에 딸은 그것을 더 조심히 다루었다. 가끔 내가 기계 대하듯 할 때면

"엄마. 그러다가 내 스마트폰 고장 나. 조심해."

이러면서 잽싸게 나를 제지하고 나서곤 했으니까.

남이 보기엔 내가 너무 유난스러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키우는 게 나만(남편도 동의한)의 방식이다.

세상에 많은 어린이가 있고 저마다의 개성이 있듯, 부모도 각각 그들만의 양육 방식이 있는 것이다.

다만, 그뿐이다.


                     

이전 04화 그래, 6살이면 스마트폰이 있어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