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임자 Aug 08. 2024

난 사 줄 생각이 없고, 넌 살 돈이 없지

그러니까 마침 잘 됐지?

2024. 8. 7.

< 사진 임자 = 글임자 >


"그런데 너희 돈은 있어?"

"돈은 왜?"

"스마트폰 사고 싶다며?"

"응."

"돈을 주고 사야 할 거 아니야?"

"나 지갑에 만원도 있고, 천원도 있고 많아."

"많이 있어야 할 텐데?"

"왜?"

"잘은 모르지만 스마트폰이 가격이 좀 비싸거든."

"엄마 아빠가 사 주는 거 아니었어?"

"너희 스마트폰을 왜 엄마 아빠가 사 주지? 그것도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얼마면 살 수 있을까?"

"좀 비쌀걸?"

"만 원이면 돼?"

"만원이 수 십장은 있어야 할걸?"

"그렇게나 많이?"

"엄마도 직접 사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너희한테는 큰돈이야."

"스마트폰이 그렇게 비싼 거였어?"

"스마트한 폰이니까 그렇지. 그냥 폰이 아니잖아."

"그럼 어떡하지? 우린 그렇게 많은 돈이 없는데..."

"없으면 안 사면 되지."

"그래도 사고 싶어."

"사고 싶은 마음만으로 물건을 살 수는 없어. 일단 그걸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돼야지."

"엄마는 엄마가 샀어?"

"아니. 아빠가 사주더라. 엄마는 처음에 살 때도 그렇게 필요성을 못 느꼈어. 엄마는 주로 전화나 문자 정도만 하는 용도로 핸드폰을 썼었거든. 엄마는 서른두 살 때까지는 폴더폰 썼던 것 같아. 엄마는 어른이고 직장 생활을 했어도 그렇게까지 스마트폰이 필요하다고 못 느꼈거든. 그런데 너희는 벌써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하네."

"그냥 엄마 아빠가 사주면 안 돼?"

"안되지."

"왜?"

"일단 너희는 지금 당장 그게 필요하지 않아. 일단 쓸 일이 없어. 그리고 어린이 신분에 스마트폰은 과해."

"과한 게 뭔데?"

"지나치다는 거지. 한마디로 기본적으로 너희는 벌이가 없잖아. 그러니까 돈을 벌고 있지 않잖아, 어린이니까."

"그럼 나중에 우리도 엄마 아빠처럼 돈 벌면 사도 되겠네."

"그렇지. 너희가 커서 돈을 직접 벌면 스마트폰을 사든 팔든 너희가 알아서 할 일이지."

"내 친구들은 다 부모님이 사 주던데."

"부모님이 다 사준 건지 용돈으로 산 건지 그건 우리가 모르지. 그리고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고. 아무튼 우리 집에서는 엄마 아빠가 너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까지는 사지 않을 거야."

"그럼 언제 사 줄 건데?"

"언제라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어. 상황을 봐 가면서 판단할 거니까. 그건 엄마랑 아빠가 의논해서 결정할게."

"언제쯤 사 줄 건데?"

"아마도 스무 살 정도?"

"너무 늦잖아."

"엄마가 말했지. 상황을 봐 가면서 판단할 거라고. 스무 살이 안 됐어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때 신중히 판단해야지."

"내 친구들은 유치원 다닐 때도 있었는데."

"네 친구들이 언제부터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니야. 엄마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필요성이라니까."

"그래도 내 친구들 부모님은 사 주잖아."

"그건 우리 집이랑 전혀 상관없다니까. 남의 일이야. 자꾸 친구네 얘기하는 건 지금 아무 도움이 안돼. 그 집은 그 집 부모님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 집은 엄마 아빠가 잘 알아서 할게. 남이 어떻게 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니야. 네 친구들이 하는 대로 무조건 따라 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돼. 다 각자 사정이 있는 거야. 그러니까 집마다 상황이 다르니까 무조건 똑같이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는 거야."

"내 친구들 부모님은 왜 스마트폰을 사 줬을까? 엄마랑 아빠는 안 사주는데?"

"그거야 엄마도 모르지. 뭔가 생각이 있어서 그랬겠지. 그분들 생각에는 필요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고. 중요한 건 사람들마다 다 환경이 다르니까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어. 아무튼 여기서 네 친구들 얘기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어. 넌 네 친구가 아니잖아. 친구는 친구고 너는 너잖아, 안 그래?"

"그렇지."

"우리 상황만 놓고 생각을 해야지. 그러니까 남의 얘기는 할 필요도 없고 나중에라도 혹시 정말 스마트폰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그때 다시 또 얘기해 보자. 엄마 아빠도 무조건 안 사주겠다는 건 아니니까. 물건을 살 때는 남들이 산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서 살 필요도 없어. 그리고 하나를 사더라도 신중해야 돼. 그게 비싸든 안 비싸든 말이야. 엄마 아빠가 너희가 원하다고 해서 별생각 없이 아무 거나 다 사주는 게 과연 너희한테 좋을까? 엄마랑 아빠는 그건 정말 안 좋다고 생각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응."

"일단은 엄마 아빠는 지금 스마트폰을 사줄 생각이 전혀 없고, 너희는 그걸 살 돈이 없잖아. 그럼 지금은 살 수 없는 거지."

"그래. 어차피 우리는 살 돈이 없어."

"그래. 그럼 이쯤에서 스마트폰 얘기는 그만해도 되겠지? 나중에 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말해줘."

"알았어."


그렇게 남매는 올해 4학년, 6학년이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