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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Nov 07. 2024

스물세 살 때였지, 아마?

처음 만난 그때

2024. 10. 5.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삐삐라고 알아?"

"알지."

"옛날에는 삐삐가 있었다며?

"응."

"그럼 엄마도 삐삐 썼어?"

"아니."

"왜?"

"엄마는 평생 삐삐 구경도 못해봤어."


삐삐라고,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도 들어는 봤지만 그것을 소유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TV에서 구경은 해 봤다. 남들이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보기는 했다. 짝사랑하던 과 오빠에게 수도 없이 연락을 해 보려고(스터 커는 아님 주의!) 시도는 해봤었다.


"옛날 사람들은 다 삐삐를 썼다던데 엄마는 왜 안 썼어?"

"응. 그걸 쓰는 사람도 있고 안 쓰는 사람도 있는 거지."

"그래? 근데 왜 엄마는 안 쓴 거야?"

"엄마는 삐삐가 그렇게 필요하다고는 안 느꼈거든."

"그랬구나."

"있으면 좋을 수도 있겠고 편할 수도 있었겠지만 엄마는 별로 필요가 없더라. 그래서 아예 살 생각도 안 했어."

"그래? 그래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럴지도 모르지."

"그럼 엄마는 언제 스마트폰 샀어?"

"너 낳고 몇 개월 있다가 샀지."

"정말?"

"그래. 그러니까 엄마가 서른세 살 정도 됐을 때겠지."

"그렇게 늦게 샀어?"

"응. 아빠가 너 낳고 나니까 그게 필요할 것 같아서 엄마한테 사 준 거야."

"그럼 아빠가 사 준거였어? 엄마가 산 게 아니고?"

"그렇다니까. 엄마는 그전까지 굳이 스마트폰을 쓸 필요성을 못 느꼈거든. 그리고 그때는 스마트폰을 너도나도 다 가지고 있던 때는 아니었던 것 같아. 지금은 다 그걸 가지고 있지만 말이야."

"늦게 샀네."

"그렇지. 엄마는 별로 필요 없다고 했는데 아빠가 일단 사 온 거야. 너 임신했을 때 아빠가 그때 시험에 붙었잖아. 첫 발령지가 섬이었는데 엄마는 그때 출산 휴가 중이라 너랑 집에서 둘이 살 때였지. 네 사진 많이 찍어서 보내 주라고 사 준 거였어. 아빠랑 엄마랑 떨어져 사니까, 주말에만 집에 올 수 있으니까(그때가 격하게 그리워진다, 다시 오지 않을 호시절이, 전생에 나라를 몇 번 구했던 게 아닌가 싶게 축복받은 주말 부부였던 시절이...)"

"아, 그랬구나."

"스마트폰이 좋긴 하더라 엄마도 써 보니까."

"그럼 그전에는 어떻게 했어? 핸드폰 없었어?"

"그전에는 그냥 일반 휴대폰 썼었지."

"스마트폰이 아니고?"

"응. 지금 외할머니가 쓰시는 그런 핸드폰 말이야."

"그건 언제 샀는데?"

"대학교 4학년 때. 아마 스물세 살 정도 됐을 때였을 거야."

"정말?"

"응. 엄만 그때도 핸드폰이 없어도 그런대로 괜찮았거든. 그런데 외할아버지가 하나 사주셨어. 아마 그때 핸드폰 없던 사람은 엄마 주변에 엄마밖에 없었을 거야. 처음엔 엄마한테 핸드폰 생기니까 정말 신기하고 좋더라. 완전 신세계였다니까."

"정말 그랬겠다."

"없을 때는 없는 대로 그냥 살겠더니 또 한 번 생기니까 또 거기에 익숙해지더라."

"정말 좋았겠다."

"좋았지. 별 게 다 신기하더라. 사진 찍히는 것도 신기하고 문자 보내는 것도 신기하고. 물론 화질도 엄청 별로고 특별한 기능도 없고 그랬었지만 말이야."

"그랬겠다."

"너도 처음에 핸드폰 샀을 때 정말 좋았잖아. 얼마나 좋아했어? 맨날 사진 찍고 엄마한테 보여주고 문자 보내고 이것저것 다 해 보면서 신기해했잖아. 엄마도 그때 그랬어."

"하긴, 나도 처음에 핸드폰 샀을 때는 정말 좋았었는데."

"처음엔 핸드폰 하나만 갖게 되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는데 이젠 너도 스마트폰이 또 갖고 싶지? 사람이 이렇게 만족을 모른다니까.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고. 다들 그럴 거야."

"맞아."

"엄마도 대학교 때 처음 핸드폰 생긴 게 그렇게 좋더니 그것도 얼마 오래 안 가더라. 그냥 거기에 만족하고 살았는데 아빠가 스마트폰으로 바꿔주니까 그게 또 완전 신세계인 거야. 얼마나 신기하고 좋던지... 네 사진이랑 동영상 실컷 찍어서 아빠한테 보내주니까 정말 좋았어. 왜 그렇게 좋은 것을 이제야 샀을까 싶었지.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니까."

"엄마가?"

"그럼."

"엄마가 그럴 줄은 몰랐는데."

"좋긴 좋더라 이 말이지. 봐봐. 엄만 첫 핸드폰을 스무 살도 넘어서 샀고 스마트폰으로 바꾼 건 서른 살이 넘어서였어. 근데 너는 벌써 스마트폰이 갖고 싶다고 하니..."

"에이, 엄마 그때랑 지금은 다르지."

"그래, 그렇긴 하지. 아무튼 그렇단 말이야. 엄마 때에 비하면 너희는 정말 호강에 겨워 사는 거라니까."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너도 스마트폰은 스무 살 넘어서 사는 건 어때?"

"엄마, 그건 너무 멀리 갔다. 그건 아니지."

"그런가? 아무튼 엄마는 그랬다 이거야. 참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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