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를 시작으로 친구들과 친척들까지 (그래봤자 몇 명 되지도 않는 지인들을) 모조리 다 저장해 뒀다.
이제, 그녀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하려는 것이다.
"엄마, 봐봐. 엄마가 1번이야. 엄마는 '사랑하는 엄마'라고 했어."
"그래? 연락처 저장은 다 했어?"
"음, 그런 것 같아. 근데 엄마, 카톡에 이런 거 있는 거 알았어?"
"아니? 그런 게 다 있었어?"
"엄마도 참. 봐봐.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고 요것도 있고 고것도 있다니까!"
"아, 그래?(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단다.)"
"엄마, 이거 봐봐 신기하지."
"응, 그렇네.(사실은 별로 하나도 안 신기하단다.)"
"엄마, 이건 어때? 멋있지?"
"아, 그렇네.(하지만 난 진심으로 별로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단다, 얘야.)"
솔직히 처음에 스마트폰을 사 주게 된 것은 학교 수업용이라는 거창한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딸 입장에서는 어쩌면 스마트폰을 장만하기 위한 핑계에 더 가깝고 오히려 친구들과의 친교활동이나 개인적인 놀이용(?)에 더 가깝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나는 확신한다.
솔직히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얼마나 하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얼마 하지도 않는 그 짧은 시간에도 필요한 건 있어야 했으므로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다.
잠시의 학습 목적을 위해 그것을 장만하기는 했지만 이젠 어떤 '마지노선'이 진작에 넘어버렸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았고 이왕 사 줄 바에는 너무 오락용으로만 치우치지 않게 (물론 이게 가장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긴 하지만) 적정한 선에서 최대한 학습에도 활용하고 개인적인 용도로 쓰라고 장만해 준 것이었다.
"학격아, 하루에 카톡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까 친구들한테도 알려 줘. 시도 때도 없이 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 그리고 너무 거기에만 빠져 있어서도 안되고. 알겠지?"
"응. 알았어."
"엄마 생각에는 프로필에 그걸 알려 주면 좋을 것 같은데. 친구들한테도 미리 말해줘야 하지 않겠어?"
"그거 좋은 생각인데? 당장 해야지."
"그리고 네가 스마트폰을 쓰는 건 아무 때나 가지고 놀기 위한 게 아니란 걸 기억해야 돼. 가능하면 카톡 하기로 정한 그 시간에 친구들이랑 대화하고. 어때?"
"응. 친구들한테도 말해놨어. 나는 매일 저녁 6시 30분부터 7시까지만 카톡 가능하다고 했어."
"그렇게 미리 알려 줘야 나중에 혹시라도 오해하는 일이 없지. 연락했는데 아무 답장도 안 하면 친구들이 오해할 수도 있잖아."
딸에게 일러 주고 나는 딸의 프로필을 살펴봤다.
과연 딸은 내가 말한 대로 착실히 그대로 반영해 두었다.
음, 아직까지는 괜찮군, 이 정도면 순조로워.
언제까지 딸이 내 말을 들어 줄지는 나도 모르겠다.
처음에 무작정 30분을 정했을 때 나는 솔직히 혹시라도 딸이 반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엄마, 한 시간도 아니고 하루에 30분은 너무 한 거 아니야?"
라고 만약에 그렇게 대꾸했다면 거기에서 살짝 조금 늘려 줄 의향은 있었다 물론.
그러나 다행히 딸은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30분, 긴 것 같기도 하고 짧은 것 같기도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하는 단계이니 적당하다고 (나 혼자만) 판단했다.
하루에 고작 30분 정도밖에 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을 '딱 30분만'줬는데도 딸은 (물론 내가 보기에만) 감격스러워하는 것 같았다.(고 나만 혼자 또 착각했을 것이다.)
"엄마, 고마워요."
이렇게 말하며 신이 난 딸을 보면 아직은 어린 건가, 순진한 건가, 아니면 일종의 전략인가? 싶기도 하다.
스마트폰이 없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 딸은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일 거다.
겨우 30분일지라도 20분보다야 10분씩이나 많은 거니까 (물론 또 그럴 리는 없겠지만)이게 웬 횡재냐 싶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