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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글임자
Dec 05. 2024
인심 썼다, 하루 30분!
2024. 12. 2.
< 사진 임자 = 글임자 >
"하루에 스마트폰은 얼마나 사용하는 게 좋을까?"
가장 먼저 합의 보아야 할 사항은 그것이었다.
이제 그렇게 바라 마지않았던 그것을 손에 넣었으니 단순히 화질 좋은 사진 몇 장 찍는 것만으로 만족할 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일방적으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정하고 딸에게 무조건 따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적어도 나는 독재자의 기질을 가진 엄마는 아니니까.
"합격아, 어차피 스마트폰은 주로 학교 수업 시간에 쓰려고 산 거니까 네가 하루 종일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지? 집에서는 거의 쓸 일이 없겠네?"
나는 딸이 너무 그것에 빠져 살게 될까 봐 살짝 염려스러웠다.
나도 왕년에(?) 처음 스마트폰을 갖게 되었을 때 서른 살도 훌쩍 넘은 나이에 샀음에도 불구하고 신통방통한 그것에 빠져 거의 하루 종일 들여다보곤 했던 것이다.
신문물 앞에서는 아이나 어른이나 가릴 게 없었다.
그래서 하루에 사용 시간을 정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것이 보통 요망한 것이어야 말이지.
그전부터 스마트폰을 사기 전에도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그것이었다.
"그렇긴 한데 그래도..."
딸은 나의 속셈(?)을 눈치챘는지 얼떨결에 엄마의 작전에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 이왕 산 거니까 아예 안 쓰기는 힘들지. 하지만 집에서는 그전처럼 노트북을 주로 사용하고 어쩔 수 없이 써야 할 때 위주로 스마트폰을 쓰는 게 어때?"
"음, 그래도 되지."
"너 공부할 때도 가능하면 노트북을 쓰는 게 좋겠어. 스마트폰은 화면도 너무 작잖아. 이왕이면 화면 큰 걸로 쓰는 게 낫지. 안 그래?"
"그렇긴 하지."
"그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집에서 스마트폰은 안 써도 되겠다. 그치?"
"근데, 엄마. 나 카톡은?"
내가 그만 간과한 게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딸이 최근에 스마트폰을 갖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었는데 말이다.
"맞다. 친구들하고 얘기하려면 쓰기는 써야겠네. 어느 시간대가 좋을까? 어차피 너 학교 갔다 온 다음에나 쓸 수 있잖아."
"응. 저녁 6시 정도?"
"그럼 좀 어중간한데? 저녁 먹을 시간이랑 겹칠 수도 있고 도서관 가거나 운동 가거나 하면 시간이 애매해."
"아, 맞다. 정말 그렇네."
"이왕이면 아예 밥을 먹기 전이나 먹은 후가 나을 것 같은데 6시에서 7시 사이 어때?"
"그럼 6시 30분 어때?"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그럼 몇 시간 할 수 있는데?"
"몇 시간은 무슨 몇 시간이야?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하루 종일 있으면서 집에서도 계속 수다 떨 거야?"
"그건 아니지만."
"급히 친구들하고 연락해야 할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그런 거지 너보고 의무적으로 그 시간 동안 친구들이랑 놀라는 말은 아닌데. 무슨 말인지 알지?"
"그럼 어떻게 해?"
"카톡을 하는 시간을 정하자. 일단 하루 중에 가능 시간은 6시 30분."
"그럼 얼마나 할 수 있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할까?"
"그럴 수도 있지."
일단 딸은 무조건, 최대한 시간을 많이 확보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내 그 마음 다 안다.
"30분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매일 30분씩 그렇게 하고 노는 것도 적은 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
"글쎄."
아직 해 본 적이 없으니 딸은 감이 오지 않는 듯했다.
이럴 땐 살짝 유치하긴 하지만 최대한 그 시간을 줄여서 협상을 시도하는 게 나에게는(어쩌면 나에게만) 이로울 것 같았다. 솔직히 하루 30분도 아주 후한 편이라고 나는 그때 생각했다.
"엄마, 좀 적지 않아?"
"엄마 생각에는 넉넉한 것 같은데? 엄마 경우를 보면 그렇게 매일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엄마는 친구들하고 얘기할 때도 오래 안 하거든. 필요할 때 용건만 간단히 얘기하고 나오니까."
물론 항상 그렇다는 건 아니란 점을 딸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어쩔 땐 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 떨게 되는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가능하면 그런 데에 시간을 많이 쓰고 싶어 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딸은 경우가 다르다.
한창 말 많은 사춘기 무렵의 소녀이다.
그래도 하루 30분이면 적정한 선이라고 나는 결론 내렸다.
"하루에 30분 정도면 괜찮겠지?"
옆에서 별 관심을 안 갖는 것처럼 (내 눈에만) 보이는 그 양반에게 슬쩍 동의를 구했다.
"응? 어."
그러나 내 말을 제대로 듣기나 한 건지 반응은 시큰둥했다.
애초에 너무 후하게 했다가는 나중에 걷잡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 일단은 약소하게(?) 시작해 보는 거다.
"30분도 적은 시간은 아닐 거야. 어때?"
"음. 알았어."
그리하여 딸의 하루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하루 30분으로 낙찰되었다.
딸과 원만한 합의를 보고(과연 원만히 합의가 되었는지 나 혼자만 세게 밀고 나갔는지는 아리송하긴 하지만) 우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서 하나가 정리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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