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허, 시누이한테 이러는 거 아니지

가끔 새언니는 너무해

by 글임자
2025. 10. 9.

< 사진 임자 = 글임자 >


"아가씨, 나랑 같이 가자."

"안 가."

"난 아가씨랑 꼭 같이 가고 싶은데. 응?"

"싫다니까!"

"그러지 말고, 아가씨. 응?"

"어허, 이 언니가 자꾸 왜 이러실까?"

"내가 아가씨 가게 만들 거야!"

"어허, 지나쳐!"


가만 보니 이 언니가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

안 가겠다는데, 싫다는데 입 아프게 자꾸 왜 이러실까?


큰 새언니는,

그러니까 좀,

너무 의욕이 넘치신다.

아주 적극적이다.

그런데 그게, 가끔 나랑은 좀 안 맞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아가씨, 나랑 같이 교회 갈래?"

"아니."

"가면 좋아."

"안 가도 될 것 같아."

"에이, 그러지 말고."

"난 괜찮으니까 언니나 열심히 다니고 은혜 많이 받으셔. 가고 싶으면 내가 알아서 갈게."

"내가 아가씨 반드시 전도할 거야."

"언니, 정말 진짜 너무 하는 거 아니야? 나한테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언니는 신실(하다고 나는 믿고 있다.) 하신 분이다.

좋은 건 꼭 나랑,

하필이면 나랑,

시누이가 하나밖에 없는 바람에 자꾸 나를 끌어들이려고 한다.

내가 종교라고 딱히 이거다 하고 믿고 있는 건 없지만, 그 어떤 종교에도 너그럽고 싶지만, 최소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내가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가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새언니는 또 은근히 끈질긴 구석이 있어서 이 시누이를 가만 두지 않았다.

주일마다 혼자만 넘치도록 은혜를 받고 오는 게 좀 아쉬운 모양이다.

뭐든 좋은 건 나누고 싶은가 보다, 특히 시누이랑.

하지만, 남편도 있고 아들이 셋이나 있는데 굳이 왜 나까지 전도하시려고 저렇게 애쓰나, 나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다 좋다. 다 좋은데 새언니의 문제라면, 굳이 갖다 붙이자면, 내가 생각이 없다는데도 자꾸 강권하는 그 태도가 살짝 거북해졌다.

내가 새언니의 마음이 이해 안 되듯 새언니도 내 마음이 이해 안 되는가 보았다.

초등학교 시절(라떼는 국민학교라고 했음을 이제와 밝히지 않을 수 없지만 이젠 이 단어도 어색할 만큼 기나긴 시간이 흘러버렸다.) 간사하게 크리스마스 무렵에만 반짝 다니던 내게 그 성스러운 곳은 멀게만 느껴졌고, 죄 많은 이 '다 큰 양'이 감히 쉽사리 발을 들이기 어려운 곳이다.


"아가씨, 나중에 애들이랑 우리 집에 오면 같이 교회 한 번 가자."

까마득한 옛날,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내가 육아 휴직 중이었을 때였다.

이미 내 아이들과 큰오빠네 집에 한 번 가기로 했던 해였다.

여름방학 하면 꼭 오라고 오라고 거의 사정하다시피 새언니가 얘기해서 나는 반드시 한 번은 가야 할 의무감마저 느꼈다.

"그래? 봐서."

그리고 나는 운명처럼 느꼈다.

새언니의 올가미에 걸려들고 말 것임을...

"가면 재미있을 거야. 애들도 가서 어울려서 놀면 좋아할 거고. 아, 빨리 아가씨랑 같이 가고 싶다."

새언니는 벌써 나를 위해 환영의 찬송가라도 불러 줄 기세였다.

"교회까지는 확실히 갈지 안 갈지 몰라. 너무 기대하지는 마."

"알았어, 아가씨. 그럼 나중에 와서 얘기하자."

"그래. 혹시 내가 안 가더라도 너무 서운해하지 말고."

"응, 괜찮아. 나야 같이 가면 좋긴 하지만..."

도대체 손여사는 그 교회에 무슨 꿀단지라도 깊이 묻어두었단 말인가?

왜 이 시누이를 그곳에 못 데리고 가서 저리 안달이지?

이젠 꼼짝없이 새언니 따라 쫄래쫄래 가야만 하게 생겼다.


드디어 여름 방학은 시작됐고, 남매를 거느리고 나는 큰오빠네 집에 갔다.

여름 도둑보다 더 무서운 게 여름 손님이란 걸 뻔히 아는 나지만, 새언니가 어찌나 오라고 오라고 성화인지 안 가고는 못 배길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나에게도 은혜를 받을 기회가 왔다.

"아가씨, 오늘 교회에서 애들 하루 종일 재미있는 활동 하는데 거기 보내는 거 어때?"

나야 애들 없으면 당연히 좋지.

"그래?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가 보는 것도 괜찮지."

"정말? 그럼 애들 보낼 거야?"

"가라고 하지, 뭐."

"분명 애들이 좋아할 거야."

"그러겠지."

6살, 8살, 하루 종일 땅만 파고 놀아도 좋아할 나이다.

"그럼... 아가씨, 아가씨도 이참에 나랑 같이 교회 갈래?"

"그래? 그럽시다."

"진짜?"

"그래."

"정말 고마워. 아가씨."

교회 한 번 가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까지 고마워 하나, 새언니는 (내 눈에만) 감격에 겨운 얼굴이었다.

"언니가 전부터 같이 가자고 그랬잖아. 온 김에 한 번 가지 뭐. 나도 가서 회개하고 은혜 많~이 받고 와야겠다. 그동안 지은 죄도 많은데."

"진짜 고마워, 아가씨. 아가씨랑 같이 가니까 너무 좋다."

어라?

이 정도 반응이면 가서 자매님들 앞에서 주기도문이라도 한 번 낭송해야 할 것 같다.아니지, 십일조를 먼저 챙겨야 하나.

"한 번 가는 게 뭐 대수라고 그러슈?"

"난 전부터 계속 아가씨랑 같이 가는 게 소원이었거든. 근데 아가씨가 같이 가준다고 하니까 너무 좋다."

세상에, 만상에!

이렇게나 소원도 소박한 새언니라니.

하나님, 그동안 무심했던 저를 용서하소서.

저는 저의 죄를 알지 못하였나이다.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새언니는 달뜬 얼굴로 사방팔방에 나를 소개하며 신이 났다.

"우리 아가씨예요. 저랑 닮았죠?"

잠깐, 손 여사!

그런 (사실이 아닌) 소리는 뭐하러 해?

안 닮았다니까 그러네.

"이번에 같이 오고 싶다고 해서 같이 왔어요."

또 잠깐만, 언니.

정확히 말하면 언니가 먼저 가자고 가자고 해서 그냥 따라온 건데?

목사님 내외를 시작으로 나는 온 교회를 돌며 인사 다니느라 바빴다.

평소 교회에서 내 얘기를 많이 했다더니(좋은 말을 더 했겠지?) 사람들마다 다 나를 전에 몇 번 보기라도 한 듯이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 틈에 앉아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알지도 못하는 찬송가를 펼쳐 놓고 입만 뻥긋 대고, 옆 사람이 눈 감을 때 같이 감으면서 남들 하는 걸 눈치껏 따라 하는 시늉만 하는 게 전부였지만, 다소 길~게도 느껴지는 하루였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이런 걸 고급 전문 용어로 '올케 좋고 시누이 좋고'라고 한다지 아마?

시누이와 함께 한 하루, 기쁨으로 충만한 새언니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은 눈치였다.

"아가씨, 오늘 아가씨랑 같이 가서 난 정말 좋았어. 오늘을 잊지 못할 거야."

정말 별 것도 아닌 일이었는데 저렇게나 좋아하는 새언니를 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던 것도 같았다.

그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는데, 이왕이면 더 일찍 소원을 들어줄 것을.


그날을 잊지 못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라우, 손여사.

그런 의미에서 우리,

언제 한번 같이 템플 스테이라도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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