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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Mar 04. 2023

어머님은 차가 그냥 굴러가는 줄 아시나 봐?

우리 엄마는 이런 사실을 꿈에라도 아실까?

23. 3. 3. 다 다른 법이니까

< 사진 임자 = 글임자 >

* 이 글은 누군가를 비난하고자 함도 아니요, 누구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주장하며 쓴 글이 아닙니다.


"가만 보면 어머님은 차가 그냥 굴러가는 줄 알시더라?"

"우리 엄마가 뭘?"

"차 유지하는 건 생각 안 해? 자동차세, 보험료, 수리비 이런 거 다 따지면. 당신도 똑같아. 단순하게만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생각해."

"누가 그런 거 모르는 사람도 있어?"


엊그제 친정에 다녀온 것이 화근이었다.

아무리 70 평생 가까이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사는 우리 엄마라지만 세상 물정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또 시작했다.

올해도 역시.


"한 번 갔다 오면 만 원은 들걸? 어머님이 기름값은 주셔? 요즘 기름값이 얼만데. 차는 뭐 그냥 굴러가는 줄 알아?"

"주셔."

"얼마나 주시는데? 차 그냥 굴러가는 거 아니야."

"우리 엄마가 뭘 어쨌다고 그런 식으로 말해?"

"가서 일 도와드리면 일당은 받아? 요즘 하루 품삯이 얼마지? 15만 원?"

"내가 하루 종일 가서 일해? 잠깐 가서 도와주고 오는 거지. 반나절도 못하는데. 그리고 진짜 남의 일 나가서 하는 것처럼 계속 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반찬 가지러 간 김에 손 좀 넣어주고 오는 거지."

"그래도 하루 중에 3분의 1은 하겠네."

"일당을 받아 오라고?"

"가족끼리라도 그런 건 확실히 해야지. 우리도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니까. 어머님도 너무 하시는 거 아니야?"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이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계산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남의 부모일이라지만 말이다.

이런 말 정말, 한두 번도 아니고.

주유비며 일당, 이건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말일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옛날에 우리 집에서 애들 몇 년간 키워 준 것도 다 제대로 돈을 드렸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가족이라도 애들 길러줬으면 그 대가를 치렀어야지. 그때 합격이 맡겼을 때 한 달에 얼마 드린 줄 알아?"

첫째를 낳고 9개월 후 복직을 한 나는 친정에 아이를 맡겼다.

매달 20만 원 정도를 드렸다, 고 기억한다.

부모님이 일주일 중에 평일 내내 봐주시고 금요일 저녁에 내가 데려와서 일요일 저녁쯤에 데려다주는 식이었다.

부모님은 끝까지 안 받겠다고 하셨지만 하루 종일 데리고 살면서 돌봐주시는데 그것마저도 안 드리면 안 될 것 같아 드린 것이다.

남편은 30만 원을 드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 기억에는 20만 원이다.

어쨌거나 최대 30만 원은 넘지 않았다.

내가 월급날마다 직접 인출해서 드렸던 것이다.

"둘다 이제 일 시작해서 살기 힘든디 냅둬라. 누가 돈 받을라고 손주 키워준다냐."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거 20만 원 나 하루 이틀만 일하러 나가도 더 번다."

라며 애들 코 묻은 돈 취급을 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물론.


둘 다 9급 공무원, 12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던 우리는 정말 여유롭지는 못했다.

사실 더 드리고 싶어도 그럴 상황이 못된 것이다.

"자꾸 집에 가서 일 도와드리는 거 가지고 뭐라고 그러는데 우리 애들 키워준 거 생각하면 나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 한 번이라도 우리 부모님한테 애들 키워줘서 고맙다고 진심으로 직접 말해 본 적 있어? 어떻게 그런 걸 돈으로 다 따져? 우리 아빠가(아빠가 도맡아 키워주다시피 하셨다.) 나한테 돈 받으려고 계산해 보고 애들 키워줬을까?"

부모니까 키워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나는 애 못 키워준다."

라고 딱 잘라 말씀하시던 시어머니를 생각하면 부모님께 정말 죽을 때까지 그 은혜를 갚아도 모자랄 것이라고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 생각하는 것이다.

어머님은 무릎이 안 좋으시니까 바라지도 않았고, 집과의 거리도 있으니 전혀 기대도 안 했다.

그래도 한결같이 어머님은 말씀하신다.

"항상 부모님한테 잘해라. 사돈들이 우리 손주들 키워줘서 고맙다. 잘해야 된다. 세상에 둘씩이나 키워주는 사돈이 어딨냐 요즘에. 동네 사람들한테 말하면 다들 놀란다 우리 사돈들 대단하시다고."

어머님은 그런 분이시다.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마워하신다는 게 느껴진다.


"애들 키우는 게 그게 보통 일인 줄 알아? 밤에 잠도 못 자고 봐 줘야 하지, 잠깐 한눈팔다 사고 날까 걱정이지. 하긴, 해 봤어야 알지. 그냥 보고만 있으면 애들이 크는 줄 알아? 남들은 친정에서 애들 둘 다 키워 주셨다고 하면 다들 부러워하더라. 우리 집에서 애들 잘 키워줘서 지금 이렇게 잘 자라고 있는 거지. 부모라고 해서 다 손주들 키워주지 않아. 알기나 해? 아무리 남이 잘 키워준다고 해도 할머니 할아버지만 하겠냐고?"

"나도 고맙지."

뭐가 고맙다는 걸까?


"그리고 우리 엄마가 반찬 다 해줘서 갖다 먹는 건 생각 안 해? 일 년 내내 쌀이랑 김치 갖다 먹고,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참기름 이런 양념 하나도 다 갖다 먹는데, 그리고 걸핏하면 애들 먹이라고 뭐 해 주시고 뭐만 하나 생겼다 하면 다 챙겨서 갖다 먹으라고 주시는데. 그렇게 따지면 이런 것도 우리가 다 돈 내고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애들 몇 년간 키워준 그 돈도 다 드리고 그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사위가 딸한테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무슨 음식만 있으면 사위 갖다 주라고 우리 엄마는 그러시는데. 사위 속도 모르고 뭘 그렇게 챙겨주시나 몰라 진짜."

내 부모 일인지라 나도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

유치하지만 서운한 마음에 자꾸 옛날일을 또 들췄다.


"예전에 우리 직원들 보니까 애들 맡기면 한 명당 최소 50만 원 이상이더라. 맞벌이인데도 둘 맡기고 50만 원 드린다고 나 양심 없단 소리도 들었어. 우리 집에서 돈 벌자고 애들 봐준 것도 아니지만 완전 거저 키워줬다고 다들 그래. 내 친구는 애가 한 명인데 시어머니가 애 봐줄 테니까 100만 원 내놓으라고 했다더라. 그리고 내가 드린 돈 가지고 엄마가 펑펑 썼어? 그걸로 또 애들한테 사다 먹이고 어쩌고 그랬지. 애 둘 보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래. 우리 아빠가 이유식 직접 다 만들어서 먹이고 키웠는데, 언제 이유식 한 번이라도 직접 만들어 본 적이라도 있어? 항생제 없는 달걀 우리 애들한테 먹인다고 닭도 직접 길러서 달걀 낳은 걸로 부화시켜서 키워가지고 달걀 반찬 해 먹이시고, 뭐든 무조건 좋은 걸로만 먹이려고 직접 다 농사지어서 해 주셨는데."

아, 이래서 애 봐준 공은 없다고 예로부터 그랬었나?


언제나 이런 식이다.

한 명은 자식들 키워준 은혜를 다 갚지 못해 안달이고, 한 명은 왔다 갔다 쓰는 기름이며 챙겨주지 않는 일당에 집착하고.

수 년째 계속되고 있다.

"도와 드릴 수 있을 때 많이 도와드려."

저렇게 말할 때는 또 언제고?

친정에 일을 도와주러 가는데 일당 받을 받지 않아서, 어쩌다 한 번씩 부모님 병원 모시고 가는데 주유비를 받지 않는 것 같으니 그게 불만인 것이다.

모님이 정확히 '주유비'라든지 '일당'의 명목으로 주시진 않았지만 종종 용돈을 챙겨주시곤 한다.

더 받았으면 더 받았지 덜 받지는 않은 것 같은 것은, 내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 마음 이해한다.

일리 있다.

하지만 일 년에 몇 번씩을 꼭 끄집어내는 일당과 주유비 타령은 정말이지 이제 넌덜머리가 난다.

외벌이라 혼자서 고생하는 그 마음을 내가 절대 모르지 않는데...

절대 그럴 리는 없겠지만  세상 유치한 상상이지만, 내가 시가에 가서 이런 행동을 해도 똑같이 말했을까, 하는 생각까지 다 들었다.


"어? 맛있는 반찬 가지고 올 줄 알았더니 별거 없네."

다 손질돼서 말린 조기와 병어, 배추 겉절이, 무생채, 시금치나물, 꼬막무침, 김장김치, 가래떡, 상추, 볶은 은행알 한 봉지, 삶은 인디언 감자 한 봉지, 마늘장아찌, 이렇게 별것도 없는 반찬거리를 친정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합쳐도 왕복 주유비만큼은 아닌가 보았다 이틀 전에도 역시.

지난주에 오리탕과 소고기 미역국을 가져왔을 때는 별말 없이 드시더니.

그러면서도 친정에서 공수해 온 것들을 우리 집에서 제일 먼저 시식하시는 사람이 누구더라?

제 발이 저려야 마땅하리.

본인 기준에서는 그날도 밑지는 장사(?)였을지도 모르겠다.

제주도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를 매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왕복 40분 남짓한 정도의 거리를, (남도 아니고 부모님 일인데) 농번기에 일손 좀 거들기 위해, 몸이 안 좋으실 때 병원에 모시고 다니는 것, 혹은 바리바리 싸 놓은 반찬 갖다 먹으라고 호출해서 다녀오곤 하는 것인데(더군다나 매일 가는 것도 아닌데) 내 계산법과 누구의 계산법은 너무나 다르다.


나는 이 정도면 남는 장사(?)라 생각하고, 누군가는 한참 밑지는 장사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남도 아닌 내 부모님이니까 자식 입장에서는 충분히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은 '적당히 좀 하라'라고 한다.

맞다,

내 부모님이지 남의 부모님은 아니지 참.

남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상대방 입장이었다면 나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더했을지도 모르겠다.


평소에는 걸핏하면

"어머님도 갖다 드려. 이거 사서 어머님도 드리자."

이렇게 곧잘 말하는 사람이다.

최근에는 과도를 친정 몫까지 생각해서 8개나 주문하셨다.

이럴 때 보면 그리 인색한 사람 같지도 않다.

우리 엄마도 무슨 음식만 있으면 사위를 챙기신다.

"와서 갖고 가서 O서방 줘라. 출장 가기 전에 먹고 가라고 얼른 와서 가져가라."

하나밖에 없는 사위라고 끔찍이도 위하신다.

물론 내가 보기에만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는 이제 그 계산 좀 적당히 좀 했으면 한다.

내가 언제 친정에 간다고 주유비를 달라고 하길 했나 부모님 병원비를 내 달라고 하길 했나.

그러나,

자동차세와 보험료는 자신의 돈으로 냈다고 하면 엄연한 사실이므로 그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없긴 하다.

"그렇게 어중간하게 하지 말고 차라리 딴 데 고정적으로 일을 하러 나가."

그러니까 결론은 다른 여자들처럼 돈도 벌고 애들도 키우라는 것이다.

작년에 일을 그만두면서 당분간은 아이들 뒷바라지에 힘쓰겠다고 분명히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동안 내가 천 원짜리 한 장조차도 안 벌었던 것처럼 얘기할 때면 어이가 없어진다.

혼자만 일하니까 억울해서 저러나 싶기도 하다.

왜 아니겠는가.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다.

나라도 그랬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말도 자꾸 들으면 유쾌하지 않고, 서로 감정만 상하는데 도대체 이 지루한 상황을 언제까지 끌고 가야만 하는 걸까?

우리 엄마는 딸과 사위가 이런 얘기를 하는 줄은 꿈에도 모르시겠지?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는 또 제주에서 외삼촌이 귤을 세 상자나 보내셨다며 가져가서 O서방과 애들 주라고 어젯밤 전화하셨다.


"내가 하루 종일 일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두 시간, 많아야 서 너 시간인데 일당은 좀 그렇고 시급으로는 생각해 볼 만하긴 하다."

라고 내가 말하고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철마다 친정에서 가져다 먹는 오만가지 것들을 다 따져보고 계산해 본 후에 신중히 결정할 일이다.

어영부영 이렇게 하던 대로 사는 게 나을지, 철저히 따로 떼어놓고 악착같이 셈을 해봐야 할지 말이다.


그러니까 얼마?

도대체 얼마면 되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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