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은 19세기말,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에서 제작해 준 것으로정식 명칭은 '세계를 밝히는 자유(Liberty Enlightening the World)'라고 한다.
뉴욕 곳곳에서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을 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만큼 크고 독보적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작고 희미한 형상만으로 자유의 여신상을 짐작하기엔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결국 난 그녀를 자세히 보러 가기로 했다.
자유의 여신상을 가까이 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로 가는 공짜 페리를 타고 멀리서 보는 것, 두 번째는 배터리 파크(Battery Park)에서 유료 사우스 페리(South Ferry)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이 살고 있는 리버티 아일랜드(Liberty Island)로 가는 것이다.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 선착장 입구
ㅣ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ㅣ
난 일단 첫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종점인 사우스 페리(South Ferry) 역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Staten Island Ferry)'라고 크게 쓰여 있는 선착장 건물이 보인다. '오, 어렵지 않은데!'라며 자만심이 좀 생겼다. 고민 없이 이곳으로 들어갔다. 항상 유지보수 중인 뉴욕의 오래된 건물들을 보다 보니 이곳의 크고 현대적인 인테리어는 나를 살짝 놀라게 했다. 대충 주변을 훑어보니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래서 나도 거기에 합류를 했다. 그리곤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거기 서 있던 다른 관광객들처럼......
많은 관광객들이 어리둥절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모르는 질문들을 퍼붓고 있었다. '이 줄이 맞나요?', '언제 떠나나요?', '이거 공짜 맞나요?', '이 많은 사람들이 다 탈 수 있나요?' 등등. 나 역시 같은 질문들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자만했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어쩐지, 이렇게 쉬울 리가 없지......'
하지만 페리가 들어왔을 땐 그 모든 기우가 쓸데없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표 같은 것은 필요 없었고, 줄이 여럿 있었지만 들어가는 곳은 한 곳뿐이었다. 페리도 한 번에 수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다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참고로 페리는 시간 간격이 달라질 뿐 24시간 운행한다고 한다. 늦게 돌아와도 걱정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난 배의 2층 야외 왼쪽에 자릴 잡았다. 자유의 여신상을 좀 더 쉽게 볼 수 있는 곳을 검색하고 갔기 때문이었다. 배가 출발하고 세찬 강바람이 느껴질 즈음,다른사람들도내가 있는 쪽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도 자유의 여신상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자리를 알아챘기 때문이었다.다들사진을 찍느라 분주해졌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하지만 여신상은 생각보다 멀리 있었고 빠르게 지나갔다. 조금 실망했지만 멀리서 보이는 뉴욕의 빌딩 숲과, 자유의 여신상을 둘러싼 허드슨 강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25분 정도의 여정은 끝이 났다.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에 도착한 것이었다.
참고로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는 뉴욕에 속하는 뉴욕주의 자치구로써, 유명한 관광지로는 스태튼 아일랜드 동물원(Staten Island Zoo), 역사 유적지 포트 워즈워스 (Fort Wadsworth), 국립 등대 박물관(National Lighthouse Museum), 포스트카드 911 메모리얼(Postcards-The The Staten Island September 11 Memorial) 등이 있겠다.
내게 스태튼 아일랜드는 목적이 아니었지만 이왕 도착한 섬이니 살짝 둘러보기로 했다. 어디로 갈지 몰라서 잠시 항구를 둘러보았다. 그렇게 우연히 마주친 곳은 포스트카드 911 메모리얼(Postcards-The The Staten Island September 11 Memorial). 이는 911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라고 한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향하고 있는 두 개의 벽에는 많은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스태튼 아일랜드 동물원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제일 인기가 좋다는 동물원이었다. 구글맵에 의지해서 꽤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들어갔다. 내가 도착했을 때 동물원은 이미 마감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잠깐이라도 둘러봐야겠단 생각에 30분 동안 빠르게 한 바퀴 돌고 나왔다. 동물들과 사람들이 거의 퇴근한 상태라 별로 볼 것은 없었다. 규모는 좀 아담해 보였으며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것이 어린아이들과 함께 피크닉 삼아 오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난 이미 얼마 전에 그 유명한 브롱스 동물원(Bronx Zoo)을 방문했던 터였다.
여담으로 브롱스 동물원은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동물원으로써 실제 서식지와 유사하게 꾸며진 환경에 6천여 종이 넘는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맨해튼에서 지하철 이용 시, 2호선을 타고 E 180 St. 역에 내려서 걸어가면 된다. 입장료가 꽤 비싼 편이었는데 내가 갔을 땐 홈페이지에서 카드결제를 하던가 현장에선 현금만 받았다. 표는 항상 휴대해야만 한다. 중간중간 검사를 하기 때문에.
사우스 페리와 리버티 아일랜드
ㅣ리버티 아일랜드(Liberty Island)ㅣ
이번엔 딸과 함께 멀리서만 보는 여신상이 아닌, 그녀의 섬에 직접 가보기로 했다.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이 있는 곳은 리버티 아일랜드(Liberty Island)라고 한다. 이곳 또한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로 가는 길과 같은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종점인 사우스 페리(South Ferry) 역에서 내리면 된다. 앞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배터리 파크(Battery Park)가 있는데 유료 페리 선착장이 있는 곳이다. 이 유료 페리는 관련 여행사나 공식 홈페이지(https://www.cityexperiences.com/)에서 예매를 할 수가 있다. 티켓 소진이 빨라서 한 두 달 전에는 예매를 해야 한다는데, 어차피 왕관 전망대는 열지 않는다 해서 난 출발 일주일 전에 발판 전망대(Pedestal)로 예매를 했다.
배터리 파크에 도착한 우리는 마스크를 하고 검색대를 통과한 후 선착장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이미 뉴욕에
선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터라 마스크를 준비하지 못한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것을 노려 한쪽에선 마스크를 한 개당 $2씩 파는 상인들이 눈에 띄었다.터무니없이 비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선착장에선 스태튼 아일랜드 선착장과 마찬가지로 줄은 별로 무의미해 보였고, 실제로 줄을 서지 말고 앞으로 당겨 서라는 안내원의 지시가 반복되었다.
참고로 이 페리는 리버티 아일랜드를 거쳐 앨리스 아일랜드(Ellis Island)에 들렸다가 다시 사우스 페리 선착장으로 향한다. 원하는 아일랜드에 내려서 구경을 하고 다음에 들어오는 배를 타고 원하는 행선지로 가면 되는 것이다.
리버티 아일랜드 선착장과 횃불 레모네이드
배가 출발하자 내겐 익숙한 풍경들이 펼쳐졌다. 날이 흐려서 그런지 빛을 머금은 구름들이 군데군데 빛 내림을 선사하면서 전보다 훨씬 드라마틱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이번이 내겐 여신상과의 두 번째 만남이어서 그런지 마음이 느긋해서 사진보단 직접 눈에 풍경을 담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다.
20분쯤 지났을까. 배가 리버티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가까이 서 본 자유의 여신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했다. 배에서 내린 후 제일 처음으로 눈에 띈 것은 카페와 기념품 가게였다. 카페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건 횃불모양을 한 컵에 담아 파는 레모네이드. 개인적으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료라서 마셔보진 않았지만 너무 달거나 시지 않아서 맛있다는 평이 많았다.
우린 리버티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자유의 여신상을 향해 갔다. 안내원 지시사항에 따라 웬만한 소지품들은 근처 라커에 넣어두고 마스크를 쓴 채로 줄을 섰다. 티켓 검사를 하던 할아버지가 갑갑했는지 마스크를 내리고 큰소리로 소리쳤다. '가방이나 큰 소지품들은 라커에 두고 오셔야 합니다!', '티켓을 꼭 소지해야 합니다!', '티켓이 없는 사람들은 부스에서 구입하고 오세요!' 등등. 순간 난 내 눈을 의심했다. 분무기처럼 쏟아지는 할아버지의 침이 실제로 목격됐기 때문이었다. 맨 앞에 있던 나와 딸은 마스크를 쓰고 있긴 했지만 쏟아지는 침방울을 피하려 최대한 몸을 비틀고 고개를 멀리했다. 그것을 본 뒤에 사람들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코로나의 심각성 따윈 우리의 몸개그에 덮여버린 듯했다. 그 뒤로도 할아버지의 외침은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자유의 여신상안에도 검색대는 있었다. 여름방학이자 관광시즌이기는 했으나 코로나와 평일이 겹쳐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아 금방 통과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줄을 좀 오래 서긴 했지만 걸어서 올라가기엔 내 체력이 너무 저질이었다. 그렇게 결국 우린 발판 전망대에 올랐다. 나방 같은 게 많아서 사람들은 깜짝깜짝 놀랐고 관리인 아저씨는 열심히 파리채로 그것들을 잡고 있었다. 올라 와 보니 시원하고 한눈에 펼쳐져 있는 넓은 뷰도 좋았지만, 역시 자유의 여신상은 적당히 떨어져서 감상하는 게 진리인 듯싶었다. 와 봤으니 됐다! 난 못다 한 한을 푼 마냥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전망대를 내려와서 공원 반대편에 있던 자유의 여신상 박물관(Statue of Liberty Museum)에 들렸다. 자유의 여신상에 대한 의미, 구조, 역사 등을 알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린 다음 배를 타고 앨리스 아일랜드(Ellis Island)로 향했다.
앨리스 아일랜드와 이민 박물관
앨리스 아일랜드에는 엘리스 아일랜드이민 박물관(Ellis Island Immigration Museum)이 있다. 미국 초기 시절 이민자들이 거쳐야 했던 오늘날의 이민국 같은 곳이다. 이곳에 가면 미국 이민자들의 삶과 이야기, 변천사 같은 것들을 시대별로 엿볼 수가 있다. 그동안 보기 드물었던 역사적 사진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시선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마음만큼은 좀 더 찬찬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우린 이미 지치고 배가 너무 고파서 더 이상의 역사 공부는 무리였다. 결국 우린 서둘러 다음 배를 타고 맨해튼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자유의 여신상을 향한 나의 여정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