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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집 Apr 09. 2023

브루클린과 맨해튼 브리지

반 백 살의 뉴욕 여행기(7)

브루클린 브리지


브루클린 브리지(Brooklyn Bridge)


며칠 뒤, 나는 홀로 브루클린 다리를 다시 찾았다.

다리 위도 걸어보고 브루클린에서 보이는 야경(맨해튼 브리)을 꼭 찍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딸은 학원을 가야 했고 힘들다는 이유로 함께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 혼자만의 시간은 점점 더 늘어만 갔다.


브루클린 다리는 브루클린과 맨해튼을 연결하는 뉴욕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고 한다. 내가 좀 더 생각이 깊었더라면 다리를 맨해튼 쪽에서부터 브루클린 쪽으로 건너기 시작했겠지만 아쉽게도 난 몸이 고생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냥 단순하게 브루클린 다리니까 브루클린으로 가서 올라가면 되겠지 했기 때문.


브루클린 다리는 1호선을 타고 High Street Brooklyn Bridge역에서 하차한 후, 멀리 보이는 브루클린 브리지 쪽으로 한없이(?) 걸어가야만 한다. 중간에 숨어있는 계단이 있다고는 하는데 난 이를 찾지 못해서 엄청 헤맸다. 도로의 한 중앙에 다리의 시작점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힘은 다 빠져 있었다.


브루클린 브리지 초입
브루클린 브리지


힘은 들었지만 다리로 올라가는 순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의 입구 꼭대기 위에서는 미국의 국기가 장엄하게 휘날리고 있었고, 오른쪽으론 맨해튼 다리가 보였다. 강과 도시의 뷰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 멋진 장관은 혼자만 보기엔 너무나 아까웠다. 나중에 딸도 데리고 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다리는 난간에 올라 사진 찍는 걸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난간에 올라앉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물론 다리의 안쪽으로 위치한 위험하지 않은 난간이었다.


다리의 한쪽 길로는 노점상들이 즐비해 있었고, 러닝을 하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았다. 난 오가는 관광객의 요청에 따라 사진을 많이 찍어주었는데, 이제 보니 정작 내 사진은 없어서 좀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렇게 천천히 구경을 하며 긴 다리를 건너고 나니 맨해튼의 시청 앞에 도착해 있었다.


난 잠시 근처 밴치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처음 계획대로 브루클린에서 야경을 찍으려면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너무 피곤하고, 배도 고프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정말 최악의 컨디션이다.' 시청은 이미 끝났고, 근처에 화장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바로 앞에 서 있는 지하철역이 보일 뿐이었다. 위로 가면 숙소, 아래로 가면 브루클린. 결정해야만 했다.

난...... 결국 아래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맨해튼 브리지 노을 녘


맨해튼 브리지(Manhattan Bridge)


지하철에서 내린 나는 맨해튼 다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대신 이번에는 아주 천천히, 서서히 노을빛으로 물들어 가는 하늘과, 텅 빈 거리를 차분하게 감상하면서 걸었다. 벌써 세 번째 오는 길이었지만 무언가 달라 보였다. 혼자 걷는 노을길에 감상적이 되어버린 걸까.

'아름답고 한가롭구나......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지?'. 시원해진 강바람이 느껴지면서 어느새 몸도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역시 또 한 번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맨해튼 브리지에 도착한 나는 강이 가까이 마주 보이는 밴치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집에서 싸 온 커피와 샌드위치 반 조각을 꺼내 먹어 치웠다. 돌도 씹어먹을 기세다. 언제부턴가 혼자서는 음식을 잘 사 먹지 않는 편이라 먹을 것은 싸 갖고 다녔다. 없으면 그냥 굶었다.


맨해튼 브리지 야경
맨해튼 브리지 야경


배를 채우고 나니 어느새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핸드폰이 아닌 조그마한 콤팩트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밤이라 손떨림이 심해서 적당한 바위에 얹어놓고 찍었야만 했다. 사실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았지만 혼자서 조용히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게 더 좋았던 것 같다.

뉴욕의 밤처럼 내 눈도 반짝거렸을 거라 믿는다.


숙소로 돌아오니 밤 10시가 훌쩍 넘었다. 무엇보다 화장실이 너무 반가웠다. 인간이 이렇게 오랫동안 화장실을 참을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체감한 날이었다. 아마 땀으로 다 배출된 건 아닐까 하는 (나름) 논리적인 생각을 잠시 했다.

관광도 좋지만 내일은 푹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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