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다. 그래서 이 맘 때쯤엔 많은 쇼핑몰들이 할인행사를 한다. 우리도 선배를 따라 디어파크(Tanger Outlets Deer Park)라는 쇼핑몰로 향했다. 선배가 어딘가로 향하더니 무슨 자판기 같은 기계에서 쿠폰북을 뽑아 주었다. 쿠폰북에는 여러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할인 쿠폰이 들어 있었고, 가격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10쯤. 멤버십 가격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았다.
이곳은 쇼퍼들의 천국 같았다. 할인행사도 좋았지만 다양한 메이커의 매장들이 즐비해서 우린 정신 못 차리고 돌아다녔다. 그 와중에 쇼핑엔 별로 관심 없는 선배는 우릴 위해 먹을 것을 마련하고자 여기저기 긴 줄을 서느라고 바빴다. 막상 힘들게 사온 앤티앤스의 핫도그와 음료수 등은 한국에서 먹었던 그것과는 맛이 매우 달랐다. 아마도 가게가 너무 바빠서 대충 만든 느낌이랄까... 하지만 선배의 성의가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열심히 먹었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나이키 매장.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스타일들이 많아서 좋았다. 거의 반값 할인 행사 중이라 사이즈가 많이 빠져서 아쉬웠지만 나름 득템을 했다고 좋아했다. 디어파크에는 영화관이 있어서 영화관람도 가능했다. 정장을 차려입고 '미니언즈 2'를 보는 게 유행이었는데, 여러 명의 귀엽게 생긴 남학생들이 넥타이에 정장을 입고 우르르 몰려나오는 게너무 재미있어 보였다.
쇼핑이 다 끝나자 선배가 물었다. 쿠폰은 잘 사용했냐고. 사실 우리는 쿠폰을 한 장도 사용하지 않았다. 매장마다 쿠폰사용보다는 회원가입을 하고 받는 할인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선배가 일부러 사 준 쿠폰북이었는데 좀 미안해졌다. 그래서 그냥 잘 썼다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맨해튼의 거의 모든 쇼핑몰들은 계산할 때 회원가입을 하면 할인을 해 준다. 회원이 아니라면 그 자리에서 가입을 하고 할인을 받는 것도 방법이겠다. 단, 외국국적의 우리 같은 사람들은 회원가입이 잘 안 될 때가 많다. 그러면 도와주던 직원들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거나 귀찮아서(?) 그냥 할인을 해 주곤 했다. 마침 쇼핑몰에서는 총 소비한 금액에 따라 선물을 주는 행사도 하고 있었다. 선배가 영수증을 챙겨서 가더니 커다란가방을 하나 받아왔다. 예쁜노란색에 사이즈도 좋아 보였다. 하지만 너무 무거워서 막상 사용할 일은 거의 없었다. 공짠데 뭘 바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바라본 노을
ㅣ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ㅣ
난 뉴욕에 왔던 첫날밤, 선배의 차 안에서 보았던 맨해튼 야경을 잊을 수가 없었다. 빨리 야경을 보러 가고 싶었다. 맨해튼의 상징하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 아니던가. 무수한 영화에도 출연했던 그곳. '킹콩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생각났다. 시애틀보단 킹콩의 몸부림이 더 인상 깊었기 때문에... 그렇게 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예약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예약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했는데 시티패스 패키지로 구입하면 여러 곳의 관광을 좀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예약할 때 보면 시간대별로 가격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는 노을 시간대가 가장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독립기념일과 같이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휴일엔 어마어마하게 비싸진다.
보통 많이들 가는 곳은 80층과 86층인데, 86층은 야외관람 데크로 나가서 구경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겠다. 102층은 통유리로 된 전망대라는데 가고 싶어지면 86층에서 티켓 구매가 가능하니 그때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난 86층, 노을이 지는 시간 때로 예약을 했다.
우린 이른 저녁을 먹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향했다.빌딩 앞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예약을 하지 않은 사람들인지, 아니면 본인들의 시간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잘 안 갔다.슬쩍 옆으로 가서 안내원에게 티켓을 보여 주었다. 바로 들어가란다. 앗싸.
맨해튼의 여러 관광지들이 그렇듯 이곳도 보안검색을 통과해야만 안으로 입장이 가능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관람객들을 위한 전시관이 준비되어 있었다. 역사적인 기록은 물론이고 포토스폿도 많았다. 킹콩의 손과 사진을 찍을 수도있다.
1차로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80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안은 다이내믹한 영상으로 멋지게 꾸며져 있었다. 80층에 도착한 우리는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뉴욕시의 확 트인 뷰와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사진을 찍고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는데 한 안내원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영어로)'우리에겐 더 멋진 86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잊으시면 안 돼요!'우린 대충 마무리를 하고 86층으로 향했다.
86층은 야외에서 좀 더 사실적인 뷰를 감상할 수 있었다. 다들 자릴 잡고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 또한 한 바퀴를 다 돌고 나선 노을이 지는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마침 요새 내가 인별그램의 릴스에 빠져있었던 터라 동영상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난간에 잘 설치해 보았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300미터 이상의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난간의 틈새와 철조망을 이용해서 잘 고정시켰다.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 다 날 따라 하고 있었다는 걸 눈치채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 시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떠난 후까지 남아서 난 뉴욕의 노을부터 야경까지 다 담아낸 것이었다. 누가 보면 무슨 대작이라도 찍었는지 알겠지만 그냥 나 혼자만의 만족이었다. 사실 옆에서 딸은 그만 가자고 보챘고, 핸드폰 배터리는 이미 꺼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노력한 것에 비하면 마무리가 좀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뉴욕 야경의 호사는 충분히 누린 것 같아서 좋았다.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보려고 몰린 사람들
ㅣ미국의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4th of July)ㅣ
7월 4일은 미국 독립선언서가 발표된 날로써 미국인들에겐 매우 큰 명절 중 하나이다. 특히 화려한 불꽃축제가 유명한 이 날은 유명 관광 명소나 고층 빌딩들이 불꽃놀이를 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우리 또한 독립기념일을 즐기고자 브루클린으로 향했다. 사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브루클린 브리지(Brooklyn Bridge)를 찾아갔다는 표현이 맞겠다.
먼저 포토스폿으로 유명한 덤보(DUMBO)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덤보(DUMBO)는 ‘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맨해튼 다리 아래)의 약자로 제2의 소호라고도 하는 곳이다. 예술 관련 공연도 많이 하고 화려한 색감의 거리가 매우 힙한 곳이다. 이곳을 지나서 도착한 곳은 메인 스트리트 파크(Main Street Park). 강가에서 브루클린 브리지와 뉴욕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잠시나마 사진을 찍으며 행복해했지만 사실 더 이상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작은 알림 간판을 하나 발견했다. 이번 독립기념일엔 브루클린 브리지에서 불꽃놀이를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불꽃놀이 지역을 옮겼거나 축소한 것 같았다. '뭐지?' 순간 잠시 동안 멍해졌다. 믿고 싶지 않았다. '뭐 다른 곳을 찾아보면 되겠지'하고 그냥 안쪽으로 좀 더 걸어가 보기로 했다. 거기엔 먹거리와 회전목마도 있었고 훨씬 더 예쁜 강변이 보였다. 하지만 우린 이미 지치고 배가 고파서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도, 걸을 수도 없었다. 그저 뙤약볕을 피할 쉼터를 필요로 할 뿐......
덤보 스트리트
근처 화장실을 찾다가 우연히 타임아웃 마켓(TimeOut Market)이라는 건물에 들어갔다. 그곳에 들어간 우리는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메뉴의 음식점들이 보였고 루프탑에는 라이브 음악과 함께 펍과 음식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우리는 바로 루프탑으로 올라갔다. 역시나 사람들이 넘쳐나서 한참을 헤맨 뒤에나 의자를 찾아 구석진 곳에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딸이 자리를 맡고 있는 동안 난 음식과 음료를 주문하느라 줄을 서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더위에 지친 딸은 시원한 맥주를 간절히 원했지만 뉴욕에서 음주를 할 수 있는 연령은 만 21세부터인지라 사 줄 수가 없었다. 아무튼 고생은 했지만 디제이의 센스 있는 선곡과 춤을 추는 사람들의 흥과 기운을 받으면서 맛난 음식과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참을 앉아서 쉬고 있으니 불꽃놀이에 대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딸과 의논 끝에 불꽃놀이는 포기해도 상관없으나 혹시라도 근처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있으면 가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엔 좀 늦은 시간이었지만 딸이 검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우린 빠르게 이동했다.
다른 공원에 도착해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진입금지 구역이 너무 많아서 끼어들 틈도 없었다. 중요한 건 이미 좋은 자리의 선점과는 상관없이 어디에서도 불꽃놀이가 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건 근처 다른 공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럴 바엔 차라리 맨해튼 시내로 가던가 동네 불꽃놀이나 볼 걸 그랬다. 이렇게 우리의 독립기념일은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저물고 말았다. 하지만 강가에서 바라본 뉴욕의 눈부신 야경만큼은 인상 깊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