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을 우리답게 만든 선택들 – 3

우드톤 인테리어의 완성, 주방 가구

by Sanna


앞서 말했듯이, 나는 미니멀리스트, 정확하게는 '게으른 미니멀리스트'다.

집에 가구 하나 들이는 일도 몇 번이고 고민할 만큼 신중한 편이라, 애초에 붙박이 가구도 인테리어의 한 부분으로 계획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고민이 들었던 건 주방 가구였다.

우리 집 인테리어의 큰 틀이었던 우드톤 분위기를 완성하려면 주방 가구의 마감 소재 선택이 중요했다.

공간 활용, 가구 배치, 수납 동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 마감 소재가 우리 집 분위기를 결정짓는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 자리를 옆 방으로 옮기기로 결심하면서 주방 구조의 확장이 필요했고,

기존 주방 가구는 모두 철거해야 했기에, 말 그대로 백지 상태에서 새로 기획하는 주방이었다.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상황이 막막하면서도 한편으론, 내 취향대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더 컸다.


나의 주방을 기획하는 것은 처음이기에, 엄마의 주방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고민했다.

어떤 동선이 편할지, 수납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할지, 싱크볼은 어떤 소재가 좋을지, 서랍장은 몇 칸으로 나눌지, 경첩은 어떤 걸 써야 오래 쓸 수 있을지...

알면 알 수록 주방 가구의 세계는 넓고 복잡했다.


그렇게 나름의 기준을 정리해 업체 몇 곳에 기획안을 전달했지만,

높아진 기대치와 현실적인 예산 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었다.

가성비로 유명한 업체들은 3~400만원을 불렀지만 내가 원하는 사양은 맞추지 못했고,

고퀄리티로 유명한 업체업체들은 1,000만원이 훌쩍 넘는 견적을 제시했다.

결국 또 한 번 방향을 틀어야 했다.


예산은 부족했지만 성에 차지 않는 주방가구를 선택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대안으로 당시 한창 인기 있던 이케아 주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모듈형이라 주문이 다소 복잡하다고 했지만,

이미 인테리어 도면을 직접 그려보고 가구 구성도 짜본 나에겐 크게 어렵지 않았다.

미리 파악해둔 주방 사이즈에 맞춰 모듈을 배치해보니 생각보다 수월하게 주방 구조가 나왔다.


당시 작성한 이케아 주방 가구 구성 초안


이케아 실측 상담도 만족스러웠다.

노련한 상담사와 구조를 한 번 더 다듬고, 필요한 품목까지 점검하니 전반적인 진행이 무척 수월했다.


이케아 주방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대비 품질이었다.

이미 주방 가구 제작 설치 비용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천 단위' 견적에 익숙해진 터라,

생각보다 괜찮은 자재와 매력적인 디자인의 이케아 주방 가격은 매우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기왕에 이케아 주방을 설치할 거라면, 익숙치 않아 망설였던 우드 조리대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마 이케아 주방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이 우드 상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경우엔 4년이 지난 지금도 아주 만족스럽게 잘 쓰고 있다.


우드 조리대를 써보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그 특유의 예쁘고 따뜻한 분위기이다.

클래식한 디자인이 낭만적인 주방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감도 견고하고 내부 구조도 깔끔한 것이 기본기가 탄탄하다.

예전 인조대리석 하부장을 보았을 땐 내부 마감이 허술해서 찜찜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케아 주방은 내부 공간도 외부처럼 깨끗하게 마감되어 있는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물론 모든 선택에는 장단점이 있듯이, 우드 조리대에도 단점이 있다.

우드 소재는 물에 취약하고 충격에 찍힘 자국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우드 상판은 다른 소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따뜻한 감성'이 있는 대신 '관리'가 필요한 소재다.


나는 원래 정리와 청소가 우선인 성격이라 우드 조리대를 관리함에 있어 큰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예쁜 주방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에, 자연스럽게 물기를 수시로 닦고 관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덕분에 주방은 늘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고, 그런 점이 더욱 만족스럽다.

그래서 만약 요리 후 한꺼번에 정리하는 스타일이라면, 우드 상판이 꽤나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한 번은 유튜브에서 이케아 주방의 감성에 반해서 설치했다가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고 우드 상판이 썩어서 결국 다시 인조대리석으로 교체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엔, 그런 경우는 주방 구조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거나, 시공자와의 소통이 미흡했거나, 무엇보다도 본인의 생활습관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주방은 매일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디자인에 대한 만족도만큼이나 내 생활 방식과 잘 맞는 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치우는 것이 먼저'인 성격이고, 그런 내게 우드 조리대는 오히려 잘 맞았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 우드 조리대가 예쁘긴 한데 관리가 걱정되어 망설이고 있다면,

본인의 생활 습관을 한번 생각해보고 선택할 것을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다.

습기 관리는 자주 닦아주는 습관이나 실리콘 매트를 사용하는 식으로 어느 정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수고를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 주방 인테리어에 주는 만족도는 정말 크다.


결국, 모든 선택은 자기만족의 영역이니까.



고민 끝에 완성한 나의 주방은 아직도 최애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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