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루틴을 담은 침실, 파우더룸이 된 욕실
내가 화장대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10분은 되던가?
침실 구성을 어찌할지 몰라 레퍼런스만 한참을 뒤적이던 어느 날, 문득 나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별 것 아닌 이 질문이, 내 생활 루틴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화장대 배치부터 침실 욕실 활용까지 고민의 실마리를 푸는 출발점이 되었다.
우리에게 침실은 기본적으로 잠을 자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아침 출근 준비가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침대와 붙박이장을 배치하는 것까지는 큰 고민이 없었지만, 의외로 작은 가구인 화장대의 자리 배치가 쉽지 않았다.
선이 깔끔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침대와 붙박이장을 두고 나면 화장대를 어디에 두어도 어정쩡했다.
붙박이장 한 칸을 화장대로 구성하자니 옷 수납 공간이 아쉬웠고, 장 한 켠에 우겨 넣은 듯한 화장대가 그리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도면 위에서 화장대를 여기 저기 옮겨보다가 침실에 붙어있는 작은 욕실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구식 아파트이다 보니 침실 욕실은 샤워실을 갖추기에도 좁은 구조였고,
요즘에는 기본처럼 제공되는 파우더룸 공간도 따로 없었다.
게다가 침실과 욕실 사이에 별도의 연결 통로도 없이 방과 욕실이 바로 맞닿아 있는 구조도 마음에 걸렸다.
'침실 옆이 바로 욕실이라니...!'
물론 방 안에 욕실이 있는 건 분명 편리한 점도 있지만,
환기가 잘 안 되면 물 내음과 습기, 특유의 냄새가 방 안까지 스며드는 건 분명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늘 욕실 문을 열어놓고 살자니,
구취가 심한 괴물이 입을 벌린 채 우리 침대 옆에서 숨 쉬는 상상이 들 정도로 께림직했다.
그렇게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는 오만가지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하던 중,
나의 생활루틴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요즘은 화장에 시간을 들이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출근 시간에 쫓겨 앉을 새도 없이 기본 메이크업만 하고 나가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굳이 내 생활패턴과 맞지 않는 화장대를 꼭 둬야 할까?'
꼭 필요한 공식처럼 여겼던 침실 구조를 내려놓고 오롯이 내 생활 습관을 따라 동선을 다시 그려보었다.
그렇게도 복잡하던 고민들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집에서 샤워는 거실 욕실에서만 해도 충분하고,"
"침실 욕실은 완전한 건식으로 구성하면 관리도 훨씬 쉽지 않을까?"
"화장실도 방의 일부처럼 꾸미면, 침실과 붙어 있어도 거부감이 없을 거 같아."
"거울이랑 세면대, 조명까지 다 있으니, 그냥 여기서 바로 화장하면 되겠는걸?"
생각이 정리되자 실행 계획은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배관공사를 할 때 작업자분께 세면대 배관을 벽배관으로 바꾸겠다고 말씀드리고, 바닥 배수구는 과감히 막아버렸다.
습식 욕실의 기능을 덜어낸 만큼, 타일은 온화한 베이지 톤으로 선택해 침실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했다.
천장은 편백 루바로 마감하여 따뜻한 우드 감성을 더했고, 은은한 나무 향도 함께 담아냈다.
세면대 상부장과 하부장은 클래식한 스타일의 가구로 구성해, 화장실이라기 보다는 파우더룸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작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설치한 슬라이딩 도어는 천장 높이까지 이어지는 구조로, 문을 닫아두면 마치 하얀 벽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했다.
이제 우리 침실 화장실은 그 자체로 방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하나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슬라이딩 도어를 닫으면 아늑한 침실로 기능하고,
도어를 열면 마치 숨겨진 공간처럼 작은 파우더룸이 나타난다.
한 때는 구취 괴물을 떠올릴 만큼 마음에 걸리던 공간이,
지금은 나만의 예쁜 파우더룸이 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