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을 우리답게 만든 선택들 – 7

살아가며 완성되는 현관

by Sanna


우리 집은 현관이 참 작다.

인테리어를 준비하며 남편과 "아파트 지을 때 현관 평수 빼서 거실에 넣어줬나 봐." 하고 농담하곤 했는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었다.

신발이며 외출에 필요한 물건들을 이 작은 공간에 다 담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처음엔 현관 구조를 거실까지 조금 더 확장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단 필요한 만큼만 남기고 정리하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우리 삶에 맞게 조율하고 나니, 결과적으로는 게으른 미니멀리스트에게는 딱 적당한 사이즈의 현관이 되었다.

여기에 우리 취향을 반영한 심플한 원슬라이딩 도어를 더해 거실과 현관의 경계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집 안과 밖을 잇는 중립 지대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현관이 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가급적 현관에 물건을 두지 않으려고 해도, 신고 나갈 신발을 비롯해 외출 시 필요한 물건들은 이 공간에 담아야 했다. 그래서 현관 한쪽 면 전체를 붙박이장으로 채워 수납 공간을 확보했다.


그 결과 한 칸 반 크기의 수납장이 생겼고, 그 중 한 칸은 우리 부부의 신발로 채우게 되었다.

우리는 신발 욕심이 적은 편임에도 초기에는 공간이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계절에 맞는 신발만 꺼내어 두고, 나머지는 박스에 담아 팬트리에 따로 보관하곤 했었다.

그렇게 수시로 정리하다 보니 자연스레 덜 신는 신발은 기부하거나 버리게 되고, 신던 신발이 떨어지기 전에는 새 신발을 사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신발이 많이 줄어서 지금은 계절마다 신발 정리를 할 필요도 없이, 딱 1칸이면 충분하다.


남은 반칸엔 우산이나 자전거 용품, 택배용 칼 등 자잘한 물건들을 담았다.

처음엔 정리가 잘 되지 않아서 비좁게만 느껴졌는데, 장 안쪽 면에 네트망을 설치하고 물건을 걸어 수납하니 이제는 제법 공간에 여유가 생겼다.

수납 방식만 바꿔줘도 공간의 크기가 달라진다.


처음엔 '이 좁은 공간에 수납이 다 될까?' 싶었는데, 막상 삶에 맞게 덜어내고 정리하는 아이디어를 찾다보니 어느새 우리의 현관은 제법 여유있는 공간이 되었다.


덕분에 작은 공간이라 안될 줄 알았던, 현관 한 켠에 벤치를 놓는 사치도 부렸다.

편히 벤치에 앉을 여유까지는 없지만, 신발을 신고 벗으면서 가방이나 택배를 잠시 올려두는 용도로 아주 유용하다.

무엇보다 꾸밈의 공간이 있다는 점이 소확행이다.





현관은 또, 인테리어 욕심이 한창일 때, '예쁘니까!' 라는 이유 하나로 고른 타일 덕분에 꽤나 수고를 치른 애증의 공간이기도 하다.

신발에 묻은 먼지에 매번 예민해져 잘 닦이지도 않는 타일을 열심히 닦아내며 애를 써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냥 커다란 매트 하나 깔아두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편을 택했다.

덕분에 허리는 편해졌고, 매트는 생각보다 꽤 마음에 든다.


그리고 우리 집 현관 인테리어에서 가장 지대한 역할을 한 건, 단연 중문이다.

처음엔 현관문을 열자마자 거실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가 마음에 걸려서 그 시선을 가려보려는 의도로 설치를 결심했는데,

막상 달고 보니 기능과 디자인, 그 모든 면에서 현관의 완성도를 끌어올려줬다.

무엇보다 외풍과 소음이 확실히 차단되면서 집 안이 훨씬 더 아늑하게 느껴졌고,

디자인적으로도 거실과 현관의 경계가 분명해져 인테리어가 깔끔하게 마무리된 느낌이 든다.


원래는 하부 고시, 그러니까 중문 하단부에 가림막이 적용된 디자인으로 요청했는데, 중간 과정에서 전달이 누락됐는지, 전체가 모루유리로 시공되어버렸다.

그런데 의외로 그 ‘실수’로 제작된 중문이 내가 요청했던 디자인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때로는 어긋난 계획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때가 있다.





이렇게 고민도 많았고 시행착오도 많았던 현관이지만,

그 과정을 지나며, 그리고 살아가면서 조금씩 우리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어쩌면 모든 인테리어에는 '완성'이라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조금씩, 천천히 변해가는 그 모든 과정 자체가 '인테리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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