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키키'와 함께 하는 우리 집
인테리어를 마무리하며, 드디어 집이 안정된 모습을 찾았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평온한 일상에 또 한 번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다.
부서질 듯 작은 체구에 의외로 목소리는 우렁찬 아기 고양이 '키키'가 우리 가족이 된 것이다.
그날 이후 집 안의 동선과 가구 배치, 심지어 사소한 살림살이 하나까지도 키키를 중심으로 결정되기 시작했다.
혹여 짧은 다리로 뛰어내리다 다칠까 걱정이 되어 곳곳에 숨숨집 겸 디딤판을 두었고, 내 눈엔 보이지도 않던 구멍과 틈새까지 찾아서 막느라 한동안 분주했다.
키키만 다치지 않는다면,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를 고집하던 우리의 지조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머리카락 한 올에도 예민하던 나는 여전히 매일 청소기를 돌리지만, 이제 떠다니는 키키 털쯤은 무던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작은 몸집과 달리, 키키가 가져온 변화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벽면이 좋다던 거실 한쪽엔 이제 키키의 밥그릇이 놓여 있다.
우리의 인테리어 고집보단, 주방과 가까이 있고 키키가 자주 지나다니는 자리라는 점이 더 중요했다.
추구하던 여백의 미보다, 밥 잘 먹는 키키의 모습이 더해진 지금의 거실이 훨씬 사랑스럽다.
거실 화장실 입구엔 키키의 화장실이 자리했다.
키키가 드나둘 수 있도록 문을 늘 열어두어야 하는 덕분에, 샤워할 때를 제외하곤 사실상 키키 전용 화장실이 되었다.
키키가 편하다면 거실 화장실 쯤이야, 얼마든 내어 줄 수 있다.
밥 자리, 화장실 자리는 예상하던 변화였지만, 주방마저도 키키가 접수할 줄은 몰랐다.
예전엔 유튜브에서 주방에 올라오는 고양이를 보면 '왜 저렇게 놔두지?' 싶었는데, 지금은 100% 이해한다.
고양이는 집사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위험한 상황만 최선을 다해 방지할 뿐, 나머지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우리 집 주방 창틀과 아일랜드 테이블은 어느새 키키의 자리가 되었다.
키키를 위한 살림살이도 점점 늘었다.
키키가 자라면서 캣타워는 하나둘 더해졌고, 장난감도 제법 많아졌다.
한때는 뷰를 가리기 싫어 비워두었던 거실 창가는 이제 키키의 가구들이 차지했고,
나는 바깥 풍경보다 창밖 구경을 하고 있는 키키의 뒷모습을 보는 것이 더 즐겁다.
거실에서 이어진 침실 앞 베란다, 그리고 침실까지는 키키의 '우다다' 전용 트랙이 되었다.
우리의 로망을 위해 비워두었던 그 공간이 이제는 키키의 신나는 놀이터가 된 것이다.
고요하던 우리 집이었는데, 이제는 매일 키키가 바람처럼 달리며 털을 흩날린다.
그 모습에 마냥 웃음이 터져나오는 걸 보면, 이건 보통 콩깍지가 아닌가보다.
키키와 함께 살면서, 집은 단순히 '완성된 공간'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과의 시간을 겹겹이 쌓아가며 써 내려가는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엔 나름 지키고 싶었던 인테리어의 원칙이 있었지만,
남편과 키키와 부대끼는 매일 속에서 그 원칙은 조금씩, 그리고 자연스럽게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