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말하는 그 정답이 너무 어려워
아무리 애써도 사라지는 그 시절의 내 꿈들은 어디로 갔을까?
운명처럼 만난
황금가면.
“팀장님, 오늘 김동률 곡 발표했는데 들어 보셨어요?”
“김동률? 아니? 곡 제목이 뭔데요?”
“황금가면이요.”
“엥?”
2023년 5월 11일,
김동률의 황금가면이라는 곡이 발표됐습니다. 김동률 님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스무 살 초반, 노래방에 가면 자주 부르던 노래가 있었는데요. 그게 김동률 님이 부른 '취중진담'이라는 곡이었습니다.
때문에, 다른 곡들도 몇 개 더 알고 있습니다. 감미로운 목소리, 그리고 진중한 노래들…
근데, 노래 제목이 ‘황금가면’이라니… ‘그렇게,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가수였나?’라고 생각했어요.
출근하자마자 이야기가 나온 ‘황금가면’의 논란(?)은 오전 회의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급기야 부장님이 “아 안 되겠다. 우리 다 같이 들어보면 안 돼?‘라고 말했고, 회의실에 모인 직원이 다 함께 프로젝터를 통해 '황금가면' 뮤직비디오를 감상했어요.
뮤직비디오에는 조우진 배우가 회사원으로 등장하는데요. 바쁜 일상에서, 우연히 자신의 꿈에 대해서 생각하고 상상하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마치, 뮤지컬 한 편 보는 것 같았어요.
특히, 가사가 참 좋았는데 '한 줄의 가사'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세상이 말하는 그 정답이 너무 어려워, 아무리 애써도 사라지는 그 시절의 꿈들은 어디로 갔을까?"
계속되는 미팅, 그리고 외근으로 유난히 분주한 날이었는데요. 그 가사 그리고 멜로디가 계속 생각났습니다.
아무런 약속이 없어도 그냥 ‘칼퇴’를 하고 싶은 날이 있죠. 제겐 그날이 그랬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자동차로 50분 정도 걸렸는데요. 마치, 어린아이가 좋아하는 만화 주제가를 계속 듣는 것처럼, 계속 ‘황금가면’을 무한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그렇게 집 주차장에 도착해서 시동을 끄고 사이드브레이크를 올린 후, 미처 비상등도 끄지 않은 채, 운전석에 앉아 생각했습니다.
“내 꿈은 뭐였지?”
내 어린 시절
꿈은 뭐였지?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여러분도 많이 들어보셨나요?
어린 시절, 교실 초록색 칠판 위, 작은 액자에 급훈으로 많이 쓰인 걸로 기억합니다. 요즘으로 따지면 대세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어린 시절에는 저 말, 참 많이 들었습니다.
혹시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말의 뜻, 알고 계시나요? 어린 시절에는 원대한 꿈을 가져라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본래 뜻은 돈, 권력, 명예를 위한 삶이 아니라 인간이 마땅히 가져야 할 모든 것을 얻기 위해 야망을 가지라는 의미라네요. 뜻을 알고 보니 새롭습니다.
우리 같은 아저씨 혹은 아주머니들은 언제부턴지도 그 이유도 모르지만,
우리가 어린 시절 갖은 꿈은 마치, 나빠지는 시력처럼 흐려졌고 언제부턴가 꿈은 장래희망, 장래희망은 직업으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제 꿈은 뭐였는지 기억해 봤어요.
첫 기억은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덥고 더운 여름방학으로 기억합니다. 지금도 있죠? 그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방학숙제가 있었는데요. 당시에 담임선생님이 여름방학 기간 동안 시(poem)를 10편 써오라고 했습니다.
아, 초등학교 3학년이니 시가 아니라 동시가 맞겠네요.
기억해 보니 해야 할 일을 미룰 때까지 미루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네요. 개학이 2~3일 정도 남았는데 방바닥에 누워 급히, 동시 10편을 쓰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리면서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신나게 동시를 썼던 것 같아요.
그렇게 개학날이 왔고 선생님이 한 명, 한 명 불러 숙제 검사를 했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여자분이셨는데 긴 머리에 안경을 쓰셨고 조금 무서운 편으로 기억나네요.
어느덧 제 차례가 왔고, 숙제를 갖고 앞으로 나갔습니다.
사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썼던 10편의 동시가 대부분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딱 한 편은 아직도 기억납니다.
제목 : 1초
야구에서의 1초는 의미 없다.
축구에서의 1초는 짧다.
농구에서의 1초는 길다.
담임선생님은 이 동시를 몇 초간 지그시 보다 말했습니다.
"이거, 다 네가 쓴 게 맞아? “
아마, 10편의 동시가 조금은 재밌고 귀여웠나 봐요. 근데, 또래 다른 아이들하고 쓴 것과는 느낌이 달랐던 것일까요? '네가 다 쓴 거냐'라고 물으며 선생님은 절 의심했습니다.
저는 억울하다는 듯이 큰 소리로 “아니요. 제가 썼어요!”라고 말하며 선생님의 표정을 봤는데요. 선생님은 살며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당시, 선생님 본심을 묻진 못했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선생님이 날 칭찬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그 일로 글쓰기에 대한 재능을 찾았다고 하긴 어렵지만, 그날 이후로 무언가 쓰는 걸 즐기고,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지루하던 일기 쓰기가 재밌어지고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에게도 편지를 자주 썼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수업에서 선생님이 꿈에 대해서 물었어요. 사실 그전까지는 모든 아이들이 한 번씩 꿈꾸던 과학자였는데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도 모르게 ‘저는 시인이 돼서 위인전기에 나오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인이 돼서 위인전기에 나오는 것’
이 꿈은 사실 제가 꽤나 컸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친구들에게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주 말했었는데요.
고등학교에 올라오니 주변사람들은 대학교 진학이나 하고 싶은 직업에 대해서만 묻고 꿈에 대해서는 묻지 않아 '위인전기에 나오고 싶은 시인'은 점점 잊힌 것 같습니다.
그렇게 김동률의 황금가면을 듣고 나서 잠시 차 안에 앉아서 위에 제 꿈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언제부터 꿈을 잃었지?”
잃은 꿈.
찾아야 하는 꿈.
혹시, 최근에 여러분은 주변 사람들에게 꿈을 물은 기억이 있나요?
제가 꿈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저 역시, 직장 생활하며 누군가에게 '네 꿈은 뭐야?'라고 물은 기억이 없습니다.
누군가 자신에게 꿈을 묻지도 않고 스스로에게도 묻지 않으니 우리 삶에서 꿈은 그렇게 조금씩 잊힌 것 같네요.
부모님이 '시인이 되어 위인전기에 나오고 싶다'는 제 꿈을 진학이나 직업보다 더 많이 물어봐 줬다면,
학교에서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같이 찾아봐 줬다면,
적어도 원하는 꿈에 최단거리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하지만 누구나 마음속 한편에 언제 샀는지 기억나지 않는 책처럼 저마다 꿈이 있을 것이고 언젠간 다시 나오길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여보, 그래서 꿈이 뭔데?”
퇴사를 결정하고 아내는 제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 누군가를 위로하는 훌륭한 소설가가 돼서 위인전기에 나오고 싶어!"
어린 시절, 여러분 꿈은 무엇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