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상상을 진지한 고민으로

by 인프피아재
상상(想像)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봄.




일에 지친 날엔?
퇴사약 처방


"아, 언제 그만두지?"

"우선, 그만두고 생각할까?"

"사직서 양식이... 어딨더라?"


전부라고 이야기할 수 없어요. 하지만 많은 직장인 분들이 저런 고민, 많이 할 겁니다.


무한한 퀘스트처럼, 매일 쏟아지는 업무.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 문제들.

그 어떤 것 보다 힘든 대인관계.


그렇게 지친 날은 마치,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는 것처럼, 퇴사를 상상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상상은 힘들고 어려운 직작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처방약 같았어요.






꿈꾸는 것조차
꿈이 돼버리기 전에


잠시, 5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겠습니다.


2018년 5월, 전날까지 셔츠에 카디건을 입으면 딱 좋은 날씨였어요. 하지만 그날은 햇볕이 굉장히 뜨거워 자동차 에어컨을 그 해 처음 틀은 날이었어요.


그날은 입사한 지 1년이 안된 신입직원과 출장 가는 길이었습니다. 해도 해도 쌓이는 업무,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스트레스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신입직원이 말했어요.


“대리님, 저 그만둘까 고민하고 있어요. “


의외였어요.

신입직원이지만 일도 곧잘 하고 책임감도 높았으며 무엇보다 열정이 넘쳤거든요. 그런 친구가 갑자기 그만둔다니 설득하기 전에 이유라도 듣고 싶었습니다.


"갑자기? 왜?"

”사실은 원래 꿈이 있었거든요. 최근, 학원도 다니면서 준비하고 있는데…“

“아, 진짜? 근데? “

“워낙… 어렵게 들어온 곳이니깐 그만두면 나중에 후회할까 봐 겁나요.”


듣자 하니 꿈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나름에 준비와 노력도 하고 있었고요. 하지만 막상, 그만 두려니 걱정되는 게 많았나 봅니다. 그렇게 30분 가까이 그 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줬습니다.


어쨌든 직장 선임, 그리고 사회생활 선배로서 힘들게 들어온 회사를 나가지 말라고 설득해야 했는데요. 꿈에 도전하겠다는 말이 멋졌습니다.


“그래? 그럼 그만둬, 시간 지나면 꿈꾸는 것조차 꿈이 되더라"


이렇게 말하니 그 친구는 '그 말이 참 좋다'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한 달 정도 뒤에 정말 그만뒀습니다.

물론, 제 말 때문에 그만둔 건 아니겠지만 마음이 꽤나 싱숭생숭했어요.


그렇게 5년 후, 꿈 그리고 퇴사에 대한 고민, 그 신입직원의 고민을 제가 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데려간
진실의 방


"아니~ 나는 코로나 안 걸린다니깐? 어쩌면 인류 마지막 희망 아닐까? 하하!"


2023년 5월 즈음, 대부분 사람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데요. 제가 일하던 회사도 저를 포함해 2명 빼곤 모두 감염되었습니다. 이상하게도 확진자와 회의, 식사를 해도 걸리지 않아 위에 처럼 농담하고 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 몸이 이상하게 아팠는데 처음 느껴보는 증상이었습니다.


"아... 자기야... 나 몸 이상한 것 같아... 뭐지?"

"코로나 걸린 거 아니야?"

"아... 아닌데... 난 안 걸리는데... 어헉..."


주말이라 자가키트를 구입해서 검사해 보니 희미한 두 줄, 당일 새벽에 열이 39도까지 올라가고 몹시 아팠습니다. 그리곤 다음날 병원에 가서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요. 일주일 간 작은 방에 홀로 격리되어야 했습니다.


핸드폰, 컴퓨터 하는 것도 '원데이, 투데이'지 정말 지루했어요. 생각해 보니 지난 10년 간, 출근하지 않고 온전히 혼자 있는 게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정말, 퇴사가 정답인지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첫 번째 질문.
지금 하는 일이 네가 원하던 일 아니었어?


아참, 제가 무슨 일 하는지 이야기하지 않았네요. 저는 여러 가지 문제나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상담하는 일을 10년 정도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은 제게 부모님과의 갈등, 친구와의 문제, 연애고민 등을 털어놓았는데요. 그때부터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했나 봅니다. 성격유형 INFP, 추천직업에 상담사가 있는 걸 볼 때 적성에도 맞는 것 같고요.


지금 하는 일을 시작하면서 어느 날, 중학교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진성아 내가 그때도 상담하는 거 잘했나?"


당시, 술자리였는데 친구는 소주를 한잔 마시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대답했어요. "잘했는진 모르겠는데? 근데, 잘 들어주긴 한 것 같아"


'누군가의 고민을 진심으로 듣고, 공감하며 위로한다. 그리고 함께 해결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끝에는 언제나 보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이 네가 원하던 일 아니었냐?'는 질문에는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두 번째 질문.
평화주의자에게 힘든 사회생활, 적응되지 않았니?


지금 보니 어렸을 때 말썽을 많이 부렸던 걸로 기억해요. 그래서 부모님에게 혼나는 일도 많았습니다.

혼나는 것보다 더 싫은 것, 그 뒤에 따라오는 어색함 그리고 불편함. 그 시간이 그렇게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뭔 일이 있으면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 빠른 용서를 빌었죠.


코로나에 걸려 침대에 누워있을 때, 저는 회사에서 팀장이었습니다.


"아, 진짜 이건 양보 못 해"


다들, 직장생활에서 굽힐 수 없는 신념, 가치가 있으실 텐데요. 저는 회사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투지 않고 갈등 없이 지내는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대인관계 문제가 최소화돼야 각자 본업에 충실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실무자로 회사를 다닐 땐, 어느 정도 소신을 지키며 다닐 수 있었어요. 하지만, 팀장이 되고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팀원, 회사, 협력기관 등 이해관계가 넓어졌기 때문이죠. 때문에, 언제나 갈등 없이 지낸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갈등이 더 나은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갈등 없이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부단히 도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지쳐만 갔어요.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었으나 아마, 평생 풀어야 할 숙제였겠죠.


때문에 '네게 사회생활이 맞다고 생각해?'라는 질문에 저는 단호히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질문.
그만두면 후회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만두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보려고요."

"아니, 지금 일이 하기 싫어?, 사람 관계가 힘들어? 아니잖아. 무조건 후회할걸?"


퇴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아는 형에게 말하니 '무조건 후회할 거다'라는 답변이 오더군요.


맞습니다. 간디와 같은 평화주의자에게 사회생활이 어려웠지만, 상담하는 일이 적성에 맞았고 대인관계에 지친 상황도 아니었죠. 때문에 반드시 지금 퇴사해야 할 동기가 부족했습니다. 그 형 말처럼 그만두면 무조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직장생활 10년 차... 앞으로 10년 뒤면 어떨까? “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그만두지 않고 회사를 계속 다닌다면 앞으로 10년은 어떨지요.

아마도 매번 퇴사를 상상만 했을 것이고 '지금' 결정하지 못한 후회를 계속하며 살고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돌이킬 수 있는 후회
vs
돌이킬 수 없는 후회


결국,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후회는 있었습니다.


퇴사한다면?

퇴사하고 꿈에 도전했으나 포기하거나 실패한다면 경제적 어려움, 경력단절, 재취업 부담과 같은 후회가 될 것 같았어요. 하지만 퇴직금으로 일정기간 생활은 가능했고, 지금까지 쌓은 경력으로 또 어디선가 일할 수 있었었습니다. 돌이킬 수 있는 후회였어요.


퇴사하지 않는다면?

매번 상상으로 퇴사한다면 "그때 관둬야 했는데..."라며 매년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흘러가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돌이킬 수 없는 후회였어요.


"그래, 되돌릴 수 있는 후회를 선택하고 꿈꾸는 사람이 되자."


어느새, 자가격리 마지막 날이 왔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결심한 날이기도 했네요.




여러분에게 돌이킬 수 있는 후회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후회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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