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한 사람이
남들이 보기엔 그럴듯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면서
천천히 스스로를 해치는 것을
제가 얼마나 자주 봤는지 아십니까?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수준의 자해입니다.
<정해랑. 시선으로부터>
레고
그리고
싸이월드
“엄마! 레고 사줘!”
어린 시절, 친구들과 밤낮없이 뛰어노는 것도 좋아했습니다만, 가장 재밌던 건 혼자 '레고(Lego)'를 갖고 노는 거였어요. 근데 웃긴 게 한 번도 설명서를 보고 조립한 기억은 없습니다. 일곱 빛깔 무지개색, 수천 개의 레고를 오로지 상상만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시간이 더 흐른 고등학교 시절, 지금은 놀림거리 된 '흑역사' 싸이월드에 흔히 말하는 '감성글'을 많이 썼는데요. 얼마 전, 해당 업체에서 지워진 데이터를 복구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아 그때 쓴 글들을 봤습니다. 쑥스럽고 낯 뜨거운 글들이지만, 지금처럼 누군가의 슬픔이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글이 많았습니다.
속마음으로 퇴사를 결정하고 ’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해 봤습니다. 그렇네요. 저는 예전부터 무언가 상상하는 것 그리고 공감 주고받는 걸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왜 나는
작가가 되길 원할까?
"작가? 근데, 왜 하필 작가야?"
"그러게? 깊게 생각은 안 했는데 그냥 글 쓰는 게 좋아."
제겐 퇴사가 더 나은 곳으로 이직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꿈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작가가 될 거라는 말에 아내는 왜 그게 되고 싶은지 물었는데요. 저는 그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아마, 어딘가 면접을 보는 상황이라면 무조건 탈락했겠네요.
그러게요. 저는 왜 작가, 특히 소설가가 되고 싶은 걸까요? 내비게이션으로 막히지 않고 빠른 길을 찾는 것보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가 더 중요한 것처럼,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를 깊게 생각해 봤습니다.
아!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콘텐츠’는 달랐지만, 항상 뭔가 끄적거리며 쓰는 걸 좋아했네요. 특히, 직장생활 중에도 꾸준히 글쓰기 2가지를 했습니다.
첫 번째 글쓰기,
정말 솔직하게 쓰던 일기
한 번은 상담과 관련 없는 부서에서 1년 정도 일했어요. 스스로 원해 갔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 그리고 자존심 부려 꼬인 대인관계로 '불면증'과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고생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긍정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쉽게 좌절하거나 절망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렇기에 감정적으로 한번 바닥으로 떨어지니 회복하는 게 너무 어려웠습니다.
“하… 가는 길에 사고라도 났으면 좋겠다. 좀 쉬게…” 오죽하면 이런 생각도 했었고요. 교회도 잘 다니지 않았는데 아침마다 “하나님, 제발 도와주세요.”라며 출근길에 매일 기도 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누군 가에게 털어놓는 스타일도 아니라 더욱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답답한 마음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오늘 있던 일을 주절주절 썼는데요. 언제부턴가 그날 느낌 감정, 기분 그리고 정말 내가 원하는 걸 솔직하게 쓰기 시작했습니다.
2018.11.07.(수)
오늘도 수 없이 눈치를 봤다. 너무 싫다. 난 왜 이렇게 눈치를 보는 걸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데 이런 내 모습을 평생 감당하려니 너무 답답하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 그리고 말들에 무뎌지고 싶다.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지질하다. 하지만, 눈치 보는 게 어쩌면, 난 언제나 누군가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그건 나쁜 건 아닐 텐데...
누군가에게 일기를 보여준다는 게 쑥스럽네요.
처음에는 솔직하게 일기를 쓰는 게, 다시 열어보기 창피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쓰다 보니 문제나 어려움이 있을 때 상황, 사람이 아닌 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어요. 또한, 우울하고 속상한 기분에서 좀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쓴 글에 스스로 위로가 되었어요.
그리고 세상 누구나 말하기 어려운 고민, 어려움을 마음에 담고 살아간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좀 더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그동안 썼던 일기 하나하나가 글감이 되었네요.
두 번째 글쓰기,
웹소설 공모전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분들이 많은데요. 제게 어떤 글을 쓰고 싶냐고 묻는다면 소설가가 되고 싶습니다. 다만, "어떤 소설을 읽고 소설가의 꿈을 갖게 되었나요?"라고 물으신다면 "없는데요...?"라고 말할 거예요. 제 인생에 큰 영감을 준 소설을 읽지도 않았고 흔히 말하는 명작을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도 보지 못했어요.
때문에 이렇다 할 인생 소설은 없습니다. 오히려 몇 편의 애니메이션 그리고 'To the moon'이라는 게임이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더 많이 주었습니다. 오로지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제가 직접 써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몇 편의 웹소설을 보게 되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웹소설 플랫폼에서는 1년에 한 번, 공모전을 열었는데, 그걸 보고 "그래! 이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워낙, 재미있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아, 공모전에 지원하는 목적이 수상은 아니었어요. 오로지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써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했습니다.
웹소설 공모전은 매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5,000자에 20편 정도 쓰는 게 지원 기준인데요.
"5,000자에 20편? 할만한데?"
책을 보기나 했지 한 번도 써본 적 없었기에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무작정 도전했어요.
"와... 혹시라도 대박 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1편을 썼는데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왜냐, 5,000자를 쓴다는 건 정말, 너무나도 어렵고 힘든 일이었어요.
퇴고에 대한 개념도 없었는데 한 편을 쓰는데 6시간 정도는 걸렸어요. 평일에 퇴근하고 1~2시간은 써야 했고 주말에는 시험기간 벼락치기처럼, 하루 종일 글을 써야 했습니다.
한 편을 쓰고 막막했습니다. 이렇게 20편을 써야 하다니 포기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제 막 써 내려간 이 이야기가 20편 뒤에는 어떨지 궁금했어요. 저만의 세상을 상상으로 만들어가는 게 힘들지만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2021~2022년, 웹소설 공모전에 작품을 냈습니다. 결과는 어땠냐고요? 물론, 조회수도 낮고 댓글도 거의 없었어요. 큰 기대는 없어 실망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글로써 내가 고민하고 상상하는 모든 걸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확고해졌어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 생각해 보니 어느 날 번쩍하고 나타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레고는 제게 상상력이란 즐거움을, 싸이월드에 쓰던 글들은 공감력을 심어줬고 결국,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솔직하게 일기를 쓰며 알게 된 글의 힘, 그리고 소설 안에서 무엇이든 상상하며 써내려 갈 수 있다는 즐거움. 이 2가지는 제가 작가가 꿈이 된 가장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디서
즐거움을 느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