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살에 퇴사? 근거를 말해봐 - 취미요? 독서요.
독서는 시간을 '보내는' 행위가 아니다.
주어진 시간을 나의 시간으로 '만드는' 행위다.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 김범준>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이해할 수 없던 말
다른 스승님은 몰라도 중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은 또렷이 기억납니다. 수학을 가르치셨고 싱글벙글 웃고 다니셨는데 손에는 항상 단소를 들고 있었습니다. 단소의 용도는 무엇이냐? 아이들이 수학 시험을 못 보거나 잘못하는 일이 있을 때 혈액순환에 좋다며 발바닥을 때리셨습니다.
그때, 항상 하시던 말이 하나 있었어요. "야 이놈들아 책 속에 길이 있다니깐?"
이제 와서 생각하니 수학 선생님이 왜, 문과 감성 이야기를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순수하고 겁도 없던 그 시절,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엄마가 "게임 좀 그만하고 공부해!"라는 말처럼 아무 감흥이 없었지만, 그때 선생님 나이 정도가 되니 조금은 그 뜻을 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독서도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죠.
아,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는데요. 저는 누가 취미를 물었을 때 쑥스럽게 독서라고 말할 수준입니다. 정말 다독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너무 부족해죠.
하지만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았던 제가 어떻게 50권 정도는 읽게 되었는지, 독서가 주는 좋은 점은 무엇인지 공유하고자 합니다.
꾸준히 독서를
할 수 있었던 방법
첫 번째, 좋아하는 책을 읽었습니다.
“아, 안 되겠어. 오늘부터 갓생을 살아야지! 자! 책을 사볼까!”
네, 그렇게 산 책은 하나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책장에 꽂힙니다. 지금도 책장을 보면 언제 무슨 이유로 샀는지 영문 모르는 책이 많이 있네요.
몇 년 전, 자료지만 대한민국 1년 평균 독서량이 4권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독서는 우리에게 특별하고 어려운 일, 대단한 일처럼 느껴집니다. 필요 이상의 의미부여를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진지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독서를 다짐하니 재밌고 흥미로운 책을 사는 게 아니라 뭔가 의미를 찾고 싶은 책을 찾게 되는데요. 저 역시 여러 자기 개발서, 재테크, 인문학 관련 책을 샀지만 초반 몇 페이지만 본 책은 방을 어지렵히는 애물단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단순히 재미와 즐거움을 얻고 싶어 소설책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출퇴근 길, 잠들기 전 침대에서, 낮잠이 솔솔 오는 나른한 주말 오후 카페에서 등등, 뒷부분이 궁금하니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권, 두 권, 세 권... 읽더니 어느새 시간을 만들어 독서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소설책도 책이니깐요...ㅎㅎㅎ)
독서하는 행위가 익숙해지고 그 즐거움을 느끼니 평소 관심이 있던 상담, 심리학, 자기 개발서 등 제 일이나 삶에 필요한 책들을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일 년에 책 한 권 읽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바빠도 한 주에 한 권의 책을 읽는 독서가 취미인 사람이 되었네요.
두 번째, 마음대로 대충 봤습니다.
"오, 제목 괜찮은데? 이걸 읽으면 분명히 도움 될 거야!"
네, 인테리어 소품이 또 하나 늘었습니다. 이번엔 책장에 공간이 없어서 억지로 끼워 넣었네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세상에 모든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흥미롭고 관심 가는 부분이 있다면 재미가 없거나 지루하기도 혹은 사색과 고민이 필요한 부분도 있죠.
서점에서 책 제목이나 첫 부분만 보고 잘 읽혀서 충동구매 했다가 이내, 관심이 없거나 지루한 부분이 나오면 그만두게 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첫 부분만 보고 종료버튼을 누른 책이 책장에 꽤 있네요. 소설책은 결말이 있어 끝까지 봤지만, 삶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상담, 심리학, 자기 개발서 등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예전에 구입한 책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요. '이 책을 왜 샀지?'라는 생각으로 목차부터 봤는데 여러 내용 중, 특히 관심 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부터 읽기 시작했는데요. 앞부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경우가 있어 봐야 할 영역이 점점 넓어졌습니다. 그러니 순서는 뒤죽박죽이지만 한 권을 완독 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순서대로 완독 하기 어려운 책은 읽고 싶은 부분부터 보고 있습니다. 순서대로 보는 경우라도 잘 읽히지 않거나 재미가 없는 부분은 중요한 포인트만 읽거나 대충 보거나 지나치기도 하고요.
짜인 순서대로 책 한 권을 정독하는 것이 독서의 정석이겠지만, 책의 모든 내용을 순서대로 기억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공부가 아닌 독서니깐요. 혹시라도 책을 완독 하기 어려운 분들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책을 읽고 한 줄이라도 느낀 점을 기록했습니다.
나는 우리가 매 순간 모르고 있지만 대개 보통
그 누군가 평안하길 바라며
그 누군가 걱정, 근심하지 않길 바라며
그 누군가 나로 인해 기분 좋길 원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친절과 배려가 오고 가는 사이
이따금씩 있는 갈등과 서운함은
'그냥 아무 일도 아니다'
부디, 침대에 누워 쉐도우 복싱 그만하고
편히 자길
(솔직하게상처주지않게를 읽고)
제가 대인관계로 힘든 일이 있었을 때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라는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쓴 글인데요. 보시면 알겠지만 책 내용을 정리하거나 인용하지 않고 오로지 느낀 점만 썼습니다.
독서의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알아가던 즈음, 책을 읽고 느낀 점을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책 내용 중, 의미 있고 도움이 된 문구를 정리했는데 꽤나 시간이 걸려 부담스러웠고 일이 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책 내용 없이 느낀 점만 쓰기 시작했는데요.
책을 읽고 느낀 점 위주로 짧게 글 쓰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기록하니 책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더라도 내가 어떤 걸 배우고 느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이런 기록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독서에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책 한 권 읽고 단, 한 줄이라도 느낀 점을 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부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서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
첫 번째, 힘든 일이 있더라도 조금 더 빨리 일어설 수 있습니다.
지금과 달리 어린 시절에는 개구쟁이였습니다. 특히, 이유도 없이 뛰어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자주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없는 날이 없었어요. 넘어져 다친 순간에는 상처에서 피가 나고 아프지만 곧바로 일어나 다시 뛰어갔습니다. 어디로 갔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요.
제법 나이를 먹고 나서는 지각하는 날을 제외하고 뛰어본 일도, 딱히 넘어진 기억도 없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넘어지는 일은 나이가 들수록 자주 있는 일이네요.
'누군가의 상처되는 말 한마디에'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일에'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에'
어린 시절처럼, 넘어져도 금방 일어나 뛰어 나가고 싶지만 한 번 넘어진 마음은 일으켜 세우기 참 어렵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로 책을 쓰는데요. 독서하며 한 가지 느낀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이 넘어진다는 것입니다. 위대한 위인이나 재벌, 힘든 일 없을 것 같은 목사님 스님, 성공한 젊으니, 베스트셀러 작가 등 어느 시대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더라도 그 누구나 넘어지고 좌절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제나 다시 일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그때처럼요.
수많은 책은 우리가 겪는 아픔이나 슬픔, 그리고 어려움에 대해 그럴 수 있는 일이라며 위로해 줍니다. 몇 권의 책으로 마음이 넘어지지 않을 순 없지만, 조금은 덜 아프게 넘어지는 방법, 조금이라도 빨리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었어요.
두 번째, 공감 능력과 이해심이 깊어졌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상당한 인기를 얻었는데요. 자랑 하나 하자면, 저는 전교에서 2등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잘했습니다. 1등이 아닌데 왜 자랑하냐고요? 당시, 전교에서 1등으로 '스타'를 잘하는 친구는 요즘말로 '넘사벽'이었습니다. 10판 넘게 붙었는데 이길 수 없었어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분한데요. 어린 시절 이해가 안 되는 일을 떠올리니 기껏해야 게임에서 진 게 떠오르네요.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니 알게 된 것들은 많아졌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은 더 많아졌습니다. 사회적 가면 아래, 속으로 누군가를 욕하면서 겉으로 좋은 사람인 척하는 능력은 높아졌고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아무리 멘털관리를 잘해도 사람 때문에 힘들고 마음 불편한 일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세상을 담아내는 마음의 틀이 있는데요. 나이를 먹을수록 그 틀은 견고하고 단단해집니다. 그러니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만이 옳다고 생각하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겉으로 티 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속으론 누군가를 정죄하고 판단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럴수록 마음에 여유가 없어졌는데 변화가 없었다면 지금보다 불행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상담 그리고 심리학과 관련된 책을 많이 보니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는데요. 타인의 생각이나 가치, 판단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적이고 다름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판단이나 가치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타인의 판단과 가치도 존중해야 함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은 그럴만한 사정이 있고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법적으로 문제 되는 폭언, 폭행이 아니라면 상대방의 일부 태도로 내가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서를 통해서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는 척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했어요. 처음에는 진정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불편해하는 마음을 없애니 오히려 스스로의 삶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 용기를 갖고 도전하는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여러 온라인 게임에 마법사라는 케릭이 있는데요. 마법을 배울 때 '스킬북' 즉, 마법책을 통해 배우고 싶은 마법을 익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 삶에서 그러한 마법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끔, 현실감각 떨어지는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럴 때 '감각형 S'스킬북을 한 20권 사서 배우면 퇴사하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꾸준히 독서를 했다고 마법처럼 대단한 능력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능력이 올라갔는데요. 바로 용기와 도전입니다.
10년 가까이 한 분야에서 일하며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삶을 살아낼 수 있었지만 항상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할까?'라고 수 없이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 물음은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제게 그냥 신세한탄이었어요. 무엇보다 지금까지 쌓은 경력을 버리고 다른 분야로 도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래서, 그만두면 뭐 하지?"라는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꾸준하게 독서를 하니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독서를 시작하기 위해 보던 소설책은 "어린 시절 내 꿈이 작가였지?"라고 기억할 수 있도록 했고 급기야 "내가 직접 써보자!"라며 용기를 주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지만 여러 작가들의 에세이를 보며 '어쩌면 나도 아직 늦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어요.
결국 독서는 제게 작가라는 꿈을 실현해 보도록 용기를 주고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딘가에 누울 공간과 핸드폰만 있으면 한두 시간 금방 가는데요. 그중 영상이 갖은 힘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앞서 제가 헬스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운동방법도 대부분 유튜브로 배웠어요. 글이나 사진보다 영상이 주는 정보의 현장감. 자세함은 앞으로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 노력을 들이지 않고 손가락 하나만 넘겨서 영상을 보다 보면 딱히, 의미 없거나 유익하지 않은 내용들도 많이 보게 됩니다. 특히,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데요. 정보전달 측면에서 분명, 도움 되지만 아무런 의미 없이 시간이 소비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그런 의미에서 책은 자신만의 템포를 갖고 사색할 시간을 줍니다. 또, 원한다면 아인슈타인이나 셰익스피어처럼 인류사에 남을 위대한 인물들과 대화하며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어요. 이런 의미 있는 시간들이 쌓이면 결국에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나 선택을 한다고 믿습니다.
많은 이들이 공허하게 시간을 소비하는 이 세상에서, 어쩌면 독서가 가장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당신에게
의미 있던 시간은 언제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