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에 성공할 수 있는 이유 : 성격

37살에 퇴사? 근거를 말해봐 - 인프피여, 나답게 살아가자.

by 인프피아재
당신을 끊임없이
다른 누군가로 만들려는 세상에서
당신 자신이 되는 것은
가장 위대한 성취이다.

<램프왈도 애머슨>





애증의
인프피


"자, 인프피아재님. 성공적인 퇴사를 위해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네.'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저요? INFP..."

"합격"


15년 전, 이야기입니다. 당시에는 MBTI보다 서로 혈액형을 묻는 게 유행이었어요. 어느 정도냐? 연애의 시작과 끝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그땐 B형 남자. 즉, 나쁜 남자가 유행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만나던 여자친구가 자긴 나쁜 남자가 끌린다며 떠난 게 기억나네요. 아마, 제가 착한 O형 남자(?)라 그랬나 봅니다.


그런 시절, 저는 한 대학교의 심리상담학과를 다니고 있었는데요. 그 당시엔 생소했던 MBTI 검사를 했습니다. 공부는 안 해도 심리테스트 앞에서는 누구나 진지하고 근엄해지죠? 아주 성실히 검사에 임했고 INFP가 나왔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프피, 외길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INFP 유형은 이상적이고 예술적인 성격으로 내향적(I), 직관적(N), 감정적(F), 유연하고 개방적인(P) 네 가지 특징으로 이루어진 유형인데요.


내면에 감정과 감성을 깊이 느끼고,

예술과 창작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즐기며,

자신과 타인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자유롭게 개방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정확하네요. 말 그대로 거를 타선이 없습니다.


성격의 특징은 그렇고, 조직에서는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 구성원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각자 맞는 역할을 찾도록 돕는다.
- 자신의 이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여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 공동의 목적을 향해 조용하게 구성원을 이끈다.
- 조직에게 적합한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제시한다.
- 타인을 비판하기보다는 칭찬하는 편이다.
- 같은 뜻을 가진 동료와 협조적인 분위기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 사생활이 존중되고 평온한 분위기를 선호한다.
- 동료의 마음을 조용히 지지하고 위로한다.
-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는 완벽을 추구한다.
- 동시에 너무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 엄격한 위계질서나 관료주의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것은 힘들어한다.
- 자신의 이상과 조직의 방향이 다를 때 심한 갈등을 겪는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MBTI – INFP 유형 (심리검사백과)

하나, 하나 "아~"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공감되네요. 애증의 관계이지만 결국, 저는 제 성격을 인정하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퇴사를 앞둔 인생의 갈림길에서, 조직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정리해 봤어요.

(편의 상, INFP를 '인프피'라고 하겠습니다.)






인프피의
사회생활
희망편


첫째, 인프피. 의미와 가치를 넓혀가는 인재.


"인프피아재님, 이것 좀 이번달 말까지 부탁할게요."

"음...(표정은 이미 썩어있음.)"

"이 일은 인류평화에 큰 의미가 있을 거예요."

"인류평화요!? (반짝 거리는 눈동자)"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직장생활 중, 가치 있는 일이라면 아무리 많아도 힘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런 일이라면 자진해서 앞장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미 없이 윗사람만을 위하거나, 실적과 평가만을 위한 일들은

가치와 의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동기부여도 안 됐습니다.


당연했습니다. 어떻게 모든 회사 일에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겠어요. 범죄나 부도덕한 일이 아니라면, 결국 의미나 가치도 상대적이니 말입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남은 별개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이를 인정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에서 의미 있게 일하고 싶었어요.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았는데요. 그건 바로, 제가 갖고 있는 의미나 가치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마음속으로 속삭이며 일했어요.


"내 생각만이 정답은 아니지."

"저 의견도 의미가 있을 거야."

"가치가 없는 일은 없어, 다시 생각해 보자."


의미와 가치를 넓혀가니 일하는 게 편해졌습니다. 결국, 내 신념이나 가치관과 맞지 않았지 회사에서 필요하지 않은 일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유능한 인재네요.



둘째, 인프피. 갈등을 싫어하는 평화주의자.


"인프피아재님! 쟤 진짜 이상하지 않아요? 진짜 짜증 나!"

"(귀에 속삭이며) 아니... 근데, 저번에 쟤가 너 좋다고 칭찬하더라"

"아, 진짜요?"

"응. 평화의 비둘기는 이만..."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는 10월의 모기보다 갈등을 더 싫어합니다. 제가 누군가와 갈등이 있는 것도, 회사의 다른 사람끼리도 다투는 걸 싫어했어요.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일터에서 갈등이 없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인프피는 평화주의자. 조금이라도 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제 마음이 편하기 위함도 있지만, 갈등으로 인해 부정적 감정이 섞이면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지금 하는 일도 힘든데 사람 때문에 지치면, 일에 대한 동기도 흐려지고 협력도 안 돼 개인도 회사도 손해라고 생각했어요.


다 함께 사이좋게 지내진 못해도 최소한 서로 미워하거나 증오하진 않아야 된다고 믿었습니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갈등관계에 있을 때,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보다 중재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물론, 저도 같이 있으면 불편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 있었어요. 욱하는 성질도 있어 분노게이지가 상승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마음속으로 속삭이며 일했어요.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거야"

"그 사람 입장도 이해하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이해하자"


그리고 최선을 다해 다른 사람의 장점, 좋은 점을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사람이 누군가를 불편해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있더라도 그건 일부라고 봅니다. 분명, 마음속 한편에는 그 사람에 대한 기대나 애정이 있다고 믿어요.


애초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모인 우리가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회사 사장이라면 저 같은 사람 한 명은 꼭 뽑을 것 같아요.



셋째, 인프피. 상상력 만렙으로 강한 멘털을 소유함.


"아, 인프피아재님. 지금 엄청 힘드시죠?"

"아뇨. 이건 제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 한 가지일 뿐이에요.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스스로 멘털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인프피 특유에 상상력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쓸데없는 공상을 많이 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가도 갑자기 '세상의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 잠자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같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 할 땐 다른 방식으로 상상력이 발휘되는데요. 주로 하는 일이 상담하는 일이기에 잘 해결되는 상황을 상상하기도 하지만, 잘 풀리지 않거나 최악의 상황 하나, 최악의 상황 둘, 최악의 상황 셋, 넷, 다섯까지도 생각해 둡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대처방법에 대해서도 정리했는데요.


이런 모습은 업무나 관계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어렵고 문제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고 대처방법도 시뮬레이션해 봤기 때문이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우수한 인재네요.






인프피의
사회생활
절망편


첫째, 인프피. 평화롭게 지내야 할 곳이 너무도 많았다.


"여러분! 평화롭게 지내야 합니다!"

"평화시장이나 가세요."

"ㅠㅠ..."


단언하는데요. 세계평화는 가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관계에서 평화는 불가능한 게 맞았어요. 몇몇의 사람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것은 가능했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과 매번 잘 지낸 다는 것은 비 오는 날 모든 빗방울을 피하는 것처럼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회사 구성원과 잘 지낸다 하더라도, 다른 이해관계자, 유관기관들도 있으니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아프네요.


하루하루 연차가 쌓이다 보니 어느새 팀장이 되었네요. 실무자로 있을 땐, 귀를 닫고 제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마음은 편했습니다. 하나 관리자가 돼버리니 그럴 수 없었어요.


'나 스스로를 위해'

'우리 팀원들을 위해'

'우리 회사를 위해'

'우리의 일을 위해'


평화롭게 지내야 할 영역이 점점 넓어졌습니다. 때문에, 물러서지 말아야 할 경우도 있었고 어떤 입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어요.


모두를 만족시키고 모두와 잘 지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한계가 분명했어요. 개인적인 고민이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건 노력으로 가능했으나 내가 아닌 외부상황과 타인에 대해서는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었어요.


결국, 회사생활 안에서 갈등은 필연적입니다. 이를 인정하고 마주해야 했는데 그러기엔 마음이 강인하지 못했어요. 그리곤 어느새 평화주의는 마음의 도피처만 될 뿐이었습니다.



둘째. 인프피, 이상을 좇다가 이상한 사람이 되다.


"맞아. 이해야지. 이해해. 이해... 이... 이게... 이게, 진짜?!


어디서든 의미와 가치를 찾으며 이상을 추구하던 인프피. 어려웠지만 스스로 가치관을 넓혀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근데, 비밀이 하나 있는데요. 겉으로는 이해하는 척했지만, 속 마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역시, 알다가도 모를 인프피답네요.


("아... 역시, 내가 옳아.")

("아니야, 저건 틀려")

("에? 뭐래?")


'나는 생각이 깊고 통찰력 있는 사람이다.' 제겐 이런 불치병이 있는 것 같아요. 알고 보면 자기애가 강한 사람입니다. 쓰고 보니 너무 건방져서 이 글을 그만 쓰고 싶을 지경이네요. 겉으론 이해하고 겸손한 척 하지만 솔직하게 그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평소에는 잠잠히 이야기를 들으며 수긍하다가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위협을 받으면 먹을 것 뺏긴 강아지처럼, 급발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물론, 평소에는 평화주의자인 '간디모드'로 다녀서 큰 미움을 받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결국에는 제 풀에 지쳐 쓰러졌습니다.


제 가치관이 소중한 만큼, 남의 생각도 중요했어요.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는데 부족했습니다. 결국, 회사는 맡은 일을 감당하는 곳이지 개인의 자아실현이 우선되는 곳이 아니었어요.



셋째. 인프피, 마음이 24시간 일하다가 지쳐버리다.


"다 잘될 거야. 걱정하지 말자. 근데... 저건 어쩌지? 이건 어쩌지? 잘 안되면 어쩌지?!"


걱정이 많은 인프피. 피살기로 걱정 돌려 막기를 했으나 이번에도 어렵겠네요. 걱정이 대출이라면 그 빚으로 이미 샌프란시스코 정도는 현금으로 샀을 것 같습니다. 인정해요. 저는 걱정이 많은 편입니다. 물론, 걱정이 많다고 멘털이 쉽게 나간 건 아니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걱정도 하나의 강력한 동기이자 에너지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차곡차곡 쌓여가는 연차는 제 맘하나 챙기기도 빠듯한 살림에 다음 달 신용카드 빚처럼,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내 미래 그리고 꿈'

'따듯하고 포근한 우리 집'

'내가 지금 감당하고 있는 업무'

'사랑스러운 우리 팀원들 개개인'

'귀하고 귀한 우리 팀원들이 맡은 업무'

'의미와 가치가 있는 우리 회사 일'


그 밖에도.


'아까 본 길냥이는 이번 겨울을 넘길 수 있을까...'

'3차 세계대전은 어디서 시작할지...'

'제임스웹 망원경이 고장 나면 안 되는데...'


걱정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이런 저에게 몇몇 사람은 책임감이 높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며 위로했어요. 실제로 많은 걱정들을 해결하고 이겨냈습니다. 하지만 타인에 대한 걱정은 모두 해결하기에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이 걱정의 무한대가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짐을 내려놓고 싶었습니다.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

인프피에게 사회생활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극복하며 성장한 것도 사실이에요. 10년이란 세월 동안 마음을 내어주고 쌓아온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었습니다. 퇴사를 고민하던 이 시기를 순탄하게 넘기면, 한 층 높은 비전을 볼 수 있었을 것 같네요.


하지만 매번 현실과 타협하고 눈치 보며 '나 다움'을 버려야만 했을 겁니다. 그것이 가치 없는 건 아니지만 애증의 인프피 성격에 내 인생은 어디에도 없었을 것 같네요. 퇴사하면 후회하는 순간도 분명히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인생에 남은 시간을 '나답게' 살고 싶었어요.



나 다움을 지키며,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채우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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