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퇴사에 실패하던 3가지 이유

현실적인 어려움. 그리고 선택

by 인프피아재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데미안>





회사에
물린 인생


이 글을 쓰기 전, 오랜만에 조회했는데요. -85%입니다. 뭐가요? 2년 전에 넣은 코인이요. 영혼을 팔아서라도 코인을 사야 된다는 대세에 휩쓸려 소중한 비상금 100만 원을 넣었습니다.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속으론 "200~300만 원은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높고도 높은 꼭대기에 샀나 봐요. 말 그대로 제대로 물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퇴사도 마찬가지네요. 꿈을 찾아 당장에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제 삶도 회사에 물려버려 나올 수 없었어요. 특히, 생계를 포함한 3가지 고민으로 매번 퇴사를 실패했습니다.






당장
생계는
어떻게 할래?


"할부금 남은 게 얼마지...? 에혀..."


귀여운 햄스터 같은 제 경차는 어느덧 10년을 함께 했습니다. 고속도로 요금도 절반, 주차요금도 절반, 시내 어디든 다니며 주차도 편해요. 최고입니다. 아무래도 인생에 1/3을 함께해 애정이 남달랐던 것 같은데요.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결혼식도 이 녀석과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2월 어느 날, 9시 뉴스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던 경차가 사고 나는 장면을 봤는데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된 걸 보니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가장으로 이젠 홀몸이 아니라는 점, 결혼하니 장거리 운행이 많아진 점, 편하지만 안전은 장담할 수 없는 점 등등...


항상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자동차를 바꾸기로 결심했어요. 물론 모아둔 목돈 따윈 없어 취등록세까지 풀할부로 샀습니다. 매월 빠져나가는 자동차 할부금을 보니 퇴사는 3년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았어요.


매번, 퇴사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당장 생계는 어떻게 할지?'였습니다. 잠시 계좌에 스쳐가는 월급은 마치 게임머니 같아 그 소중함을 몰랐는데요. 숨만 쉬어도 고정적으로 나갈 돈이 있는데, 당장 월급이 안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현기증이 났습니다. 이렇게 또 퇴사를 포기해야 했지만 다행히 방법은 있었어요.



퇴사해도 생계가 가능한 이유 첫 번째. 든든한 아내의 후원


"근데, 그만두면 당장 다음 달부터 어떡하지?"

"뭐가 문제야? 내가 일하고 있잖아."


몇몇 위대한 인물의 일생에는 그들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제 뒤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 아내인데요. 아, 후원자님으로 불러야겠네요. 퇴사 후 생계에 대한 고민을 아내에게 털어놓자, 아내는 내가 일하고 있으니 당장은 괜찮다고 말해줬어요.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아니지만, 아이가 없는 맞벌이 가정으로 풍족하진 않아도 궁핍하지는 않았습니다. 둘 다 박봉으로 무리한 투자를 하지도 않았고 씀씀이도 크지 않았다는 것은 다행(?)이었어요. 그리고 퇴사하면 매일 회사를 출퇴근하며 쓰는 식대, 교통비, 커피 값도 상당했는데, 이를 아낄 수 있다는 기적의 논리도 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니 일하고 있는 아내가 있어 퇴사해도 어렵사리 생계는 가능했습니다. 아내가 허황된 꿈 꾸지 말라느니, 일 하면서 도전해 보라느니, 그게 돈이 되겠냐며 반대했다면 또다시 퇴사를 포기해야 했어요. 하지만 제 꿈을 지지해 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어 퇴사가 가능해 보였습니다.



퇴사해도 생계가 가능한 이유 두 번째. 10년 가까이 쌓인 퇴직금


아주 소박한 월급이었지만 10년이란 시간 동안 차곡차곡 모인 퇴직금을 보면 가슴이 웅장해졌습니다. 최고점에 집을 매매하느라 쓴 퇴직 정산금을 빼더라도 1~2년 용돈 정도는 되었는데요.


작가가 되기 위해 당장, 큰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퇴사 후, 사업을 하기 위해 커다란 투자금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기에 온전히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코인으로 돈을 날린 매력적인 이력이 있어, 퇴직금은 후원자인 아내님에게 드려야 했습니다.






작가로
먹고살 수 있을까?


"하하, 작가로 성공해서 억대 연봉자가 되어야지!"


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닙니다. 애초에 작가로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새하얀 종이에 그저 제 생각과 고민을 풀어내고 이를 누군가가 공감해 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37살 아저씨는 어린아이가 아닌, 책임지고 감당할 것 많은 어른이었어요. 꿈에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먹고살 수 있어야 했습니다. 이 고민에 물리니 퇴사를 포기하고 열심히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처럼 출퇴근하는 제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그러다가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나 도전하는 거 아니야?"


그랬습니다. 저는 전업작가에 도전하는 사람이었어요. 작가로서 현재 아무런 성과도 없는데, 먹고살 걱정부터 하는 건 모순이었습니다. 꿈에 도전하면 먹고사는 게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했어요. 그리고 꿈을 위해 퇴사하는 게 영원히 직장생활과 이별을 뜻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하루에 9시간 글을 쓰더라도 남는 3~4시간을 다시 또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전문적인 심리치료와 상담을 하기 위해 야간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고, 좋아하는 운동을 공부해서 트레이너 자격증을 딸 수도 있었어요. 퇴사하면 전업작가로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았습니다.


그리고 꿈에 도전하며 먹고살기 힘들다면 건강한 몸과 체력으로 글 쓰고 남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됐습니다. 직장생활로 일부 누리던 편안함에 취해 있다면 작가라는 꿈은 그만두고 깨어나야 했습니다.


결국 현실 그리고 꿈, 이 두 가지를 손으로 꽉 쥐면 퇴사할 수 없었어요. 무언가 버리고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바닥에 뒹굴고 다치고, 지쳐 후회하더라도 하나는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작가가 꿈이니깐요.



준비와 계획 없이
퇴사하면
후회하지 않을까?


요즘 키보드 종류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청축, 갈축, 적축, 바다소금축, 딸기축 등등 특유의 타건감, 타건음이 각기 달라 개인취향에 맞게 커스텀으로 제작하기도 해요. 명색이 꿈이 작가인데 취향에 딱 맞는 키보드는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무려 10만 원을 주고 키보드를 하나 구입했어요. 작가가 되기 위한 퇴사 준비는 가볍게 이 정도만 했습니다. 물론, 웹소설 공모전에 참가도 해보고 인스타그램에 위로를 주는 짧은 글귀는 쓰고 있긴 했었는데요.


퇴사와 관련된 수많은 영상과 책은 일을 그만두기 전, 계획하고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이미 성공한 작가들도 대부분 겸업으로 글을 쓰다가 가능성이 보여 전업작가로 데뷔했고요. 인생을 담보로 도박할 순 없어 저 역시, 겸업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직장 생활하며 겸업으로 제대로 된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힘들었어요. 업무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면 운동하고 곯아떨어지기 바빴고 주말에는 좋아하는 게임하고 낮잠 자기 바빴습니다. 쓰고 보니 한심하네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비해 게을렀고 글을 쓰더라도 몰입이 안 됐습니다.


그럴 만도 했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안정적인 일상에 몸과 마음을 맡기면 편하니깐요. 그리고 언제나 꿈은 상상하고 만족하면 됐습니다. 그 안전지대에서 꿈을 위한 계획과 준비는 언제나 내일 하면 되니깐요. 언제쯤 퇴사를 잘하기 위한 준비와 계획이 완성될까요? 저에겐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인생에 일시중지 버튼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하염없이 시간은 흘렀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변화가 필요했어요.


"안전지대 밖으로 나가야 한다."


결국, 회사를 다니며 편안하고 안락한 일상에서 간절함 그리고 절박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훗날 후회해야 할 시간들은 계속 쌓이고 있었고 정답은 하나였습니다.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는 세상에서 37살, 그 나이에 안정적인 인생을 살아가며 노후를 준비하는 게 정답일 수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 벼랑 끝에 서 보고 싶었고, 그곳에서 눈앞에 무엇이 보일지 궁금했습니다.







이번이 퇴사를 성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더운 여름, 아스팔트 길을 걷는 것처럼 고생스럽고 힘든 길을 걸어야만 했어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는 작가가 꿈이니깐요.




꿈이 있다면
무엇을 포기할 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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