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한민국에서 입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국내트랙 vs 국제트랙 대 혼돈의 갈림길에서

by 키리카



끔찍하도록 숨 막히는 한국 입시에서 아이들을 구원하고자 비인가 기독교 국제학교를 선택했는데, 미국입시는 하나부터 열까지 돈이었다. 애초에 미국의 유명 대학을 보낼 생각도 아니었고, 막연히 저렴한 유럽이나, 가까운 일본을 생각했었는데, 유럽과 일본은 예전 같지 않았고, 한 가지 언어를 더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나에게 미지의 세계였던 미국 유학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그야말로 돈, 돈, 돈이었다.

"미국에 보내시려면 최소 한 달에 600만 원은 있어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가면 안 됩니다."


'아, 그렇지. 최소한 시민권이라도 있어야 하는 미국 유학은 내가 무슨 수로......"


치열하게 다듬어지는 입시기계로 만들지 않으려고 국제 트랙을 밟은 것인데, 이미 우리나라의 국제학교, 비인가 국제학교들은 한국학교 이상으로 입시에 과열되어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길을 개척했으면 좋겠어. 입시는 과정일 뿐이야."라고 의기양양하게 외쳐댔던 나의 자신감은 온대 간데없고, 어느 트랙으로 정해야 하나 조급하게 정보를 모으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둘째가 던진 돌은 나의 고민을 더욱 깊게 했다. 애초에 예체능 기질이 다분했던 둘째는 비인가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학력은 더 떨어졌고, 다양한 형태로 자기를 표현하던 자유로움만 커져갔다. 친구를 좋아하던 아이의 사회성은 제한되어 갔다.

동네 친구에 대한 환상이 컸던 아이는 5학년이 되자 한국학교로 옮겨달라고 나를 조르기 시작했다.


오랜 고민 끝에 둘째를 한국학교로 보내기로 결정한 이유는 내가 그토록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학력 인정이었다.


미국대학에 대한 재정적인 부담감을 느끼며, 큰아이도 늦기 전에 한국 중학교에 보내려니 초등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제 학년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조금만 일찍 초등 검정고시만 보고 준비했더라면 가능했겠지만, 이미 그 해 검정고시는 접수도 수험도 모두 마감된 상태였다. 우리 아이가 제 학년에 중학교를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내년에 초졸, 중졸 검정고시를 마치고 그다음 해에나 중3으로 편입하는 방법밖에는 없단다. 내가 그토록 하찮게 여겼던 한국 초등학교 졸업장이 아이의 인생에서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다니……

정신이 번쩍 들어 둘째만은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립학교에 가 보고 후회한다면 그때 다시 옮겨도 아직은 늦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둘째는 한국 입시 트랙으로 급하게 선회했다.


첫째는 일단 검정고시부터 봐야 했다. 어차피 당장은 학교를 옮길 수 없으니 최소 2년은 한국 입시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부랴부랴 학원 입학 설명회에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2028년도 입시 제도가 바뀌면서...... 수능이...... 내신 변별력이...... "


국어, 영어, 수학 어느 것 하나도 우리 아이들은 준비된 것이 없었다. 아니 지금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어서 검정고시부터 봐야 할 상황이니까......


그런 나의 머릿속에 입시제도가 어쩌니, 내신 준비가 어쩌니 하는 말들이 어지럽게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스스로 아이가 씨름하며 노력한 학습의 결과는 결국 입시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니.

아이의 인생이 꼬일 대로 꼬인 것 같다

아이를 대학 자체를 안 보낼 용기 따위는 없었던 주제에, 나는 무엇이 그리 당당했었는지……


결국 국내트랙이냐 국제 트랙이냐의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길이든 쉬운 길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keyword
이전 13화선행, 현행도 아닌 후행, 그리고 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