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선수는 2019년 9월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의 최종 라운드 중에 갤러리 쪽에서 나오는 소음을 듣고 격분한 나머지 그 쪽을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한 일이 있었다.
그가 최종 라운드의 마지막 조에서 우승을 다투는 고도의 긴장 상태에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다수의 갤러리들이 참관하고 있는 데다 생중계 중이어서 그의 행위는 갤러리와 시청자 등 관계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은 K 선수의 미숙한 행동과 갤러리의 부족한 에티켓 문제에 대해 갑론을박으로 이어졌다. 그 자초지종과 징계결과 등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사건에 대한 jtbc골프와 중앙일보 및 한국경제의 각 보도(이지연, http://jtbcgolf.joins.com/news/news_view.asp?ns1=35969, 2019.9.29. / 김지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612611#home, 2019.10.23. / 조희찬, https://www.hankyung.com/golf/article/202206054549i, 2022.6.5.)를 바탕으로 그 발생경위와 징계결과 및 이후 상황을 소개한다.
K 선수는 그날 경북 구미의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대회의 최종라운드 16번홀 챔피언 조에서 치열한 우승경쟁을 벌이던 중이었다.
위 대회에는 7천여 명의 갤러리가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 등의 주변을 둘러싼 채로 관전하고 있었다. K 선수는 공동 선두로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선 후 어드레스에 이어 티샷을 하는 듯했다. 그는 다운스윙을 하려던 중에 갤러리의 핸드폰 소음을 듣고 격분을 참지 못했다. 그러더니, 순간적으로 한 손을 놓는 피니시 자세를 취한 뒤 곧바로 뒤쪽의 갤러리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그러고도 격분을 누그러뜨리지 못한 채 드라이버 헤드를 지면에 힘껏 내리쳤다.
K 선수는 2012년 상금왕에 올랐던 통산 5승의 대표급 선수였는데, 프로골퍼로서 갤러리에게 보여서는 안 될 행동을 하고 만 것이다.
[2014. 5. 필자 촬영]
이에 대하여, 한국프로골프협회는 2019년 10월 상벌위원회에서 자격정지 3년, 벌금1천만 원의 징계결정을 내렸다. 그후, 같은 달 23일 이사회에서 K 선수가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을 참작하여 출전정지 1년, 벌금 1천만 원, 봉사활동 120시간으로 감경했다. 2020년 7월에는 특별사면으로 자격정지의 징계가 풀렸다.
K 선수는 2년 여의 자숙을 거쳐 정신적으로 힘든 기간을 극복하고 마침내 2021년 11월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재기에 성공했고, 2022년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도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어, 같은 해 6월에는 한국프로골프 코리안투어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8개를 몰아쳐 이 대회의 공동 최소타수이자 역대 최다타수 차의 신기록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K 선수가 순간적 격분으로 범한 과오에 대해 긴 시간의 반성과 수행 끝에 우승으로 재기에 성공한 데서 그치지 않고, 다음 대회에서 최소타의 신기록 우승이라는 개가를 올린 것을 보면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
명나라 때의 명량기(明良記)는 “한 번의 실수로 오랜 세월 웃음거리가 되기에 족하다(一失足成千古笑 / 일실족성천고소).”라고 훈계하였는데, 이는 우발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K 선수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그러나, K 선수는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겸허한 자세로 거센 바람을 맞으며 수행한 끝에 강인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재기하였다.
반고(班固, 동한)의 동관한기(東觀漢記)는 “질풍을 이겨낸 후에 강인한 풀임을 알 수 있다(疾風知勁草 / 질풍지경초).”고 강조하였는데, K 선수가 보여준 재기 과정은 위 명구를 실행한 것으로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