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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Jun 17. 2022

퇴사 후 일본으로 떠나다.

첫 사회생활 실패. 나에게 선택지는 이것 밖에 없었다.

"잘 부탁합니다. 일본에서 봅시다."


퇴사 후 해외인턴제도를 통해 일본행을 알아 보던 나는 서류와 수행 기관의 면접전형을 합격하고 인턴참여기업과의 면접만을 남겨 놓고 있었다. 다행이 기업 담당자와 심플하리만큼 이야기가 잘 되었고 얼마 되지 않아 면접합격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나는 생애 첫 일본 도쿄행 길에 올랐다.


퇴사 = 불효자?


첫 회사를 불과 입사 3개월만에 그만둔 후 짧았던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집으로 내려갔다. 사실, 퇴사하겠다는 이야기는 집에 전하지 않았었다. 일방적인 아들의 통보에 부모님이 당황해 하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아니, 힘들게 좋은 자리 취직해 놓고 왜 그렇게 섣불리 그만둔건데?"


회사에 입사 하기 위해서는 보증인이 2명이나 필요했다. 그 보증인의 조건도 '재산이 000만원 이상 있으며...' 였다. 간신히 친척 어른들의 도움으로 보증서에 도장을 받아 회사에 냈었던 만큼 부모님 또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힘들게 부탁해서 보증까지 받았는데 돌연 회사를 그만 두었으니 말이다. 


"일본에 가야겠어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가뜩이나 퇴사로 인해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이번에는 일본에 가겠다는 나의 막무가내식 선포에 얼굴이 붉어지고 목소리마저 상기되기 시작했다. 


"언제 돈 벌어서 언제 장가갈래?"


당시 나이 27살. 다소 보수적이었던 아버지에게는 27이라는 나이는 이미 새로운 것을 배우기보다 하루라도 빨리 회사에 들어가서 돈을 벌어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 하셨다. 본인도 그러했으니까. 거기다 취업해서 일본에 가는 것이 아니고 인턴으로 고작 6개월 남짓이면 끝나는 과정이었고 돌아오면 다시 취업을 했어야 하니 도대체 나의 선택이 이해가 되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렇게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고 마음에는 분통이 차올랐다. 더이상 이야기를 해보아야 싸움만 될 것 같아 그 길로 바로 해외인턴 제도 지원신청을 했다. 그렇게 아버지와 나는 한동안 말을 섞지 않았다. 


이민가방 하나에 모든 것을 쏟아 담다.


해외인턴생 제도는 당시 정부에서 해외취업을 장려하는 과정에서 나온 정책 중 하나였다. 다양한 기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나는 당시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사실, 취업 전에도 해외인턴생 제도를 알고 있었고 서류전형까지는 합격했었다. 그런데 그 당시 포기했던 것은 바로 생계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인턴은 급여가 아닌 생활비 지원 명목으로 소정의 돈을 받는 것이었는데 일본의 경우 대략 70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 돈으로 그 물가 비싼 일본에서 먹고 살아야 한다고?"


지금이야 물가 수준이 비슷해졌다지만 당시는 일본은 물가가 높다는 인식이 강했다. 거기다 인턴 기간동안 지낼 숙소도 알아서 구해야 했다. 방값 내고 나면 사실상 남는게 없는 상황. 그러나 그때와 달리 지금은 강행해야만 했다. 


다행이 서류전형은 쉽게 통과하였고 인턴 선발 통합 면접도 큰 어려움 없이 합격하였다. 지난 첫 회사 면접때와 같이 연습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임했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 도쿄에 있는 인턴참여기업 중 한곳에 이력서를 넣었고 다행이 매칭이 되었고 한달간의 해외인턴 합숙교육을 끝으로 일본행을 확정 지었다. 


첫 출근일 2013년 9월 9일 월요일.


모든 것을 다 준비하고 출근 일자까지 확정 지으니 아버지도 더이상 반대를 하시지는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도피성으로 일본에 가겠다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으셨던 모양이다. 


출국하기 일주일 전. 인터넷으로 구매한 이민가방 하나에 가을 옷, 겨울 옷, 정장과 구두 등 모든 짐을 한가득 담았다. 일본에서 사용할 임대폰, 거주할 쉐어하우스 계약금 입금까지 모든 것을 마무리 지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2013년 9월 5일 목요일. 이민가방 하나와 전 직장에서 받은 마지막 급여를 엔화로 환전하여 일본 도쿄행 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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