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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Jun 15. 2022

두번째 면접. 그리고 정사원.

두번째 면접에 대한 회고. 나도 할 수 있었다.

"야 이 개념 없는 새끼야!"


그날 아침도 날카로운 욕설과 함께 시작 되었다. 전날 사수인 김 과장님이 지시 했던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알려주고 욕을 하던가...)


속으로 이런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험한 말들에 그럴 정신도 없었다. 그냥 머리가 새하얘지고 이 상황에서 빨리 도망가고 싶었다. 그저 그 생각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입사 3개월차 수습사원. 나는 그렇게 '안녕하세요'라는 아침 인사 대신 '죄송합니다'라는 사죄의 말로 여느때와 변함 없는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합격


첫 면접 낙방과 반년에 걸친 취업 재수 후 간신히 목표하던 토익점수를 손에 넣고 그동안 넣지 못했던 이력서를 마구 넣기 시작했다. 대략 1주일 사이에 100여군데에 이력서를 넣었던 것 같다. 일단 면접이라도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토익점수가 있으면 수월할거라 생각 했던 서류전형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연이은 서류불합격 연락. 그러다가 내가 언제 넣었지?라고 생각 드는 곳에서 면접 연락이 왔다. 모 섬유기업이였다. 채용프로세스를 보니 서류전형 → 1차면접 / 외국어 논술 → 2차 (임원)면접 → 최종합격 순이었고 내가 붙을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거 면접 연습하고 온다는 생각으로 가보자. 


생에 첫 면접때는 지독히도 긴장을 했었다. 무조건 붙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그 절실함이 오히려 내 발목을 잡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기로 했다. 


면접 당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본사. 아침 일찍부터 버스타고 올라와 회사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며 간단히 면접 준비를 하며 면접장으로 향했다. 대략 나를 포함해서 10명정도가 한 조로 편성되어 있었다. 다들 20대 중반대의 비슷한 나이대. 얼굴에는 다들 긴장이 한가득이었다. 나 홀로 그저 허공을 바라 볼 뿐이었다. 


이윽고 두 명의 면접관이 등장 했고 우리 조는 전원 면접장에 들어 갔다. 긴 회의 테이블에 앉은 우리는 순서대로 짧게 자기소개를 하며 면접의 시작을 알렸다. 


"네 저는 어려서 신문기자인 아버지가 일본으로 파견 받아 일본에서 초등학교 생활을 ..."


졌다. 이 게임은 끝났다. 모집요강상에 모집인원은 0명 (사실상 1명).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일본 해외영업 담당이었는데 일본에서 살아 본 경험, 그것도 초등학교까지 다녔다니...일본 경험이라고는 배낭여행 포함해도 고작 1주일이 될까 말까가 전부인 나에게는 당연히 넘을 수 없는 존재였다. 이때부터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래 할 말은 다하고 오자.


이날도 여느 면접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성공사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단, 10명이라는 인원이였기 때문에 자신 있는 사람이 먼저 말하는 흐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면접관에게 이야기했다. 


"첫 면접에서 실패했습니다. 떨어진 이유 중 하나는 제가 영어를 할 줄 모르고 토익점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학원을 다닐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독학을 시작했고 다행이 이번에 800점을 받았고 귀사에도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도 면접관들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이후로도 몇가지 면접 질문들이 나왔고 나는 면접관들과 웃으며 대화를 주고 받았다. (아치피 붙을 일 없으니까) 그리고나서 일본어 논술이 진행되었다. 논술 주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특정 삼국지 인물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적는 것이었고 나는 왜인지 모르겠었으나 古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전대통령을 빗대어 적었다. (열심히 히라가나로) 논술 작성이 끝나고 난 이후 간단히 이에 대한 면접이 이어졌는데 왜 이렇게 적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라고 했고, 내 나름의 논리를 같다 붙혀 면접관들에게 피력했다. 


그렇게 생에 두번째 면접이 끝이 났다. 면접이 끝나고 회사에서 차비와 함께 지하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고 가라고 권했고 우리 조 일행은 다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러면서 면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무래도 초등학교 일본에서 나왔던 친구가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작별을 했다.


그리고 몇일 뒤 핸드폰에 문자 한통이 왔다. 


'2차 면접일정 안내 드립니다.'


4급 정사원 김형민


1차면접으로 부터 약 2주후. 다시 서울로 향했다. 면접장에는 나보다 조금 일찍 1명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얼굴을 보니 당시 같은 면접조에 속해 있던 한살 위의 형이었다. 나는 당연히 그 친구가 될 거라고 생각했었고 이 형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조에서 우리 둘이 살아 남았던 것이다. 


2차면접은 임원면접. 당시 면접관이었던 분 (후에 알고 보니 사내 이사)이 우리를 사장실로 안내 해 주었다. 60대 이상은 되어 보이는 중년의 사장님.  그렇게 사장님과 1:2 면접이 시작되었다. 


"김형민씨는 논술을 아주 재밌게 썼더군"


칭찬인지 아닌지 애매모호한 공기 속에서 사장님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대화라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듣는 입장이었다. 1차 면접때는 없었던 긴장감이 내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웃을 수 있는 여유 또한 사라져 버렸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앞으로 잘해 봅시다."


사장님은 이 말과 함께 우리에게 정사원 임명장을 전달했다. 거기에는 '4급 정사원 김형민'이라는 글자가 쓰여있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그렇게 사장님과의 2차면접이 끝이 났고 우리는 경영지원팀 담당에게 안내를 받았다. 그로부터 계약서, 서약서 등 다양한 종류의 서류를 전해 받으면서도 이게 무슨일인지,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지가 않아 그에게 물었다. 


"우리 둘 다 합격인건가요?"

"네. 3월 4일, 월요일 첫 출근입니다."


그렇게 예상치도 못한 합격통보를 받았다. 꿈에도 그리던 해외영업 담당. 생애 첫 취업. 이 지긋지긋한 취업난에서 벗어나 나도 드디어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그동안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과 앞으로 이 회사에서 성장해 나갈 내 모습을 그려 보았고, 세상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에 사로 잡혔다.


정말 그때까지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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