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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시간 121. 마음 그리운 날엔 분홍 소시지

# 집밥 둘리 박지연 지음_위즈덤하우스

by 벼리바라기 Mar 31.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분홍 소시지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찬 가게에서 주문을 할 때 가끔, 이 분홍 소시지가 참 맛있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밀가루 전분의 함량이 많아서 소시지 맛과는 다르지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맛. 특히 계란에 묻혀 부쳐내면 쫀득쫀득한 맛과 함께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기분 좋아진다. 옛날 도시락이라는 이름으로 네모난 도시락에 볶음김치와 멸치볶음, 계란프라이와 이 분홍 소시지가 함께 담겨 나오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이런 추억의 맛. 


  이번 주에 읽은 책이 바로 이 ‘분홍 소시지’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제목도 ‘마음 그리운 날엔 분홍 소시지’. 여유로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고, 바쁜 일상에 잔잔한 위로가 되었으며, 서서히 일상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준 책이다. 워낙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집밥에 대한 그리움과 욕구가 커져 가고 있는 즈음이라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진 건지도 모른다. 길지 않은 수필에 작가가 좋아하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레시피. 가끔 음악 정보도 함께 실려 있는 책이다. 사진들도 참 예뻐서, 계속 눈길이 간다. 음식 사진은 먹음직스럽고, 책 속 정보를 통해 알 수 있는 작가의 나이대가 나와 비슷해서인지, 또는 느끼는 정서가 비슷한 것인지 작가가 좋아하는 것들에 공감이 많이 갔다.      


1. 엄마의 반찬들


  엄마 음식이 대단히 특별한 게 있었을까?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엄마 음식으로부터 느끼는 것들이 오히려 엄청나게 특별한 것보다 매일 끓여 주던 찌개와 반찬들이다. 훗날 그 일상이 무척 그리울 것이다. 결국 아무리 맛있는 외식을 하더라도 결국 집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원천. 

  요즘 나는 특별한 것보다 이런 보통의 평범한 날들이 많이 그립다. 모든 평범한 것들이 이리도 소중한 것인지 모르고 살았다. 불규칙한 식사와 외식, 대충 끼니를 때우며 보내는 날들이 이어지며 자연스레 집밥이 그리워지는 건 집밥으로부터 배운 큰 사랑이 마음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214쪽)


  작가님은 인스타그램에 집밥 콘셉트로 사람들과 소통을 오래 해 오신 분이다. 외국에서 한국의 음식을 그리워하며 요리 사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책까지 쓰셨다. 작가님이 이 책을 쓴 동기는 어떤 굴레에 갇혀 빠져나올 수 없는 지경에 있을 때 일상처럼 해 오던 것을 통해 변함없이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했던 순간인 것 같았다. 그 변함없이 좋아하는 것들이 작가님에겐, 요리와 사진과 잊히어 가는 것들에 대한 수집과 글쓰기였다. 


  요리 사진들을 볼 때면, 식욕이 돋았고, 또 맛있는 것들이 먹고 싶었고, 오래된 추억의 맛들을 찾고 싶어졌다. 그러면서 생각했던 것이 엄마의 집밥. 

  엄마가 요리를 잘한다, 못 한다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엄마의 음식이 나는 참 좋았고, 맛있었다. 특히 명절날 먹는 나물의 맛이나, 찐 생선은 유난히 좋아하여, 찐 생선을 다시 기름에 구워 초장에 찍어 먹으면,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워냈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더 많이 좋아했던 것은 ‘김치죽’이었다. 책 속에도 ‘김치죽’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어 참 신기하고 좋았다.      


  숙취로 고생하는 날이나 감기에 걸려서 입맛이 없을 때나 날씨가 흐려서 비가 올 것 같을 때 먹고 싶은 음식은 김치죽. 

  생각해 보니 대체로 밝은 기운일 때 생각나는 음식은 아닌 것 같다. 경상도 이름으로는 갱시기죽. 지역마다 부르는 명칭들이 따로 있는 것 같다. (243쪽)


  작가님에게 ‘김치죽’은 입맛이 없을 때, 비가 올 것 같을 때 먹고 싶은 음식이었다. 나에게 김치죽은 바쁜 등굣길에도 먹고 싶어서 머뭇거리게 만든 음식이다. 엄마의 김치죽엔 커다란 마른 멸치가 들어갔다. 멸치가 푹 익어 김치와 함께 먹을 때의 그 눅눅함을 나는 좋아했다. 국물이 거의 없는 김치죽의 뜨거움도 좋아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엄마의 김치죽을 먹은 기억이 없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김치죽이 생각나곤 한다. 유명한 죽집의 죽을 먹어도, 엄마가 해 준 그 김치죽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정말 그 시절의 시간 속에서 나에게 남은 추억의 맛인가 보다. 


2. 만두 찾아 삼만리


  시장에 가서 뭘 사 먹을 것이냐 묻는다면 만두와 찐빵이 빠질 수 있을까? 단팥이 들어간 찐빵을 살까, 김치와 고기가 들어간 왕만두를 살까 심각하게 고민하다 결국 혼자 다 먹지 못할 양으로 만두와 찐빵을 각각 사게 된다. 메뉴의 이름만 놓고 본다고 해도 너무 귀엽지 않은가? 찐빵. 만두. 요즘 말로 ‘찐’이라는 글자가 섞여 정말 빵 중에 ‘찐’이라는 말인가? 만두의 ‘두’라는 글자는 발음하는 입 모양조차 귀엽다. 거기에 만이라는 글자를 앞세워 ‘만두’. 어감이 참 좋다. (235쪽)


   만두를 언제,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 만두가 좋아졌고, 만두를 사 먹는 날이 많아졌으며, 만둣집을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많다. 언젠가 친한 샘이 보내주신 ‘만두로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서울 근교의 만둣집 지도 영상. 그걸 보면서, 저기에 나오는 만둣집을 다 가봐야겠단 커다란 포부도 생겼더랬다. 

  토요일 정기적으로 가는 병원 근처에 만둣집. 찐빵 느낌의 만두. 두꺼운 피에 고기소가 잔뜩 들어있는 그 만두를 사다 먹고 싶어서 병원 가는 길이 그다지 힘들지 않다. 또 퇴근 시간이 너무 길어져 집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나는 동네의 만두가게에서 ‘짬뽕만두’를 사 먹는다. 표고버섯이 잔뜩 들어가 있고, 빨간 양념이면서도 고기소로 채워져 있는 만두. 


  서산에 있는 중국집 만두를 먹으러 간 적도 있다. 좋아하는 선생님의 추천 코스. 친한 선생님들과 함께 여행 삼아 간 길. 찐만두를 한 입 베어 먹는데 딤섬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너무 멀어 가는 길엔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그 기억이 참 좋아서 또 길을 나서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최근에는 딸과 함께 ‘이북 만두’를 먹으러 갔다 왔다. 만두소의 양념이 진하지 않지만 알찬 만두를 먹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참 좋아하는 분이 만두에 진심이셔서, 그분께 동네 만두전골 집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다. 그랬더니 후기로 ‘당면이 들어가면 만두가 아니야’라고 말씀하셨다. 그 이후, 나도 모르게 당면이 들어간 만두보다는 김포에서 먹은 ‘이북만두’ 같은 만두가 더 좋아졌다. 

  만두에 대한 나의 마음이 식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만두가 참 좋다.      


3. 정리


  요리를 못하는 엄마다. 나는. 딸에게. 

  딸은 전라도 손맛이 좋은 할머니가 키워주셔서, 입맛이 섬세한 아이다. 맛을 음미할 줄 알고, 맛있게 먹을 줄 아는 아이로 자라 참 감사하다. 이 아이와 함께하는 ‘맛집 탐방’이 나는 참 좋다. 그러다 가만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집밥이 주는 힘이라는 것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요리를 못해 아이에게 근처 반찬집의 반찬을 사 밥을 차려 줄 때가 많다. 괜찮을까. 나이가 들면서 사 먹는 음식보다 집에서 간단하게 뭔가를 해 먹는 날들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밖에서 먹는 밥맛이 좋고, 학교 급식이 있어 감사하다고 여긴다. 

  책을 읽으면서, 몇몇의 음식은 직접 해 먹고 싶어졌다. 책을 읽는 내내 추억이 떠올랐고, 뭔가 아련하게 그리운 마음들이 들었다. 재미있게 잘 읽었다. 나의 한주가 꽉 채워진 기분이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기억에 남는 집밥이 있습니까? 보호자가 해 준 어린 시절의 추억의 음식이 있다면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어떤 음식이며, 지금은 그 음식에 대하여 어떤 마음인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요즘 나를 사로잡은 음식이 있습니까? 왜 그 음식이 좋아졌으며, 어떤 순간 그 음식이 그리운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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