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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고난

정금같이 나오리라

by 헬렌


사라는 대학에 3번 입학했습니다. 미국대학에, 캐나다대학에, 그리고 한국대학에 입학해서 또래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거나, 석, 박사학위를 받았거나, 결혼도 한 친구가 있는데 사라는 아직도 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험난한 10대와 20대를 보내고 있는 우리 집 막내 사라, 측은하고 가엾은 마음을 감출 수없습니다.


사라는 고등학교 때 400여 명 중에 전교 1,2등을 하는 우수학생이었습니다. 미국대학의 IV리그대학에도 갈 수 있는 실력이지만 대학 4년 동안 모든 학비와 생활관비를 장학금으로 받을 수 있는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비자문제로 학교를 다닐 수없었습니다.

그 후 한국에 나와 비자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그때만 해도 사라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 한국대학에 다닌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없었습니다.

그래서 캐나다대학 UBC에 입학해 힘들게 1년을 공부하고 2년 후에 다시 한국에 돌아와야 했습니다.

현재 사라는 한동대에 입학해 가장 오랜 기간 대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2017년 1월에 사라가 캐나다에서 쓴 글입니다.

시선만 바꾸면…

제가 요즘 반복적으로 배우는 공부입니다.

제 앞에 문제들을 보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들은 더 커져만 가고,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마치 큰 화재처럼 꺼지지 않는 불벽이 제 앞에 있습니다.

이벽에 비하면 저는 너무 작습니다. 압박감을 느낍니다.

너무 걱정돼서 밤에 푹 못 자는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와 걱정들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두려움으로 변합니다.


전 지금 학비를 못 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다음 주에 기숙사에서 쫓겨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진짜 혼자일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게 하루 세끼가 앞으로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돈이 없어서...

하지만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못합니다. 걱정하실까 봐...

저 혼자 캐나다로 보내신걸 스스로 탓하실까 봐.

일을 할 수는 있습니다. (시작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급한 불을 끌려면 큰돈이 빨리 필요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기적을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불안합니다. 불행합니다. 걱정과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는 너무 멍청합니다.

잠시 멈춰 생각해 보니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하나님은 나와 함께 하신다.”

이 한 문장이 제 모든 걱정을 없애 줍니다.

너무 커 보였던 불이 순식간에 없어집니다.

이 문제들보다 훨씬 더 크신 하나님이 한 번에 꺼주십니다.


이 급한 불을 보고 있으면 불안 해 지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제 현재 상황 때문에 하나님을 원망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더 의롭지 못해서 벌 받는다는 생각을 하고 후회합니다.

하지만 제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이 상황을 보지 말고 하나님을 보면, 전 이 세상에서 두려워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상황을 원망하고 상황이 바꿔지길 바라는 것보다, 제 시선만 바꾸면 됩니다.

하나님만 바라보면 됩니다.


예를 들면, 지난 주말에 파이널이 있었습니다.

눈 때문에 저번학기 파이널이 미뤄져서 새 학기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지난 학기 기말고사를 봐야 했습니다.

그래서 시험 전날 너무너무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공부는 해야 되는데 너무 하기 싫고 막상 하면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것 같고, 계속 다음날 시험칠 준비는 안 됐고…


그래서 미국에 있는 친구랑 영상통화를 했습니다.

저는

“공부가 너무 싫다, 이 시험 때문에 성적도 안 나오는 것 아니냐, 너무 스트레스받는다.”라는 말.

친구도

“수업들이 다 너무 힘들다, 스케줄도 말도 안 되게 힘들다.”라는 말.

통화하는 중에는 서로 별로 위로가 안 됐습니다.


하지만 시험당일 아침,

화장실에서 씻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러곤 자연스럽게 2년 전 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학교를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닐 때, 그때 저는 너무 어두운 곳에 있었습니다.

만약 그때 어떤 친구가 대학에 대한 걱정과 스트레스들을 저에게 털어놓았다면 저는 아마 친구를 비웃었을 것입니다.

'야! 학교 다니는 게 행복한 줄 알아! 난 못 다니면서 얼마나 우울하고 힘든데…'


그 생각에 저는 화장실 싱크대 앞에서 바로 기도드렸습니다.

“하나님, 지금 시험 때문에 느끼는 이 스트레스에 감사합니다.

저에게 학업, 성적에 관한 걱정들이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대학교를 안 다니고 있으면 저에게 없을 걱정과 스트레스들이 지금 저에게 있다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시선만 바꾸면,

내 시선을 주님께만 돌리면 그분 안에서 온전한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부모인 저는 사라의 이 글을 읽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라는 이런 고난의 시간을 보내면서 내적으로 영적으로 성숙해 가고 있었습니다.


사라는 한동대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에게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엄마, 제가 미국대학에서 계속 공부했더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왜?”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고 대학 4년 동안 돈 걱정 안 하고 편히 대학생활을 할 수 있었으니 하나님 없이 대학교에 다녔을 거 아니에요. 장학금이 우상이 되고 나의 왕이 될 뻔했어요.”

“와~! “


이런 고백을 해준 사라에게 얼마나 감사한지...!

성숙한 믿음의 고백을 하는 우리 사라가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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