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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는 어른

by 시온



나보다 나이가 높으신 어른들의 사과를 받을 때면 마치 깊은 물속으로 돌이 떨어지는 듯 심장이 쿵 내려앉곤 한다. 물의 파장은 단순한 충격으로 끝나지 않고 어느새 멜랑콜리한 감정과 부끄러움이 된다.

그들의 사과는 어딘가 고요하면서도 맑다.

자존심 같은 날카로운 불순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오롯이 깨끗하게 정화된 자존감만이 잔잔히 빛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가식 없는 정직함의 빛깔을 띠고 오래된 강물이 품은 깊이를 닮아 있다.

문득 나는 생각한다.

나는 과연 그런 사과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삶을 살아왔을까?


아니, 누군가에게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정성 있는 사과를 건넨 적이 있었을까?

어른들의 사과는 단지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내게 앞으로 나아가도록 등을 떠미는 바람이자, 살아가야 할 이유를

새롭게 깨닫게 해주는 맑은 물줄기다.

어른들의 사과란 적어도 내게는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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