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친구 K와 함께 영화관을 갔다. 생각이상으로 즐거웠었고 기쁜 마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K의 얼굴은 눈물로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영화가 끝난 후 시끌벅적한 술집에서 잔을 나누며 물어보았다. 뭐가 그렇게 슬펐냐고. 친구는 대답했다. "저거 우리 이야기잖아"
사춘기에 접어든 13살 소녀 라일리의 복잡한 감정의 변화를 다루는 이 영화는 누적 관객 수 약 730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 영화가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사춘기라는 특정 시기의 감정을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추천들을 심심치 않게 받았다. 영화를 본 친구 B는 작은 체구에 빨간 화를 뿜어내는 버럭이가 나를 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K의 말이 맞았다. 나는 불안함에 두 손을 꼭 잡은 주황색의 불안이었다.
형형색색의 감정들과 만나게 된 불안이는 그들을 만나 기쁨에 차는 것도 잠시, 곧바로 자신의 리스트들을 쏟아내린다. 다른 감정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A부터 Z까지 정리한 리스트들과 함께, 각 상황을 대비하는 시뮬레이션을 끊임없이 설계했다. 최소한의 시행착오로 최대의 효율을 얻기 위한 노력은 감탄스럽지만 고구마를 삼킨듯한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불안이는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라일리를 위한 최선이라는 이름 아래 다름 감정들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결국 목표에 집착하여 자신조차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하지만 불안이라는 감정의 주황빛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사랑받고 싶다는 갈망이 있다. 완벽한 라일리가 되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불안이의 그릇된 믿음은 관객들에게 비판받을 여지가 있었지만 애틋한 표정으로 라일리의 행동을 바라보며 라일리를 너무 사랑해라며 웃는 불안 이를 보며 우리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불안이는 결코 완벽함을 요구하는 감정이 아니었다. 그의 본질은 라일리가 더 나은 자신이 되길 바라며 사랑하는 그녀가 아프지 않길 바라는 깊은 애정과 걱정이었다. 우리는 불안한 완벽주의자에게 단순히 더 나은 결과를 요구하기보다 그가 잠시 쉴 수 있는 편안한 소파 하나를 내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주황빛 내면도 결국 사랑받고 싶은 갈망과 지키고 싶은 애정으로 물들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