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출애굽기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배달음식은 ‘만나’였다.
그것도 무려
여호와 직배송이자 새벽배송이었다.
매일 아침 하늘에서 ‘만나’가 떨어졌다고 한다.
고수 씨처럼 희고, 맛은 꿀 섞은 과자 같았다고.
지금으로 보면 꿀빵 비슷하겠지.
여호와께선 매일 아침 만나를 내려줄 것이니
먹을 만큼 가져가서 배불리 먹고,
다만 남겨두지 말라 하셨다.
그러나 내일을 알 수 없어 두려운 인간들은
신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혹시 모를 내일을 대비해
오늘의 배부름을 포기하고 ‘만나’를 남겨 저장했다.
그렇게 말 안 듣다가
만나는 썩어버렸고, 결국 불지옥 맛도 본다.
물론 그 와중에 반찬투정까지 한 것도 한몫했다.
(인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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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알지 못한다’는 두려움이란
그토록 강한 것이다.
눈앞에서 기적을 행하는,
가장 믿을 만한 존재의 약속조차
그 ‘내일’의 두려움을 잠재우진 못한다.
알지 못한다는 그것은
아직 오지 않은 허구의 배고픔이자,
전지전능한 존재의 약속으로도
채워질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너를 알지 못한다는 배고픔-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일찍이 고백하지 않았냐고 말한다면,
매일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너를 모른다는 배고픔도
매일 갱신된다고 답하겠다.
그 허기짐을 잠재우는 것은
약속의 징표나 기적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알게 해주는 것’이다.
지루한 정온의 일상으로서,
혹은 어제와 같은 말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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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오늘도 사랑하고 있다.
이토록 절실히,
그리고 간곡하게.
그것만이
신도 잠재우지 못한 허기짐(두려움)을
다독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도대체 매일이 같은 당신의 지루한 일상이
왜 궁금하냐고 묻는다면—
당신을 알지 못한다는 두려움은
내게 매일 갱신되는 죽음,
종말이 다가온다는 공포와도 같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