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
의도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이다. 의도는 마음에 있다. 의도는 내부 세계에 존재한다. 따라서 '의도' 그 자체는 보이지도 않고, 알 수도 없고, 영향력도 없다. 그저 내 마음에 있고, 스스로만 알아차릴 수 있다.
의도가 외부 세계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표현되어야 한다. 의도가 말이나 행동으로 가공되고 표현되어야 실제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실제적인 영향력을 갖는 것은 의도보다 행동이다. 영향력을 갖는 것은 마음에 존재하는 관념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행동이다. 어떤 영향력을 만들었는지는 '마음속 의도'가 아닌 '행동이 만든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의도 부풀리기
그런데 결과보다 의도를 더 중요시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식에게 잔소리를 하며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라고 말한다. 이때 부모는 자신의 의도에 집착한다. 그 잔소리가 어떤 영향력을 갖는지 보다 자신의 선한 의도를 더 중요시한다. '그 조언의 방식이 효과적이었는지', '조언이 만든 결과물은 무엇인지' 등은 생각하지 못한다.
내가 하는 행동이 마땅한지, 아닌지에 초점을 두면 상대방에게도 마땅한지, 아닌지를 살피지 못한다. 또한 내가 하는 행동이 합리적인지, 아닌지만 따지면, 타자에게도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못한다. 올바른 상호작용을 원한다면 나 보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내가 내뱉는 말과 상대방이 듣고 해석하는 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보다 의도를 중요시하는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어떤 한 남성이 여성에게 자신의 마음을 받아달라며 구애한다. 여성이 남성에게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남성은 여성에게 계속해서 집착한다. "너무 좋아서 그랬어..." , "내 마음을 좀 알아줘!", "내가 정말 잘해줄게!!"... 좋아하고 잘해주겠다는 것은 자신의 의도일 뿐이다. 내가 잘해주려고 했든, 선한 마음을 가졌든 그것은 의도에 불과하다. 불편한 행동으로 상대방을 괴롭혔다면 내가 만든 영향력은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이다. 의도를 어필하며 행동을 정당화할 필요가 없다. 그저 내 행동이 옳은지 아닌지만 따지면 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본다.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위해 이벤트를 준비한다. 잔디밭에 풍선을 깔고 촛불을 줄지어 놓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여자친구는 이 상황으로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불편하고 창피하다. 물론 고맙긴하지만 민망해서 표정관리가 안 된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의도를 몰라봐준다고 삐진다. 이 불협화음은 왜 발생한 것인가? 이벤트는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기 위한 것이다. 내가 뿌듯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기뻐하는 상황이나 상태'를 목표 결과로 생각하고 그것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행동에 주목해야 한다. 내가 얼마나 애쓰는지, 내가 얼마나 마음이 좋은지에 초점을 두고 내 의도를 인정받고자 하면 모든 것이 어긋난다. 또한 내 의도를 몰라봐준다고 삐질 것도 없다.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당연하다. 물론 거짓과 빈말을 섞어 좋은 척하고 상대방을 위해주는 매너가 필요할 순 있겠지만 싫은 건 싫은거다. 의도를 내세우며 억지로 좋아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2. 심지어 자신의 의도를 착각한다?
[자신의 의도에 집착하는 현상들]
- 더 멋진 사회를 만들겠다는 이념에 매몰되어 잘못된 방식으로 사회 운동을 한다.
- 복음을 널리 알리겠다는 신념으로 잘못된 방법으로 포교 활동을 한다.
- '열심히 하려고 했다.'라는 의도로 위로만 하고 실수나 잘못을 피드백하지 않는다.
- '잘 되라는 마음'이라고 주변 사람에게 지적하고 훈수 둔다.
의도가 핑계나 합리화 수단이 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기준대로 조종하기 위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기 위해 등 다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이 설정한 선한 의도'를 의도적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선한 모습으로 포장된 가짜 의도'를 부풀리며, 그 고상한 의도로 자신을 마땅하게 여길뿐이다.
자신의 의도에 집착하면 내 행동이 어떤 영향력을 만들어내는지 생각하지 못한다. 이상적인 슬로건, 고상한 신념, 아름다운 취지, 순수한 마음 등의 의도와 실제적인 영향력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의도는 내 마음일 뿐이고 실제로 영향력을 만드는 것은 행동이다. 좋은 의도로 아무런 효과가 없는 행동을 하거나, 오히려 결과를 안 좋게 만들었다면 의도가 대체 무슨 소용인가? 따라서 내 행동이 올바른지, 이 방법이 맞는지, 세상과 타인은 내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을 더 주목해야 한다. 의도와 결과를 구분하지 못하면 왜곡된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된다.
3. 의도보다 결과로 살자.
상대방이, 사람들이, 세상이 내 의도를 알아주지 못하면 속상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 의도가 항상 적절하게 구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어떤 방법으로 표현했는지에 따라 영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과는 다르게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내 마음을 몰라주는 야속한 상황도 생기기 마련이다. 내 의도를 몰라봐주는 타자를 원망하기보다 "내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었길래 의도가 왜곡되었는가?" 생각해야 한다.
의도로 시선을 돌리거나, 의도를 내세우며 인정받고 싶어 하기보다 어떤 결과물을 만들었는지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자. "결국 이 행동, 이 방법이 만드는 영향은 무엇인가?" 생각하며 의도보다 결과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