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나더라이프 May 16. 2023

자존감이 높으면 자존심이 안 상한다.

(자존감, 자존심, 비교의식)

1. 남을 의식하는 정도에 따라 자존심이 상한다.


예를 들어, 눈길에서 우스꽝스럽게 넘어져 주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산다고 해보자. 우리가 그 상황에서 창피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다. 다른 사람들이 '우스꽝스럽게 넘어진 나'를 보고 나를 비웃거나,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등의 판단을 할 것을 생각해서 창피해한다. 


타자의 인식을 통해 자기를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면 자존심이 쉽게 상한다. 타인의 판단이 자기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그런데 위의 예를 다시 생각해 보자. 눈길에서 미끄러지는 것이 정말 자존심이 상할 일인가? 눈길은 미끄럽기 때문에 누구나 한 번씩 미끄러지는 경험이 있다. 또한 미끄러질 때는 중심이 흔들리기 때문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넘어진다면 창피한 감정이 없을 것이다. 그보다 넘어짐으로 인해 생긴 타박, 상처, 오염 등을 생각하고 넘어갈 일이다. 창피해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생긴다. 


2. 자존감이 없을수록 인정욕구가 강하다.


"눈길에서 조심 안 하니까 저렇게 넘어지지ㅉㅉ"라고 무시하는 사람은 넘어지는 사람을 보며 '미끄러운 눈길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자기칭찬하고 그렇지 못한 상대방을 비난하며 자존감을 채운다. 


"진짜 어리바리하고 웃기게 넘어지네ㅋㅋㅋ"라고 비웃는 사람은 품격 있는 일반적인 행동과 다른 어설픈 동작을 낮추어 보고 하찮게 여기며 그런 동작을 하는 사람을 순간 우습게 여긴다.


내가 눈길에 넘어질 때 만약 다른 사람이 저런 의식작용을 거쳐 나를 판단한다고 생각해 보자. 다른 사람을 흉보며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공격적이고 비판적인 판단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싶은가? 왜 그 결과를 스스로에게 투영해서 자존심을 상해하고 부끄러워하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별 문제가 없고 떳떳하다면 자존심이 상할 일이 없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떳떳한 정도를 자존감이라고 한다. 자존감이 강하면 남들의 판단이 두렵지 않다. 그건 그저 그 사람들의 관점일 뿐이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으면 자기 판단보다 남들의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설득하고 증명해서 다른 사람들의 판단을 바꾸고 싶어 한다.


그런데 자존감이 높으면 그럴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의 판단보다 자기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굳이 설득할 필요가 없다. 그런대로 생각하게 내버려두면 된다.(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의 판단을 역으로 무시하면 나도 똑같이 우월감을 통해 자기 위로 하는 것이다. 그저 개개인의 판단기준과 판단과정을 존중할 뿐, 나와 분리시킬 뿐이다.) 


3. 자존심 부리는 것보다 자존감 높이는 게 나은 이유


자존심이 없는 것도 문제다. 자신의 가치를 낮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가치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하고 가치 있는 한 인간으로서 세상에 존재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생긴다. 위협받지도 않는데 지키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존심이 쉽게 상한다는 건 그만큼 외부 요소에 자기 가치의 위협을 느끼고 외부의 판단에 휘둘린다는 얘기다.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강할수록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착각은 하지 말자. 자존감을 높이라는 게 무한긍정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창피할 일도 안 창피해하고, 떳떳하지 못할 일도 떳떳해하면 그것도 문제다. 자존감이 강하다는 건 기본적으로 내가 주체가 되어 판단하는 것을 가장 소중히 할 수 있고, 나만의 줏대와 기준이 타인의 의견과 판단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비교상황에 놓이게 된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건 시시 때때로 서로를 비교하고, 판단하고, 의식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잘못된 판단과정을 통해 남을 비웃고, 무시하고, 업신여기기도 하며 반대로 의기소침해하고, 무기력해지고, 창피해하기도 한다. 


나만의 강력한 줏대와 자존감이 있으면 괜한 자존심을 부린다고 실수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자존심을 부리기 위해 남을 무시하면서 우월감을 느끼고, 나를 높이면서 타인을 열등하게 바라보는 등의 행위가 필요 없다. 타인을 의식해서 나를 포장할 필요도 없고,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설득하고, 제시하고, 드러낼 필요도 없다. 


저 사람은 얼마를 버는지, 어떤 직위를 가졌는지, 어떤 커리어를 가졌는지 부러워하며 열등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남들이 어떤 호텔에 가서 조식을 먹었는지, 어디로 여행을 갔는지, 어떤 물건을 사고 언박싱했는지 보고 그렇지 못한 나를 불행하다고 규정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들의 실수와 잘못을 캐내고 혀를 끌끌 차며 자존감 채우지 않아도 되고, 자기 자랑하며 눈살 찌푸리게 하지 않아도 된다.


내 기준을 존중하고, 타인의 기준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해라. 남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남들을 휘두르려고 하지도 말자. 스스로가 떳떳할 수 있는 올바르고 건전한 가치관과 기준대로 살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한계는 내가 만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