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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질토마토 Apr 06. 2023

응답하라 1988 즈음하여

오늘의 오프닝 (210408)



어릴 시절 골목길에는 

유혹이 참 많았습니다

스프링에 매달린 말을 가득 실은 

리어카 아저씨는

아이들에겐 영웅이었죠.     

주머닛돈 쌈짓돈을 모두 꺼내 

타고 싶은 말을 고르고,

씽씽, 하늘 높이 뛸 때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저녁 골목길에는

이웃들의 반찬이 이 집 저 집 이사를 다녔죠.

달걀이 담겨온 그릇엔 김치가 실려가고

딱히 돌려줄 반찬이 없는 날엔

강냉이를 수북이 담아 보냅니다.

그 시절엔 사람과 사람사이가 

이렇게 닿아 있었습니다.

그 시절 이웃들이 

골목이란 공간을 공유했다면

지금은 시간을 공유하는 사이로 변했습니다.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 온기는 그대로예요.

지금 어디에 있든 간에,

이렇게 음악과 라디오로 이어진 우리 사이가

요즘엔 이웃이 아닐까요




이 시절 기억나나요? 8,90년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어렴풋한 추억에 빙긋 웃을지도 모릅니다. 이 시대를 살진 않았더라도 드라마 응답하라 1998을 봤다면 드라마 속에서 진주가 신나게 말을 타고 덕선이와 정환이, 선우가 저녁이면 부지런히 반찬을 들고 날랐던 장면이 떠오를 거예요. 매일 오프닝을 쓰다 보면 쓰는 시간보다 '오늘은 뭘 쓸까?' 고민하는 시간이 깁니다. 심야 팝 프로그램이라 보니 정보성 보다는 감성적인 글이 어울리지요. 주 청취층은 추억이 고픈 왕년의 스타들, 중장년층들입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책을 들춰보고 또 어떤 날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사람 사는 이야기도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듣습니다. 그 가운데서 가장 글감이 잘 나오는 건 나의 일상입니다. 소소하게 벌어지는 일상 속 어떤 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혹은 힘든 일도) 메모를 할 때가 많아요. 이 날은 초등학교 친구와 연락을 한 날이었을 거예요. 우리 어릴 때 그랬잖아 하는 대화를 한참 나눴더니, 동네의 풍경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청취층에게도 딱 맞는 이야기였죠. 아마 이 오프닝이 나가고 추억에 푹 빠진 분들이 참여문자를 많이 보냈던 기억이 나네요. 

추억은 참 묘하고 귀한, 우리 인생의 큰 양분인듯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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