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프터가 뭐예요?

부제 : 노력과 굴욕사이

by 박희영

드디어 기회가 왔다! 얼렁뚱땅 음악프로그램을 제작할 변수가 생겼다.

기존에 한 달에 한 번, 시청자들을 위한 서비스 공연을 TV로 방송하는 음악회가 있었는데, 이 음악회를 진행하는데 약간의 문제가 생기면서, 내가 내용을 전담해서 인디음악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조건은 제작을 자유롭게 해 보되, 섭외에서 방송제작까지 작가는 단 한 명 나 뿐이었다.

흔히 이런. 음악프로그램에서는 메인 작가 한 명 뿐이라 할 지라도 일을 거들어주는 막내나 자료조사 정도는 붙기 마련인데, 현실은 이러한 인력배분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요약하자면 누구의 도움 없이, 또한 음악프로그램을 제작한 경험도 없는 내가- 실험적으로 뭔가를 제작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긴 것이었다.

인력착취나 재능기부가 아니라 나의 <음악프로그램제작 로망>을 아는 선배피디가 기회를 준 것이다.

있는 밥상에 늘 먹던 반찬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음식을 초보 요리사가 올려보는 식이랄까.


나는 무조건 오케이를 했다.

매 회차의 콘셉트와 섭외 및 세팅, 방송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기로 했지만 정말 행복했다.

그렇게, 어설프지만 음악방송 녹화를 진행해 보기로 한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갖춰진 상태만 기다리다간 기회가 영영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쨌건 일단 녹화 공간과 시간, 작지만 일정하게 배정된 예산, 그리고 TV 송출권까지 구색은 갖췄다.

페스티벌 N연차, 덕질 경력 더블 N연차를 자랑하지만, 이론과 실전은 다른 법.

방송 제작 경력은 15년이 넘지만, 음악프로그램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막막했는데,

뭐 별거겠어? 하는 마음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사람들이 말한다. ○○은 기세라고! 나도 그랬다.

그렇게 몇 회를, 기세로 녹화를 했다. 그것도 아주 무사히.

어쩌면 이것이 초심자의 행운일까 싶게, 일이 술술 풀렸다.

그러다 운이 좋아서,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인디밴드를 섭외하게 된 것이다.

세상에 이런 날이 오다니! 정말로 잘해야지, 다짐을 하며

감격에 겨워 방송 준비를 하는데,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첫 번째 난관이다.



내가 좋아하는 인디밴드가 섭외에 쉬이 응한 건, 마침 신곡발표 시즌과 맞물려서였다.

우리 방송에서 신곡을 할 터인데, 가사를 완벽히 숙지하지 못했기에

가사용 프롬프터를 설치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프롬프터? 뉴스 읽을 때 쓰는 그 프롬프터? 그런데 우리 녹화 장엔 없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괜찮은 척, 알아보고 연락 주겠다고 마무리했다.

그리고 선배 PD에게 가수의 요청사항을 말했더니 우린 가사용 프롬프터가 설치가 어렵다며

뜻밖의 대안을 제시했다.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2025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지원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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