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보통 방송국에 가면 팬들이 제일 먼저 듣는 말이 있다.
“사진 촬영 금지, 녹음 금지, 동영상 촬영 금지”
이쯤 되면 관객은 카메라 대신 눈에만 추억을 저장해야 한다.
보통의 방송국 녹화현장은 관객들의 사진 촬영을 극도로 꺼린다. 프로그램의 긴장과 완성도를 지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우리 프로그램은 달랐다. 지켜야 할 비밀보다 알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나는 방송을 준비하며, 과감히 규칙을 뒤집었다.
“녹화 중 사진 촬영, 대환영합니다!”
물론 단서도 붙였다. 결정적인 장면에서 어설픈 각도는 피해주시고, 가수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만 담아 달라고. 그런데 사실, 그건 걱정할 필요조차 없었다. 팬들은 누구보다 자기 가수가 빛나길 바라는 사람들이었다. 못나게 찍힌 사진을 올릴 리가 없었다.
더 나아가 방송 내용도 미리 공개해도 된다고 했다.
왜냐하면, 우리 프로그램의 편성 시간은 결코 좋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 시간대에 우연히 채널을 맞추는 시청자는 많지 않을 것이고 그럴거면 차라리 음악팬들끼리의 입소문이 훨씬 방송 홍보에 도움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송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 블로그에 많이 적어주세요.
후기처럼, 일기처럼. 우리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그 한마디에, 팬들은 열광했다.
그들에게는 늘 “금지”만 가득한 방송 현장에서, 처음으로 허락된 자유였다. 게다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마음껏 나눌 수 있으니,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는 일이 곧 축제였다.
며칠 후, 검색창에 프로그램 이름을 쳐봤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평소엔 검색해도 아무것도 안 나오던 이름이, 갑자기 블로그 후기로 채워지기 시작한 거다.
‘오늘 다녀왔어요. 정말 꿀잼 방송!’ '대 혜자 방송'
‘이런 자유로운 방송 또 있나요?’
글마다 사진이 첨부돼 있는데, 웬만한 잡지 화보보다 퀄리티가 높았다. 화려한 시청률도, 거대한 스포트라이트도 없었지만 누군가의 블로그 한 귀퉁이에, 팬들의 사진 한 장에 담긴 작은 기록들이 우리프로그램을 키우고 있었다. 그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어느 순간 검색창에 ‘추천 연관어’처럼 우리 프로그램의 흔적이 떠올랐다. 이름조차 낯설었던 프로그램이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아 갔다.
그날 이후 나는 깨달았다. 알리려는 마음이 진심이라면, 언제 어디에나 방법은 있다는 것 말이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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