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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 Sep 26. 2022

낮에는 스피드보트, 밤에는 해변 드라이브



강릉에 유정이가 놀러 왔다. 무려 5시간 동안 운전을 한 유정이는 엉덩이가 사르르 녹을 거 같다고 했다. 우리는 늦은 저녁을 먹으며 내일 일정을 정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점심이 다 돼서 일어난 우리는 그 유명하다는 짬뽕 순두부를 먹기 위해 2시간 넘게 기다렸다. 대기인원이 너무 많아 짬뽕 순두부 가게 측에서 인스타 라이브 방송으로 대기 번호를 알려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오직 짬뽕 순두부를 위해 2시간 30분을 기다린 것이다. 비록 난 첫 끼부터 매운 걸 먹으면 속이 아플까 봐 초두부 정식을 시켰지만.


순두부를 먹고 카페에 가기 위해 안목해변으로 향했다. 우리는 바닷가를 걷다가 어린아이가 주고 간 조개껍데기를 보고 키득키득 웃었다. 앞으로 다가올 일은 예상하지 못한 채...



해변을 쭉 걷던 우리는 이런 현수막을 발견한다.


대박! 꿀잼보장! 더 착한가격!

옷 젖지 않는 스피드보트!


한번 타는 데 15,000원이었고, 유정이는 타자고 했다. 난 타기 싫다고 했다. 위험해 보이진 않지만... 무서울 것 같았다. 하지만, 물러날 유정이가 아니다. 이때 아니면 언제 타니, 생각보다 무섭지 않을 거야, 진짜 재밌어 보이는데 하면서 끝내 내 마음을 움직였다.


확실히 말하는데, 배에 타고부터 무섭다고 소리를 지른 건 내가 아니라... 유정이었다. 오죽하면 내가 조용히 좀 해달라고 했다. 쪽팔리다고...


-넌 내가 이러는 게 쪽팔리니? 쪽팔리는 거야?

-어...


근데도 계속 소리를 지르기에 귓속말로 (제발... 조용히 좀 해...)라고 까지 했다.


그리고 나는 스피드보트를 끝내주게 즐겼다. 바다 한가운데서, 해변을 바라보는 건 난생처음 해본 경험이었다. 바다는 눈부시게 빛나고 있고, 사람들은 알록달록한 면봉처럼 보였다. 모네가 그려줬으면 좋을 거 같은 풍경이었다.


해변 반대쪽으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졌다. 그쪽으로 쭉 가보고 싶었다. 사방이 바다밖에 보이지 않는 곳에 도달해보고 싶었다. 아까 못 타겠다고 하던 사람이 맞나 싶었다.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내뺐는지.

옷이 안 젖은 건 아니지만, 그게 바다의 매력인 듯했다. 바다의 아름다움을 본 사람이라면, 그 매력에 옷이 젖을 수밖에 없다.



밤이 되자, 우리는 맥주도 포기하고 안목해변을 다시 찾았다. 큰 차를 빌려 트렁크를 열어놓고 바다를 보며 한참 앉아있었다. 밤바다는 덥지 않았다. 우리 옆쪽엔 관상, 손금, 사주, 타로를 모두 봐주는 한 노점이 있었는데, 아까부터 눈길이 갔다. 몇십 분째 한 여자분이 그곳에서 자신의 앞길에 관해서 물어보는 듯했다. 나는 문득 ‘내 앞길은 어떻게 될까...?’하면 심오한 고민에 빠질 뻔 했지만,


-내일 점심 뭐 먹을래?


유정이의 말에 지금은 내 앞길을 고민하는 것보다 내일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게 더 나을 거 같았다. 점심 메뉴는 브런치로 정했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다른 길로 샜다.


좋은 차를 빌린 김에 드라이브해야 하지 않겠냐는 유정이의 말에 우린 강릉을 달렸다. 그날 밤, 강릉시청은 생각보다 위로 우뚝 솟아있다는 것, 강릉향교는 불이 켜졌을 때 더 멋있다는 것, 강릉엔 회전교차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음악을 틀고 드라이브하는 것이 얼마나 짜릿한 기분인지 알게 됐다. 평소보다 약간 큰 음악 소리, 볼에 닿는 뜨뜻미지근한 밤바람, 텅 빈 도로를 원 없이 달린다는 해방감... 물론 유정이랑 나 둘 다 소심한 면이 있어서 음악은 그렇게 틀지 않았고, 그렇게 빨리 달리지도 않았다. 그저 평소보다 약간, 아주 약간 더 많은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걸 느꼈을 뿐이다.


다음 날, 유정이는 점심으로 프렌치 토스트 브런치 세트를 맛있게 먹고 다시 장시간 운전을 해서 돌아갔다. 4시 넘어서 출발한 거 같은데,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은 건 9시가 다 돼서였다. 잘 도착해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5시간을 운전할 수 있는 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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