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학의 첫 수업이 끝났습니다. 시작은 언제나 설레지만, 끝맺음은 어쩐지 어색한 기분을 남기네요. 이 책의 내용이 여러분을 청각학이라는 학문에 더 다가가게 했는지, 아니면 더 멀어지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전자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소리가 공기의 떨림에서 비롯되어 고막을 지나, 청각계의 복잡한 경로를 따라 의미 있는 감각으로 변모하는 여정을 함께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각이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서, 우리 안의 어떤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도 함께 탐색했어요. 소리는 물리 법칙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따르면서도, 우리의 감성을 건드리고, 여운을 남기는 것, 그리고 일상의 틈에 스며들어 순간을 기억하게 하고, 존재를 인식하게 하며, 때로는 마음 깊은 곳을 울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울림은 인간에게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땅 위의 짐승, 하늘의 새, 물속의 생물에게도 소리는 다가갑니다. 모든 생물은 진화의 갈림길 어딘가에서 헤어졌지만, 종국에는 같은 감각을 공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소리는 때로는 지나치게 크고, 때로는 불청객처럼 다가와 우리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본능처럼 침묵을 향해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한편, 모든 감각이 언제나 온전히 유지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소리라는 세계에 익숙해져 있지만, 어느 날 그것이 점차 흐려지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죠. 청력의 상실은 단순히 ‘소리를 듣지 못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과 세계, 타인과의 연결이 끊어지는 경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실의 끝에는 회복도 있다는 희망도 존재하죠. 보청기와 인공와우, 그리고 재활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은 단절된 소리의 세계를 다시 이어줍니다. 과학은 사라진 감각의 자리에 새로운 다리를 놓고, 기술은 인간의 감각을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이 회복의 여정은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복원이겠죠.
우리는 또한 미디어 속에서 청각장애가 어떻게 그려지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청각장애는 때로는 비극적인 상실로, 때로는 신비한 내면세계의 은유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런 서사는 실제 청각장애인의 삶을 모두 담지 못합니다.
이렇듯, 청각학은 정적인 학문이 아닙니다. 우리의 미래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소음을 구분하기 시작했고, 개인의 청취 환경을 분석해 최적화된 소리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들을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넘어, 무엇을 어떻게 들을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 모든 혁신은 청각을 단지 회복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감각으로 진화시키는 길을 제시합니다. 미래의 청각 환경은 더 이상 과거의 같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인공적인 동시에 매우 인간적인, 감각의 또 다른 확장일 수도 있겠네요. 먼 미래라고 안심하다보면 나의 가치는 파도 앞 모래성처럼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은 언제나처럼 많은 소리와 그만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안겨줄 것입니다.
수업이 끝난 이 시점에서, 다시 이 책의 시작점에서 물어본 질문으로 돌아가 보고 싶습니다. 첫 시간인 만큼, 이건 채점도 점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Q1. 이제 당신에게는 청각학은 과연 어떤 학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