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지남철은 떨고 있는가

끝없는 고뇌로 인한 떨림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간다.

by 보름달

난 성격이 급하다. 원래 급한 것 같기도 하고 "빨리빨리 하라우" 북한 사투리를 섞어서 재촉하는 우리 아빠 때문에 한층 더 급해진 것 같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도 양해를 구하면서까지 "빨리빨리" 또는 "10초만 줄 거야"를 무한 반복하고 있다. 일을 할 때도 그렇다. 앞뒤 재지 않고 빠른 고민과 결정을 짓고 해결해 나간다. 짧은 순간 모든 에너지를 몰아서 써버리고 허덕거리는 것은 당연하다. 계산하지 않고 몸부터 움직여서 참 손해도 많이 본다. 파스를 달고 살기도 하고 돈을 내야 하는 일에 몸을 사리지 않아서 손해 본다.

전에는 윗선에서 방향을 정하면 그 방향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고 돌진하여 나아갔다. 윗 분이 바뀌고서야 알았다. 전에 계신 분은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 미리 틀을 만들어놓고 수정하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시간을 쏟았는지 깨달았다. 그랬기에 일하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고 의심할 여지없이 좋은 교육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분명 그분은 수도 없이 흔들리고 떨었기에 그 사명을 감당하셨을 것이다. 반면 지금은 결정이 빠른 것은 아니지만 단호하고 흔들림이 없다. 그럼에도 일을 하다 보면 안다. 얼마나 고민하지 않았는지 피부로 느낀다. 과연 누구를 위한 결정인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의문을 갖게 하며 변경하지도 꺾이지도 않는 그 결정에 한숨만 내쉰다. 자신의 방향에 대해 확신을 갖고 가는 사람들을 보며 교육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는 것에 대한 불안을 더 이상 느끼지 않는가.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가. 그렇지 않다.


내 일이 아니고 나의 삶의 방향이 아니라서 아이에 대한 결정을 할 때 방향을 정할 때는 늘 두려움이 앞선다. 엄청 고뇌하고 흔들리면서 나의 결정이 아이를 망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더 좋은 길이 있는데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연 이 방향이 아이에게 적합하고 아이를 세상으로 나아가게 도와주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기에 부단히 많이 흔들린다. 특히,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 원인을 내가 정한 것에 대해 또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에서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아이가 크게 아프면 내가 임신했을 때 음식을 조심하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닌가 미안하고 불안하기까지 한다. 지금 내가 최선이라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아이와 함께 가고 있지만 내가 최선이라 생각한 이 길이 아이에게 최선이 아닐까 싶어서 한없이 흔들린다. 실수나 실패도 나에게는 괜찮은데 아이에게는 상처가 될까 봐 미리 많은 도전을 차단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흔들린다. 신영복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지남철처럼 아주 미세하고 아무도 조금씩 눈치채지 못하게.

모든 부모가 그러지 않을까. 흔들림 없이 결정한 대로 어떤 틀 안에 두고 기른다면 사실 그게 정말 아이를 위한 길인지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 요즘은 엘리트 교육 코스가 따로 있다고 한다. 몇 살에는 어떤 공부를 하고 어디를 보내야 하는지 결정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저런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한다. 엘리트 교육으로 성공한 아이와 내 아이가 같을까. 엄청난 독단적인 결정은 되려 부모의 틀에 아이를 가두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는 흔들릴 때마다 아이 탓을 하기보다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는데 자기 방향에 확신하는 사람은 과연 돌아볼 여유가 없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할 것 같다.

아이를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고민 끝에 방향을 잡고도 이것이 옳을까, 내 아이에게 맞는 방향일까 수없이 흔들리는 것이 당연하다. 오히려 흔들린다면 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흔들린다는 것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과 내 아이를 다 알 수 없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방향을 고민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들을 응원한다. 아이를 키우는데 정답은 없다. 흔들리면서 나를 돌아보고 또 아이를 살펴보면서 반성하면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잠시 방향을 잃을지라도 새로운 길을 볼 수 있는 여유가 만들어질 것이다. 부모라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떨리고 있는 모든 이들을 격하게 응원한다.


keyword
이전 05화평. 판. 충.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