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인정해야 이유

잘못을 인정해야 나아갈 수 있다.

by 보름달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사실 어른도 쉽지 않다. 아니 어른들은 더욱더 하지 않는다. 인정하면 사과해야 하고 인정하면 뭔가 책임져야 하니까 말이다. 요즘 사회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 먼저 사과를 건네고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경우를 만나는 것은 너무 힘들다. 설마 나만 그런가. 아이의 경우는 좀 다르지만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은 어른과 비슷하다. 자기 잘못을 말로 인정하면 진짜 잘못한 것이 되어버리니까 또는 기싸움에 지는 것 같은지 자꾸 회피한다. 혹은 더 많이 혼날까 봐 자꾸 핑계를 먼저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건 맞는데요~ / 그게 아니라요 / 그런데요~”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온전히 자기 잘못임을 인정하기보다는 자기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는 먼저 말하고 이해받기 위함이다. 사실 부모 입장에서야 이해가 되는 일에 마음이 동하기도 하고 덜 혼내기도 할 수밖에 없다. 둘째 딸이 어렸을 때 눈물을 그렁거리거나 눈 맞춤을 하고 배시시 웃으면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참 많이도 넘어갔다. 아~ 오늘도 당했구나 하면서 말이다. 아이는 인정하기 전에 울음으로 모든 상황을 종료하길 원하기도 하고 인정하지 않음으로 잘못에 대해 책임감을 덜 느끼고 싶어 하기도 한다. 아이마다 상황이 다르고 이유가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은 사실 아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후에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느 날 학교에서 남자아이들이 축구하다가 싸웠다. 서로 밀치기도 하고 미운 말도 한 모양이어서 관련 있는 아이를 모두 불러서 물었다. 그랬더니 저마다 한 마디씩 하는데 청문회가 따로 없다.

“기억이 안 나요~” 또는 “아~ 그게 사실은요.. ”

심지어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대목에서 뒷목을 잡을 뻔하기도 했다. 그래서 평가의 말은 자제하고 분노는 누른 채 단답형의 답이 나오지 않게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어?”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사실 그 자체만 묻는 것도 좋은 방법 같다. 아이는 이야기하면서 자기의 행동에서 무엇이 잘못된 지 깨닫기도 하고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겠는지 짐작하기도 한다. 잘잘못을 먼저 따지면 아이는 도망가거나 숨기 위해 핑계와 변명거리를 찾게 되기 때문에 먼저 있었던 일을 다 이야기하면서 본인의 행동을 짚어보게 하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사실 어린아이들이야 크게 혼날 일도 문제 될 일도 없기에 인정하면 사과하면 끝나는 일이 많다. 말을 하기 전에 겁을 먹지 않게 하는 것, 말로 인정하면서 되돌아보게 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지만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나아가게 하는 방법인 것 같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잘못에 대한 설명은 들어도 되고 혹은 안 들어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아이 나름대로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나중에라도 말하라고 열어주면서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상황이 이해되더라도 아이 마음을 공감하실 수 있더라도 “잘못은 잘못”이라고 못 박는 것은 정말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상황에 상관없이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 있음을 알아야 참으려고 하고 자제하려고도 하기 때문이다.


잘못을 인정하면 그 순간 아이는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 생각이 된다. 누가 등을 떠민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인정을 하는 것, 쉽지 않다. 사실 권력을 가진 이들, 부를 가진 이들의 인정을 더욱더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지금의 자리가 너무 높고 위대하여 빼앗길까 봐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도 충분히 누리고 살 수 있는 사회가 이미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갑자기 두려워진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자신의 잘못을 알고 나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크길 간절히 바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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