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처럼 진담처럼 많이 쓰는 말이다. 생활공간에서 만나는 다른 아이를 쉽게 혼내지 못하는 것은 잘못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혼내면 아이의 기가 죽는다고 자신감을 잃으면 어떻게 하냐는 부모들의 불안과 분노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럼 집에서 잘 혼내던가 싶은 마음에 백화점과 마트를 전력으로 종횡무진하는 아이들과 아무 곳에서나 소리 지르면서 울고 떼쓰는 것을 넘어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모습에 한숨부터 나온다. 놀이터에서도 마찬가지다. 무법지대다. 힘이 센 아이가, 막무가내인 아이가 유리하다. 그럴 때 순간 망설인다. 저걸 혼내 말아? 아이를 바로 잡아주고 싶은 직업병이 발휘하려는 순간 분란을 우려하는 마음이 내 어깨를 누른다. 답답한 마음을 꾹 누르고 돌아선다.
부모들은 자신감과 자존감, 자아존중감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고 있는 것일까. 혼내거나 상처받으면, 실패하면, 기가 죽는다는 마음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그렇게 강조하고 중요한 자존감을 집에서는 잘 길러주고 있을까 하는 마음에 그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물론 요즘 대두되고 있는 자아효능감도 더불어서.
*자신감: 어떤 일을 스스로의 능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
*자존감: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자아존중감: 자기 자신이 가치 있고 소중하며, 유능하고 긍정적인 존재라고 믿는 마음
*자아효능감: 어떤 행동을 실행하거나 어떤 목표를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주관적 판단.
의미를 보았을 때는 사실 정확하게 구별하기 힘들다. 글자 하나 차이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자신감보다 중요한 것은 자아존중감이며 자존감을 바탕으로 자아효능감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이나 자아존중감, 자아효능감은 타고나는 부분이 분명 있다. 그러나 상황과 환경, 그리고 주변 어른의 말로 만들어지는 부분이 있기에 중요하다. 자아존중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하고 조절해나가며 성취하게 하는 것이 자아효능감이기에 우리 아이들이 단순히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아니라 자아효능감을 강화해나가길 바란다.
자존심이 센 아이는 되려 내면이 약할 수 있다. 약한 것을 가리기 위해 더 세게 말하고 거칠게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서 스스로를 강함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격다짐으로 나가기도 하고 부모나 다른 어른에게 버티기도 해 본다. 이런 자존심은 작은 일이 계속 쌓이거나 다른 센 아이를 만나 무너지면 스스로를 의심하고 무엇을 해도 자신 없어한다. 음.. 사실 내 이야기다. 자존심만 세고 자존감은 낮았던 시절의 나는 늘 좌절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더 골몰하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자아존중감이나 자아효능감을 어떻게 길러주어야 하는가. 나는 요즘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내면의 힘"을 강조한다. 내면의 힘이 있는 아이는 정말 다르기 때문이다. 단단한 느낌을 넘어서 어디에 가도 무엇을 해도 잘할 거라는 믿음이 절로 생긴다. 내면이 단단하다는 것은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과제를 만나도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이다. 실패와 실수를 해도 무너지지 않고 그다음 기회에는 어떻게 해야 성취할 수 있을지 전략을 짜내는 자세를 갖춘 것이며 상처의 기회를 성장의 기회로 삼고 더 깊어지는 마음을 다져가는 것을 말한다. 내면이 단단한 아이들은 실패한 그 상황의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하고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는다. 아이가 어떤 마음을 지녔는지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같이 생활하다 보면 느껴진다. 천성적으로 마음이 단단한 아이가 있다. 그리고 자라는 환경과 부모, 주변 어른의 영향으로 마음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아이도 있다.
아이의 감정은 아이의 것으로 인정하고 대면하게 한다.
무조건적인 칭찬을 하거나 아이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존중을 해준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먼저,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아이를 독립적인 개체로 인정해주어야 한다.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에 우리는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기 원하지만 사실 그것은 아이의 감정이다. 아이가 스스로의 감정을 대면하고 인정하면서 스스로를 탐색하는 충분한 시간을 갖게 해주어야 한다. 내가 대신 느껴줄 수도 없지만 사실 어른이 대면해주면 아이는 어떤 감정도 자기 것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어른들은 긍정적인 상황이나 행복한 상황에서는 아이가 감정에 젖어있는 것을 그냥 두지만 부정적인 일에서는 얼른 아이가 빠져나오길 바란다. 혹은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를 잡아당겨 빼낸다. 하지만 아이가 어떤 감정이나 가리지 않고 충분히 거기에 젖어보는 것을 필요하다. 그 속에서 깊어지기도 하고 자신을 찾아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경험할 수 있다. 나이 먹어도 감정조절이 안되거나 감정에 동동거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본인이 알아야 하고 겪어 내야 한다. 다만 어른은 그 감정에 이름이 무엇인지 알려주면 된다. 어떻게 다룰지 모르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방법을 찾아가면 좋다.
걱정스럽고 짠한 마음은 잠시 넣어두자. 다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주면 된다. 아이 스스로 헤쳐 나올 것을 믿으면서 바라봐주면 된다. 아이 등 뒤에 부모가 있음을 느끼게 해 주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성질 급한 내가 제일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아이 스스로 감정을 마주하고 느껴보는 경험을 통해 그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 감정의 소용돌이에서도 나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또는 그 힘을 길러가면서 조절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생긴 문제를 아이 스스로 해결하게 한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언제나 문제가 있다. 문제가 갑자기 생기기도 하고 숨어있다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아이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때로는 내가 아이 몸에 들어가 휘리릭 어른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싶다. 문제를 오래 끌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아이보다 어른이 더 불안하다. 아이가 문제를 해결할 힘을 잃고 포기할까 봐 두렵기도 하다. 요즘 들어 친구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아이보다 부모가 더 힘들어한다. 어른 눈에는 보이는 수가 아이 눈에는 보이지 않기에 아이의 순진하고 단순한 해결 방법이 답답하기만 하다. 지도에 화살표를 그려가면서 해결의 길을 인도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아이의 문제다. 아이가 그 문제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민을 털어놓거나 방법을 이야기하고 싶어 할 때 함께 해주면 된다. 뭔가 특별히 해주지 않아도 들어만 주어도 아이는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방법을 찾는다. 그냥 지지하고 지켜봐 주어도 된다.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자신에 대한 신념이 생기고 마음 근육이 단단해진다. 앞으로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것이 결코 자기를 망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사실 나는 큰 아이에게는 유난히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것을 피하는 방법과 더불어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늘어놓았다. 생활 머리나 융통성이 없는 녀석이라 더 걱정이 되었다. 고집쟁이 큰 아이는 내 방법을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이 생각한 방법으로 해결해나갔다. 더디기는 했지만 해결은 되었고 그 사이에 아이는 더 단단해졌다. 등짝 스매싱을 날리면서 엄마가 그 좋은 방법들을 나열하는데도 택하지 않은 탓을 하고 싶기도 했지만 아이에게는 분명 아이만의 방법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때론 아니 아주 많이 나의 방법보다 지혜롭고 그 나이에 맞는 좋은 해결책이었음을 이제야 인정한다.
내면의 힘을 가진 아이는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아이는 자아효능감을 강화시켜 스스로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진다. 실패해도 어려운 일을 겪어도 흔들리지 않고 개척하면서 나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내면의 힘을 가진 아이는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을 알려고 노력하며 해녀가 자기 숨을 알듯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숨을 조절하면서 나아간다.
우리 아이의 내면이 단단하다면 무엇을 걱정할까. 공부도 관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떻게 나아가고 해결할지 아는 것이 아닐까. 그 나이에는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하고 어떤 것을 이루어야 한다는 어른의 고정관념을 버린다면 내면이 단단한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길을 현명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 자기에게 맞는 선택할 것이고 도전하면서 당당하게 자기 삶을 살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어른으로 아이를 사랑해주고 믿어주되 아이가 스스로 나아갈 수 있게 지지해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를 독립적인 개체 인정해주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고 지지해주려는 마음을 만들어가야 한다. 사실 이 과정을 통해 어른의 마음도, 부모의 마음도 단단해지는 것 같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아이는 어른이 자신을 통해 돌아보게 하고 성장하게 돕는 존재인 것은 분명하다.